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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해·일치] 평화 선포의 새해를 소망하며 / 이원영

이원영(프란치스코)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연구원
입력일 2018-12-24 수정일 2018-12-26 발행일 2019-01-01 제 3126호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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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18일은 1978년 덩샤오핑이 중국의 개혁개방을 결정한 지 40년이 되는 날이었다. 중국은 개혁개방 40년 만에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경제 규모를 갖춘 국가가 됐다. 중국은 1978년 대비 2017년 기준으로 GDP는 56.6배, 1인당 GDP는 39.5배, 공업생산액은 173배, 무역액은 199배, 예금액은 3090배가 늘었으며, 외환보유고는 1억6700만 달러에서 3조1399억 달러로 세계 최대 채권국이 됐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휩쓴 이후 패권국 미국이 중국과의 협력을 통해 세계 운영에 나서야 한다는 ‘G2’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물론 중국의 개혁개방은 순탄한 직선적인 경로는 아니었다. 개혁개방의 분위기에서 1989년 5월, 베이징 텐안먼(天安門) 광장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가 발생하자 중국 지도부는 군대를 동원해 무력 진압했다. 이 텐안먼 사태 이후 1991년 덩샤오핑은 우창(武昌)과 같은 혁명성지와 선전, 주하이(珠海), 상하이(上海) 등 남부지방을 순행했다. 이른바 남순강화(南巡講話)였다. 남순강화를 통해 덩샤오핑은 개혁개방은 포기할 수 없는 나아갈 길이라는 것을 역설했다.

그렇다면 경제 발전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한 북한에게도 이러한 발전 경로를 제안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러한 경로에 들어서기 위해 북한 역시 현재 미국 주도 국제정치경제 질서에로의 편입을 결정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현재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 제재 해제가 절대적인 선결 조건이 될 것이다. 따라서 경제 제재의 원인인 핵문제 해결이 그 출발점일 수밖에 없다.

북한은 안전 보장을 위해 핵을 보유하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미국이 북한에 대해 불가침을 약속한다면, 핵 보유의 명분은 사라지게 되는 것이 아닐까? 예를 들어 북한 비핵화를 3단계 과정으로 북미 간에 합의한다면, 1단계의 시작과 동시에 미국이 북한에 대한 불가침을 약속하고, 1단계의 종료와 더불어 종전 선언을 하고, 2단계의 진행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결정할 수 있는 ‘세컨더리 보이콧’의 잠정 중단을 선언하고, 3단계에 들어가 UN 제재와 미국 의회의 제재 유보를 결정한 후, 3단계의 종료와 더불어 제재 해제 결정과 더불어 한반도 평화협정 협상을 시작한다면 어떨까?

이러한 방안이 남북 정상회담과 한미 정상회담 및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연쇄적으로 ‘탑-다운’(top-down, 하향식 의사결정)으로 결정될 수 있다면, 새해에는 한반도 평화를 향한 보다 구체적인 발걸음을 떼어 놓을 수 있지 않을까? 이러한 담대한 상상력으로 ‘그리스도가 세상에 오시어 멀리 여러분에게도 평화를 선포하시고 가까이 있던 이들에게도 평화를 선포’(에페 2,17)하셨던 것처럼, 새해에는 우리도 멀리 있는 미국과 가까이 있는 북한에 한반도의 평화를 선포할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한다.

이원영(프란치스코)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