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북녘땅까지 달리고 싶습니다
암흑 속 밤하늘만 같던 남북 관계가 실낱같은 희망의 빛으로 다시금 하나 될 수 있음을 확인한 2018년이 지나고, 2019년 기해년(己亥年) 새해가 시작됐다. 365일 1년을 하루라 치면, 새해 첫날은 붉게 떠오를 태양의 여명이 세상을 조금씩 붉게 물들이는 즈음이 아닐까. 남북이 서로 맞잡은 두 손은 이제 이어질 철길을 따라 민족의 염원을 향해 내달릴 것이다. 이제 막 희망의 빛이 드리기 시작한 때 올 한 해를 시작하며 어둠 속 새벽 기차를 몰며 새 아침을 여는 한국철도공사(KORAIL) 강원본부 류복현 기관사를 만나 청량리역으로 향하는 기차에 함께 올랐다.
#길 위에서 오전 5시. 아직 한밤중인지 곧 있으면 새벽인지 구분조차 되지 않는 어둡고 추운 새벽, 강릉역 역사에서 올해 20여 년 경력의 류복현(프란치스코·46·춘천교구 강릉 입암본당) 기관사를 만났다. 피곤한 기운이 역력했던 기자와는 달리 아주 말끔한(?) 모습의 류 기관사가 밝은 표정으로 인사한 후 따뜻한 캔커피를 하나 건넨다. 피곤한 내색 하나 없이 여유로워 보이는 류 기관사는 오전 6시43분 강릉역을 출발해 서울 청량리역까지 가는 무궁화호 1634호 열차 승무를 맡았다. 류 기관사는 1996년 10월 동해기관사승무사업소로 초임 발령을 받은 후 지금까지 한곳에서 기관사로 근무하고 있다. 기관실에 오른 류 기관사는 운행 준비로 분주했다. 류 기관사는 근무표에 따라 배정된 여객열차와 화물열차를 운행한다. 요즘은 무궁화호뿐이지만 강릉과 동해, 태백 등 구간을 지나는 여객열차에 오르거나 시멘트 등을 실은 화물열차에 올라 승무하는 것이 류 기관사의 임무. “열차 운행을 마치고 종착지에 무사히 도착했을 때 기분이 참 좋습니다. 특히 여객열차 종착역인 강릉역에 도착한 후 여객전무로부터 아무 사고 없이 승객들 모두가 잘 내렸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속에서 저절로 ‘하느님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나옵니다.” #기도 밤이고 낮이고, 차량이며 선로, 역무 등 각 분야에서 분주히 움직여준 동료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독실한 신자인 류 기관사는 이 모든 것이 하느님께서 베풀어 주신 은총만 같아 감사의 기도도 늘 빠뜨리지 않고 드린다. 열차는 사고가 일어나면 큰 사고로 이어지기에 긴장의 연속이다. 기관사로 일하다 보면 식은땀이 흐르는 순간이 있다는 류 기관사는 “순간의 찰나지만 주님께 의지하며 지켜주시길 기도한다”면서 “그럴 때마다 하느님께서 도와주신 덕분에 그동안 큰 사고 없이 승무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열차 출발 준비를 마치고 기관실에 앉은 류 기관사가 주머니에 든 묵주를 꺼내 들었다. 기관사 1명만 운행에 나서는 1인 승무 때는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어 승객 탑승 완료 때까지 생긴 짧은 시간동안 묵주기도를 바친다. 일곱 살 무렵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안동교구 풍기본당에서 신앙생활을 시작한 류 기관사는 자연스럽게 신앙을 받아들였다. 군 제대 후 철도 일을 시작하게 됐고, 성가정을 이뤄 늘 부족하다고 느끼지만 매사에 하느님 자녀로서 살아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지금은 본당 청소년분과위원장, ME대표 부부, 교구 신앙문화유산해설사 등 규칙적이지 못한 근무시간의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시켜 누구보다 바쁜 신앙인으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박원희 기자 petersco@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