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우리 본당 주보성인] 본당 주보성인 중 1순위는 ‘성모 마리아’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18-12-24 수정일 2019-01-15 발행일 2019-01-01 제 3126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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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신앙으로 인류 구원에 협력한 분
교구 내 46개 본당이 주보성인으로 선택해

가톨릭신문 수원교구는 2019년 새 기획으로 ‘우리 본당 주보성인’을 연재한다.

‘우리 본당 주보성인’은 교구 내 본당들이 어떤 성인을 주보로 삼고 있는지를 알아보고, 그 성인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자리다.

아울러 연재된 주보성인에 관한 내용을 바탕으로 퀴즈를 함께 진행한다. 퀴즈를 풀어 정답을 보내면 추첨을 통해 마리아의 아들 수도회가 후원하는 선물을 받을 수 있다. 성인의 삶과 신앙의 이야기를 듣고 퀴즈도 풀면서, 신앙의 모범이 되는 성인을 본받고 공경하며, 성인의 전구를 청해 우리 신앙을 성숙시키는 계기로 삼아보자.

심순화 화백의 ‘평화의 모후’.

교회가 모든 성인 중에 가장 공경하는 성인은 누구일까. 신자라면 누구나 ‘성모 마리아’를 떠올릴 것이다.

마리아는 예수 탄생의 소식을 알리는 천사에게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라고 응답하며, 예수를 잉태하고 낳았다.

그러나 마리아는 피동적으로 예수의 탄생에 이용된 것이 아니라 자유로운 신앙과 순종으로 인류 구원에 협력했다. 마리아는 예수의 유년시절과 공생활, 수난과 죽음에 이르기까지 밀접하게 함께했다. 뿐만 아니라 예수의 죽음과 부활 이후에도 사도들과 함께 기도했음을 성경이 증언하고 있다.

교회는 마리아가 하느님의 어머니이며, 평생 동정이고, 원죄 없이 잉태됐으며, 하늘로 불림을 받았음을 믿으며 마리아를 특별히 공경하고 있다.

특별히 한국교회는 마리아에 대한 공경과 사랑이 각별한 나라이기도 하다. 수많은 신앙선조들은 모진 박해와 혹독한 고난을 겪으면서도 성모 마리아의 전구를 구하며 굳건하게 신앙을 지켰다. 1838년 한국교회는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를 주보성인으로 삼았고, 성모승천대축일에 해방을 맞으면서 국내에 더욱 성모신심이 퍼져나갔다.

교구의 주보성인 역시 ‘평화의 모후’다. ‘평화의 모후’는 마리아의 칭호 중 하나로, ‘평화의 왕’인 예수 그리스도를 잉태함으로써 세상에 그리스도의 평화가 도래하도록 했고, 스스로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평화의 사도가 된 것을 기리는 표현이다.

교구 내에도 무려 46개 본당이 마리아를 주보성인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교회가 마리아를 사랑하고 그 애칭이나 별칭이 많은 만큼 주보로 삼은 마리아의 이름은 각양각색이다.

제1대리구 동백성마리아본당처럼 ‘성 마리아’를 주보로 삼은 본당도 있지만, 대부분의 본당은 ‘하늘에 올림을 받은’, ‘영원한 도움이신’, ‘신자들의 도움이신’, ‘묵주기도의’, ‘고통의’ 등 마리아를 표현하는 수식을 사용해 주보성인의 이름을 부르고 있다. 또 교구 주보인 ‘평화의 모후’처럼 ‘평화의 모후’, ‘순교자들의 모후’, ‘일치의 모후’ 등으로 부르거나, ‘어머니’임을 강조해 ‘그리스도의 어머니’, ‘구세주의 어머니’로 부르고도 있다. ‘티 없이 깨끗하신 성모성심’과 같이 마리아의 마음이나, ‘복되신 동정마리아의 자헌’과 같이 마리아를 성전에 봉헌한 사건을 주보로 삼은 본당도 있다.

■ 주보성인을 아십니까

하느님 앞에서 중재하는 수호자

세례 때 주보성인 모시고 그 이름을 세례명으로

주보성인 공경 대중화돼 국가나 도시 봉헌하기도

어느 본당에 가든지 우리는 그 본당 주보성인의 이름을 만날 수 있다.

서양의 경우 본당 이름을 주보성인의 이름을 따라 부르기도 하고, 교구 내 몇몇 본당도 본당명을 주보성인의 이름을 넣어 짓기도 한다. 성당이나 공동체 등에 주보성인을 정해 그들의 모범을 따르고, 또 그들에게 전구를 청하는 것은 교회의 전통 중 하나다.

주보성인은 신자 개인을 위해 또는 단체나 성당, 어떤 지방, 특별한 직업이나 일을 하는 이들을 위해 하느님 앞에서 중재하고 보호해주는 수호자로서 수호성인이라고도 한다.

특별히 우리는 세례를 받을 때 공경하는 성인을 각자의 주보로 모시고, 그 이름을 세례명으로 정하곤 한다. 그리고 그 성인들의 삶을 본받아 신앙생활을 하고자 결심하고, 성인의 보호와 도움을 청한다. 주보성인을 선정해 공경하는 신심은 신자들에게 필요한 때와 장소에서 성인들이 도움의 손길을 펼친다는 믿음에서 비롯됐다.

주보성인 공경의 교리적 근거는 ‘모든 성인의 통공’과 ‘그리스도의 신비체’ 교리다. 신경에도 고백하고 있는 모든 성인의 통공은 동일한 신앙을 고백하고 있는 신자들이 상호 간에 기도와 선행으로 도울 수 있다는 교리다. 여기서 신자란 천국의 성인들과 연옥의 영혼도 포함한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사목헌장은 모든 성인의 통공이 “그리스도께 속하는 모든 사람은 그리스도의 성령을 모시고 한 교회를 이루며 그리스도 안에서 결합돼 있기 때문”이라고 ‘그리스도의 신비체’로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이미 성경에도 미카엘, 라파엘, 가브리엘 대천사 등 수호자의 개념이 있어왔다.

교회가 주보성인을 정해 공경하기 시작한 것은 4세기 초부터다. 당시에는 주로 사도들이나 순교자들을 주보성인으로 선정했는데 특히 순교자인 경우 그 무덤이나 유해 위에 성당을 지어 봉헌하고 그 순교자의 이름을 붙였다. 545년 라벤나교회가 미카엘 대천사에게 봉헌되면서 천사들도 주보성인으로 삼게 됐다.

중세기에는 주보성인 공경이 대중화돼 신자들의 주요 신심으로 자리 잡았다.

구약의 인물이나 성인들의 이름을 따 세례명을 짓는 것이 널리 퍼졌고, 세례명으로 선택한 성인을 자신의 주보성인으로 공경하며 기도하는 것이 일반적인 신심이 됐다. 이 시기에 성인들을 공경하는 정신은 단순히 교회의 차원에서가 아니라 사회와 문화에도 영향을 끼쳐, 어느 국가나 도시가 어느 성인에게 봉헌되기도 하고, 예술가들은 작품에 성인들의 일생을 담기도 했다.

현재도 주보성인 공경은 주요한 신심이다. 현재 어떤 지역의 주보성인은 그 지역에 속한 성직자나 평신도들에 의해 선정될 수 있지만 반드시 그 지역 주교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하고, 주보성인이 국제적인 성격을 지닐 때는 교황청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