지난 기획/특집

[가톨릭신문이 만난 사람] 가정 성화 주간에 만난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 이남옥 교수

정리 민경화 mkh@catimes.krrn사진 성슬기
입력일 2018-12-24 수정일 2018-12-26 발행일 2019-01-01 제 3126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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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의 인성·신앙교육 이뤄지는 가정… 부부 역할이 중요합니다”
부부 사이에 ‘갈등’은 늘 존재
피하기보다 효과적 해법 익혀야
행복 위해선 ‘맞춤형 사랑’ 중요
배우자·자녀가 원하는 것 맞춰야

가정은 가장 작은 교회다. 그리스도인 부부는 혼인 유대의 거룩함을 삶으로 증명해야 하며, 자녀들에 대한 신앙교육과 가정의 존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교회는 가르친다. 가정은 교회와 사회의 핵심 세포가 돼야 할 사명을 지니고 있으며, 부부와 가정의 사도직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 나타나는 위기가정 문제는 심각하다. 교회와 사회에서 나타나는 가정문제 또한 다양하다. 가정 성화 주간(2018.12.30.~2019.1.5.)을 맞아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 이남옥(레지나·57·서울 서초동본당) 교수로부터 성가정을 이루기 위한 해법들을 들어봤다.

⊙ 대담: 우세민 취재1팀장

⊙ 날짜: 2018년 12월 19일

⊙ 장소: 서울부부가족치료연구소

■ 이남옥 교수는… 가톨릭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했고, 독일 뮌스터대학교에서 심리학 석사 학위, 독일 올덴부르크대학교에서 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다년간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에서 신학생 대상으로 심리학 강의를 했으며, 사제 대상 평생교육원 강의와 CPA 원목 수도자 대상 강의도 했다. 현재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 교수를 맡으면서 서울부부가족치료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가정법원과 서울중앙지방법원 조정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우세민 취재1팀장(이하 우 팀장): 경제적·사회적 어려움으로 결혼을 택하지 않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또한 자녀를 갖지 않고 부부의 행복만 추구하는 소위 ‘딩크족’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자유의지는 보장해야겠지만, 행여 이런 삶의 가치관이 낙태와 같은 생명문제로 이어질까봐 염려도 됩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보시는지요?

▲이남옥 교수(이하 이 교수): 요즘은 다양성을 인정해야 하는 사회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비혼주의자나 딩크족처럼 자녀 낳기를 원치 않는 이들을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나의 당위성만 강조할 순 없겠지요. 그런데 심리학자로서는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하고 건강한가의 측면에서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겠습니다. 가정을 이룬 사람들이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자꾸 보여준다면 자연스럽게 많은 사람들이 이런 모습을 따르겠지요.

-우 팀장: 하지만 모든 가정이 평화로운 모습을 보이진 않습니다. 특히 요즘은 과거에 비해 가정의 모습이 보다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위기의 가정’도 많아졌지요. 이러한 변화에서 모범적인 성가정의 기준 또한 달라져야 할지 고민이 되는데요.

▲이 교수: 가족심리학자들이 구분하는 가족의 형태는 20가지가 넘습니다. 부모자녀 핵가족, 한부모자녀 가정, 재혼 가정, 복합 가정, 입양한 가정, 조손 가정 등 굉장히 다양한 형태가 있습니다. 이제는 가정의 형태를 정상가정, 비정상가정이라는 이분법적 나누기로 판단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모습은 지극히 정상입니다. 모든 다양성을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이런 다양한 가정을 만나 상담을 하면 우리 모두는 하느님에게 너무나도 똑같이 사랑받는 그분 자녀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가족이 가진 상처와 아픔 속에서도 그 안에 숨어있는 하느님의 사랑, 그 사랑으로 만들어진 아름다움을 찾아주는 것이 바로 상담이나 치료입니다. 이렇게 다양한 가정들이 잘 살아나가려면, 각자가 갖고 있는 구조의 특징들을 잘 이해하고 파악한 다음 가정으로서 나름의 기능을 잘 발휘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우 팀장: 2007년 한국가톨릭상담심리학회 설립 당시 추진 대표 중 한 분인 것으로도 알고 있습니다. 가정문제 전문가로서, 교회가 가정문제에 나설 수 있는 좋은 해법을 추천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이 교수: 가톨릭교회에는 혼인과 가정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있습니다. 결혼 전 부부교육, 부모교육, 예비학부모를 위한 부모교육도 있고, 매리지 엔카운터(ME)도 있죠.

저는 오랫동안 독일에서 심리학을 공부했고, 가족치료와 단기치료 등에 대한 공부도 전문가 과정을 거쳤습니다. 그 중에서 독일에서 공부하면서 알게 돼, 귀국 후 직접 번역해 활용하고 있는 ‘오해와 갈등을 해결하는 연습’이라는 프로그램을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독일가톨릭교회에서 사용하는 부부갈등 해결 프로그램인데요. 부부관계에서 갈등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기에, 갈등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명료한 이론적 설명과 구체적 해결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총 7장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1장과 2장은 관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사랑하는 관계였는데 왜 어느 순간 퉁명스럽게 대하고 짜증나게 됐는가에 대해 설명해줍니다. 이 과정에서 저는 부부에게 각 배우자가 내게 하고 있는 좋은 행동을 찾는 숙제를 냅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배우자에 대한 시각이 변하게 됩니다. 3장과 4장은 말하기와 듣는 기술을 가르칩니다. 부부관계는 결국 의사소통입니다. 어떻게 잘 말하고 들을 지 구체적으로 연습합니다. 5장과 6장은 부부가 어떻게 하면 둘의 의견을 잘 발휘해서 공동의 해결책을 찾을지 다룹니다. 해결책을 나누고 실행까지 들어갈 수 있도록 가르쳐주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리 노력해도 싸울 수밖에 없는 것이 부부입니다. 이러한 싸움과 갈등을 줄이는 방법을 7장에서 배우게 되죠.

-우 팀장: 정말 좋은 프로그램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교회가 이 프로그램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교수님께서 많은 활동을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가정문제를 이야기하니, 아무래도 자녀문제도 꺼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자녀의 돌봄, 또 인성교육과 신앙교육을 위해서 부부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이 교수: 부부가 잘 지내면 자녀는 저절로 잘 자랍니다. 아이들에게 언제 행복하냐고 물어보면 뭐라고 대답할까요? 엄마 아빠가 뽀뽀하는 모습을 볼 때, 다정한 모습을 볼 때라고 말합니다. 가정심리학에서는 부부가 가정의 대들보라고 합니다. 부부관계가 잘 서면 나머지는 잘 맞춰집니다. 부모와 자녀의 갈등, 자녀들의 비행과 상처 등은 모두 부모의 부부갈등으로 인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 팀장: 교회의 가정사목에 대해 생각하면, 혹시 사제나 수도자가 하는 것이 부족하진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분들이 결혼생활을 경험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말이지요. 과연 그리스도인 가정 문제를 사제와 수도자들에게 맡겨도 괜찮은 것일까요?

▲이 교수: 근본적으로 신부님이나 수녀님들의 가족 상담이 무척 좋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상담은 좋은 상담자를 만나는 것이라기보다는, 상담 중 자기 자신을 만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저는 수요일마다 ‘가족세우기’라는 가족 치료를 진행합니다. 이때는 사제와 수도자들도 적극 참여합니다. 물론 이분들은 가족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하신 분들입니다. 정말 섬세하게 가족의 갈등을 살피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평신도전문가들도 신부님, 수녀님들과 함께한다면 금상첨화일 것 같습니다.

-우 팀장: 마지막으로 그리스도인 가정에 좋은 말씀 남겨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이 교수: 우리나라 사람들을 보면 사랑이 넘칩니다. 그런데 사랑도 잘못되는 지점이 있습니다. 바로 ‘내 방식의 사랑’을 했을 때입니다. 사랑은 반드시 ‘맞춤형 사랑’을 해야 합니다. 내 아이가, 내 배우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아내는 남편과의 대화를 원하는데, 남편은 대화는 하지 않고 그저 액세서리만 사준다면, 그것은 사랑한다는 증거가 될 수 없겠지요. 맞춤형 사랑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실천한다면 가정을 잘 일구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2018년 12월 19일 이남옥 교수가 본지 우세민 취재1팀장과 가정문제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정리 민경화 mkh@catimes.krrn사진 성슬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