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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에세이] 가정을 채우는 다섯 가지 양념 / 이진이

이진이 (헬레나·제1대리구 상현동본당)
입력일 2018-12-24 수정일 2018-12-26 발행일 2019-01-01 제 3126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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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을 닮은 내어줌
가정의 여러 가지 양념 중에서 자연주기법은 소금을 닮은 것이라 생각해봅니다.

자연주기법이란 여성이 자신의 배란일을 기록해가면서, 여성의 자연적인 능력을 훼손하지 않고 보존하면서 출산을 조절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히 출산조절이라는 방법의 차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부부 상호 간의 내밀한 대화와 협력, 그리고 상호 존중을 통해 부부사랑의 의미가 실현될 수 있는 정결과 사랑이라는 영성이 담겨 있습니다.

“자, 지금부터 서운한 것을 화내지 말고 이야기해보자.”

저희 부부는 대화를 통해 여러 가지 사정, 삶의 여러 가지 것들을 나눠보기로 했습니다. 저는 신랑이 왜 그렇게 음식을 가지고 타박을 하는지, 아이에게 필요 이상의 장난감을 사주고 싶어 하는지 물어보았습니다. 며칠 후, 작은 감정이라도 흩어지지 않게 부지런히 말을 꺼내 놓습니다.

“우리 엄마는 내가 태어날 때부터 아팠어. 그래서 성치 않은 몸으로 된장찌개를 끓여주셨는데, 그런 엄마 생각이 나서 된장찌개를 보면 마음이 격해지는 것 같아. 말이 거칠어서 미안해. 그리고, 장난감은 내가 어릴 때 우리 집 형편이 어려워서 나는 장난감을 쳐다보면서 울기만 했어. 그래서 내가 못 누려본 걸 우리아이에게 해주고 싶어서야.”

‘그랬구나…. 그랬었구나…. 진즉에 물어볼걸….’

함께든 생각은 저 또한 성급했다는 것입니다. 예술을 업으로 살고 있는 저는 창조적 힘을 발휘하는 데는 익숙했지만, 기다림과 내어줌엔 서툴렀습니다.

소금은 우리가 생명을 유지하는 데 있어 반드시 필요한 무기질로 음식의 맛을 끌어올리기도 하지만, 보존할 수 있게 돕습니다. 무엇보다 자신의 짠맛을 음식에 온전히 내어주는 소금은 내어줌과 기다림의 양념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부부의 사랑을 보존하기 위해 필요한 내어줌은 그런 면에서 소금과 닮았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내 방식대로 억지로 변화시키려는 것은 감정의 폭력일 뿐, 헌신과 기다림, 인내심과 존중이 담겨 있는 가정공동체와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한편, 작은 전쟁터였던 저희 가정은 자연주기법과 함께 봉사의 자리가 됩니다.

이진이 (헬레나·제1대리구 상현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