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하느님 안에서 기쁨 되찾기] 이단을 어떻게 구분하나요?

이찬 신부rn(성 골롬반외방선교회·다솜터심리상담소장)
입력일 2018-12-18 수정일 2018-12-18 발행일 2018-12-25 제 3125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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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단, 복음에서 떠나 다른 가르침을 좇는 것

【질문】이단을 어떻게 구분하나요?

최근에 성당 앞에서 이상한 사람들이 선교활동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개신교 이단들 중에서 그런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그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들어보면 넘어갈 정도로 시원시원하고 신앙의 궁금증을 잘 풀어준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에 정말 조심해야 할 듯합니다. 이단인가 아닌가 하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나요?

【질문】이단, 복음에서 떠나 다른 가르침을 좇는 것

심리학자 앨리스 엘버트라는 사람은 ‘합리정서행동치료’라는 심리치료법을 개발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인간은 합리적이면서도 동시에 비합리적인 신념을 만들어내는 존재라고 합니다. 그리고 인간의 사고는 정서와 행동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즉 인간이 갖는 불안감이나 우울, 열등감, 시기, 질투 등은 주로 개인이 지닌 사고방식에 따라서 생겨난다고 보았습니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사건을 마주하게 되는데 이런 사건들을 자기가 갖고 있는 비합리적인 사고방법으로 해석하기 때문에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고 본 것입니다.

그가 제시한 비합리적인 신념 가운데에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첫째, 나는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사랑이나 인정을 받아야 한다. 둘째, 나는 완벽할 정도로 유능하고 합리적이며 가치 있고 성공한 사람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셋째, 나쁘고 사악하며 악랄한 사람은 비난과 벌을 받아 마땅하다.

이 밖에도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이 중에서 세 번째 항목의 내용은 많은 사람들에게 혼란을 가져다줄 수 있습니다. 나쁜 사람이 벌을 받는 것은 당연한데 비합리적인 신념이라는 말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뿐 아니라 이 심리학자의 생각이 틀렸다고 간주하기 쉽습니다. 더욱이 윤리적인 지침이 강한 한국 같은 경우에 나쁜 사람이 벌 발아 마땅하다는 것이 비합리적인 신념이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할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사회 정의를 부르짖고 정의가 실현되는 그런 나라를 만들고 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외람된 말씀이지만, 역사를 통해서 나쁜 사람이 벌을 받지 않는 것을 너무 많이 보아왔고, 매스컴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이야기는 사악한 사람들이 별 탈 없이 살아가고 있는 현 세태를 너무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많은 행정·사법·입법부의 관료, 판검사, 국회위원들과 재벌, 성직자들이 그렇다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지만, 우리가 생각하듯 그렇게 벌을 받고 있지 않기에 혼란이 가중됩니다.

이단의 일반적인 정의에 의하면, 정통 학파나 종파에서 벗어나 다른 학설을 주장하는 일이나 교파를 뜻합니다. 그릇된 교훈을 가르치는 ‘이단’이라는 뜻은 복음 이외의 다른 가르침을 좇는 행위를 일컫는다고 합니다. 오늘날 ‘이단’이란 표현은 거의 대부분 복음에서 떠나 다른 가르침을 좇거나 교회 내에서 당파심을 불러 일으켜 교회의 분란을 조성하는 경우에 국한해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질문하신 내용을 봐도 이상한 사람들의 선교활동, 그들의 말에 의한 시원시원한 해석에 혹하게 되지만 뭔가 조심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이단을 구별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많은 책 등에서 우리에게 가르침을 주고 있습니다.

한국천주교회는 2017년 3월 주교회의의 결의에 따라 ‘한국 천주교 유사종교 대책위원회’를 결성하였습니다. 위원회에서는 건강한 교회는 윤리적, 신학적으로 건강해야 하며, 말씀 안에서 공동체의 친교가 건강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단을 신봉하는 사람을 교화하고 지도해야 할 것입니다. 물론 교화하기가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은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는 이단이라는 말을 피하고 ‘갈라진 형제’, ‘갈라진 비가톨릭’으로 매우 부드럽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공의회에서 우리에게 권고하는 대로 이들의 잘못을 하느님께 용서를 청하고 교회가 재일치하도록 노력을 하여야 할 것입니다. 서로 판단해서 비난하기보다는 인내로써 극복하려고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 질문 보내실 곳 :

[우편] 04996 서울특별시 광진구 면목로 32

[E-mail] sangdam@catimes.kr

이찬 신부rn(성 골롬반외방선교회·다솜터심리상담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