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

[독자마당] 응답

김 빅토리아(대전교구 공주 신관동본당)
입력일 2018-12-24 수정일 2018-12-26 발행일 2019-01-01 제 3126호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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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70대 할머니입니다. 대림 시기 한 해의 끝자락에서 감사의 성체조배를 하던 중 50대 후반의 체험이 문득 떠올라 글을 써 보내봅니다.

제가 50대 후반일 때, 남편이 감전사고로 30개월 투병생활을 한 적이 있습니다. 갑작스런 사고에 저는 3일 작정기도를 시작했습니다. 3일 동안 물 한 모금 입에 대지 않고 고해성사를 보고 미사에 참례하고 성체만 모셨습니다. 그렇게 3일을 단식하며 주님께 살려달라고 매달렸습니다. 어지럼증이 왔지만, 일상생활을 이어갔습니다. 3일 단식 9끼를 계산해 감사미사를 봉헌했습니다. 물려받은 유산 없이, 그동안 열심히 일해 내 집 마련하고 자식들 교육시켰지만 모아둔 돈이 없었습니다. 갑작스런 투병…, 문제는 돈이었습니다.

“주님! 주님께선 부자시잖아요! 저 돈 좀 빌려주세요. 꼭 갚을게요!”

성체조배실에서 떼를 썼는데 그때 전화가 울렸습니다. 남편 쾌유 여부를 묻는 지인의 전화였습니다. 그땐 자존심도 필요 없었습니다. 그저 제 상황이 봇물처럼 입에서 터져 나왔습니다. 그분이 “우리 기도합시다” 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또 다른 분이 전화를 걸어와 계좌번호를 물었습니다. 의아해하며 통장을 확인해보니 그 당시 돈으로 무려 천만 원이 입금되어 있었습니다. 온몸이 경직되는 기분이었습니다.

아! 주님께선 당신께서 사랑하신 사람들을 통해서 함께 일하시고 그분들을 통하여 나에게 ‘응답’주심을 알았습니다. 그분들 안에서 역사하시는 주님 사랑 또한 만났습니다. ‘우리는 주의 사랑을 이웃에서 보네’ 성가가 절로 터져 나왔던 기억이 납니다.

“주님! 이젠 갚을 길도 열어주세요” 하고 떼를 썼더니, 뒤늦게 남편의 소식을 접한 친인척들이 힘을 모아줬습니다. 그분들의 사랑이 모여 빚을 갚을 수 있었습니다.

주님 앞에 감사를 들고 갈 때 감사가 나에게 다시 돌아와 큰 축복이 돼 나를 채워줌을 체험했습니다. 그 후 내적치유도 함께 해주셨습니다. 들에 핀 소박한 꽃들의 아름다움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또 이 말씀도 마음에 들어왔습니다.

“믿음의 기도가 그 아픈 사람을 구원하고, 주님께서는 그를 일으켜 주실 것입니다.”(야고 5,15)

남편은 주님 은총으로 덤으로 사는 인생이라며 감사의 마음으로 매일 저와 함께 환우들의 쾌유를 위한 묵주기도를 바칩니다. 환난 중에 있을 때 사랑으로 기도해주신 모든 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부자는 아니지만 내 삶에 필요한 모든 양식들을 색색이 조화를 이룬 무지갯빛으로 엮어 축복으로 주신 우리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김 빅토리아(대전교구 공주 신관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