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평화를 꿈꾸는 청년들

정다빈 기자
입력일 2018-12-24 수정일 2018-12-26 발행일 2019-01-01 제 3126호 11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평화로운 세상을 꿈꾸며 평화를 공부하는 청년들이 있다.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정세덕 신부) 부설 평화나눔연구소의 청년 연구자 모임 ‘토마스회’와 의정부교구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소장 강주석 신부) 미래세대 연구자 모임 ‘샬롬회’ 청년들이다. 다양한 분야를 연구하는 청년 평신도들이 주축이 된 토마스회와 샬롬회는 각자의 방식대로 서로의 지식과 아이디어를 나누며 교류를 이어간다. 평화의 새 시대를 준비하며 그리스도의 평화를 세상 속에 실현하고자 고민하는 청년 연구자들을 소개한다.

● 의정부교구 ‘샬롬회’

매달 한 권의 책 읽고 의견 나눔

신선한 아이디어, 심포지엄서 발제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의 샬롬회는 미래 세대 평신도 전문가들의 구심점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했다. 가톨릭 신앙인으로서 미래의 전문가를 준비하는 20대, 30대 청년들이 서로 교류하고 각자의 전문 지식을 나누며 교회 안의 평신도 전문가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북한학, 신학, 문학, 언론정보학 등 다양한 분야를 공부하는 청년 연구자들이 주축이 되지만 여러 분야의 직장인으로 책 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하는 젊은 평신도들도 함께한다. 2017년부터 시작해 지금은 20여 명의 청년들이 참가하고 있다.

샬롬회 역시 가장 중심이 되는 활동은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서평회다. 회원들은 매달 ‘가톨릭’, ‘동북아’, ‘평화’와 관련된 책 한 권을 선택해 자유로운 형식의 서평을 제출한다. 서평회에서는 제출된 서평 가운데 그달의 주제를 정해 책의 내용과 아이디어를 나눈다. 시작 전에는 주목할 만한 교회 소식을 선정하고 이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교환하기도 한다. 지난 2년간 매달 서평회를 이어 온 결과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에는 젊은 연구자들이 제출한 서평과 도서가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서평회에서 제기된 신선한 아이디어는 발전시켜 공개 심포지엄에서 발제한다. 실제로 샬롬회는 2018년 7월 4일 ‘동북아에서 새로운 평화를 꿈꾸다’를 주제로 제1회 심포지엄을 열었다. 샬롬회 회원들은 자신들의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교회가 추구하는 가르침을 접목해 ‘안보 개념의 상대성과 평화 지향적 안보’, ‘근현대 동북아 안중근 서사에 나타나는 평화들과 평화 만들기’를 주제로 발제했다. 2019년에는 제2회 심포지엄을 개최하고자 준비 중이다.

2018년 12월 22일 의정부교구 파주 민족화해센터에 모인 샬롬회 회원들이 「복음의 기쁨」을 읽고 있다.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와의 연대도 샬롬회 활동의 중요한 부분이다.

회원들은 연구소가 주최하는 국제학술회의에 통역과 안내, 번역으로 큰 역할을 담당했다. 연구소는 청년 연구자들의 협업으로 힘을 얻고, 샬롬회 회원들은 학술회의 준비 조직의 구성원으로 참여함으로써 평화 분야 활동가, 전문가들과 교류할 기회를 얻는다. 이런 경험을 통해 청년들은 자신의 미래와 교회에서 가능한 역할을 고민하고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샬롬회 또한 공동체 안의 수평적인 관계와 의사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샬롬회를 처음 기획했고 서평회를 주관하는 주원준(토마스 아퀴나스) 박사는 본인을 “샬롬회 회장이 아닌 프로듀서”라고 소개한다. 강주석 신부 또한 ‘지도신부’가 아닌 연구소 소장으로, 샬롬회와 연구소 사이의 유대를 강화하고 샬롬회를 지원하는 역할로 모임에 참석한다. 모든 회원들은 동등한 공동체 일원으로 활동하는 것이다.

주원준 박사는 “역할을 나누고 직책을 부여하는 대신 공동의 목적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복음의 기쁨」 222항에 제시된 ‘시간은 공간보다 위대하다’는 개념과도 통한다. 공동체 안의 위계로 공간을 장악하는 대신 진전의 과정을 시작하는 것으로 시간을 채워가기 위한 목적이다.

● 서울대교구 ‘토마스회’

북한·통일·평화 분야 연구자와 활동가들 서로 지식 나누며 공부

토마스회는 북한, 통일, 평화 분야를 연구하는 대학원생들과 관련 실무 활동가들이 주축이 된 학술 공동체다. 북한학이나 평화학, 정치외교학 전공 연구자들이 많지만, 동시통역사, 초등학교 교사, 기자 등 평화 문제에 관심을 가진 직장인들도 함께한다. 2016년 2월 17일 발대 미사를 갖고 활동을 시작한 지 어느덧 3년. 그동안 공동체의 구심점이 됐던 활동은 무엇보다 1달에 1번 토요일 오전에 갖는 ‘월례모임’이다.

월례모임은 각자의 연구 주제나 직장 생활 활동을 나누는 발표가 중심이 된다. 2018년에는 ‘북한 비핵화와 검증 문제의 해결’, ‘자료로 보는 한반도 정세’, ‘빨갱이 담론의 형성과 의미변화’ 등을 월례모임에서 발표했다. 학술적 발표만 있는 것은 아니다. 2018년 7월에는 ‘통일 창작 문학을 활용한 수업 지도안 사례’를 주제로 초등학교 교사 홍은아(클라라)씨가 교육 현장에서 경험한 통일 교육 사례를 발표했다. 발표가 끝나면 신앙인들의 모임인 만큼 ‘안중근 토마스의 신앙 행적’, ‘성가란 무엇인가?’ 등을 주제로 영성 나눔을 갖고 1년에 한 번은 피정을 한다.

토마스회 회원들은 서울대교구 평화나눔연구소가 주최하는 학술회의와 포럼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평화나눔연구소와 한양대학교 평화연구소가 매년 2월에 공동개최하는 학술회의에서 토마스회 회원들은 발제자로 나선다.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가 매년 여는 한반도평화나눔포럼에서도 통역 지원 등 자원봉사자로 포럼 운영에 참여할 뿐 아니라 토마스회 주최 간담회를 열어 주요 발제자와 만나는 시간을 갖는다.

토마스회 회원들이 2018년 12월 15일 정기총회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18년 9월 열린 평화나눔포럼에서 토마스회는 미얀마 양곤대교구장 찰스 마웅 보 추기경과 만나 ‘미얀마 내 종교의 자유와 종교간 대화를 통한 평화의 길 모색’을 주제로 대담을 했다.

2018년까지 토마스회 회장을 지낸 손서정(베아트릭스)씨는 토마스회 활동을 통해 얻은 가장 값진 것은 “같은 목표를 향해 걷는 좋은 친구들을 얻은 것”이라고 말한다. “매달 모임을 통해 교류하면서 나만 알고 있는 분야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분야와 생각을 접하며 지평을 넓혀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습니다.”

토마스회는 2019년부터는 더욱더 평화롭고 평등한 공동체를 위해 새로운 구상을 하고 있다. 기존의 회장, 부회장, 분야별 부장 체제로 운영되던 조직을 개편하기로 한 것이다. 회장, 부장 등의 명칭을 없애고 수평적 관계인 9명의 열매와 7명의 은사가 중심이 돼 공동으로 의사를 결정하고 공동체를 운영하는 방식을 고민 중이다. 이는 학업과 생업의 와중에 공동체 운영의 책임을 맡는 회장단의 부담을 줄이는 방안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더 평등하고 평화로운 공동체를 실험해 보기 위해서다.

낯선 운영 방식인 만큼 공동체 안의 우려도 크다. 그러나 새로운 구상이 더욱 발전된 형태의 공동체 모습이며, 새로운 시도는 젊은이의 특권이라는 제안에 모두가 공감했다. 손서정씨는 “토마스회의 목표는 주님이 주시는 참 평화를 세상 속에 실현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북한과 평화에 대한 지식을 나누는 것에서 더 나아가 더 나은 공동체의 모습을 고민하는 노력 역시 토마스회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고군분투의 일환이다.

정다빈 기자 melani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