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장에서] 낙태하지 않고 생명 지킨 엄마 / 이소영 기자

이소영 기자
입력일 2018-12-24 수정일 2018-12-26 발행일 2019-01-01 제 3126호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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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로 몸을 굴린 사람’, ‘사고 친 사람’…. 미혼모에 대한 시선이 다 그렇죠. 아닌가요?” 2018년 12월 2일자부터 이번 신년호까지 ‘미혼모에게 용기와 희망을’ 기획을 5회에 걸쳐 연재했다. 처음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땐 아니라고 할 수 없었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라거나 ‘경솔한 사람’처럼 부정적인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 탓이었다.

그러나 직접 만난 미혼모들은 달랐다. 그들은 저마다의 사정이 있었다. 결혼 직전 부득이하게 남성과 헤어진 여성도 있었고, 아이 아빠와 여전히 사랑하고 있지만 어려운 형편 때문에 일부러 미혼모로 살며 시설의 지원을 받는 여성도 있었다. 한순간의 실수로 미혼모가 된 여성은 생각보다 드물었다.

이들은 오히려 누구보다도 책임감 있는 사람들이었다. 나이가 어리지만, 혼자 먹고 살기에도 빠듯하지만, 주변에서 손가락질 받았지만, 가족조차 등을 돌렸지만, 남자가 무책임하게 떠났지만, 낙태하지 않고 생명을 지킨 엄마들이었다.

그럼에도 부정적인 사회의 인식에 대해 미혼모 협회 인트리 대표 최형숙씨는 ‘사회적 살인’이라고 표현했다. 미혼모라는 이유만으로 푸대접 당하고 따돌림받는 일은 너무도 흔하다면서다. 실제로 최씨는 자신이 미혼모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운영하고 있던 미용실 문을 닫아야 했다. 최씨가 알던 한 30대 여성은 동창생들 사이에 미혼모라는 소문이 퍼지자 그 수군거림을 견디다 못해 지난 10월 13일 자살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정에서의 사랑에 관한 권고 「사랑의 기쁨」에서 ‘그 이유가 무엇이든지, 외부모는 그리스도 공동체의 다른 가정과 본당의 사목 단체의 도움과 위로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우리는 지금도 ‘그릇된 편견으로 사회적 살인을 저지르고 있는 건 아닐까.’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인 12월 30일부터 1월 5일까지 가정성화주간을 지내는 우리 모두가 자문해봐야 할 질문이다.

이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