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당신만을 / 사랑으로 선택했기에 / 사랑으로 열린 길 / 이 길을 따라 / 오늘도 / 노래하며 걸어가게 하소서.”(이해인 수녀 「길이신 예수님께」 중에서)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기, 화려하고 번잡한 세속의 분위기에서 잠시 떠나 지난날을 되돌아보는 것은 어떨까. 그리스도인에게 있어 한 해의 마침과 새해의 시작은 하느님과의 대화, 곧 ‘기도’가 가장 잘 어울리지 않을까.
올 한 해 수도서원 50주년을 맞았던 이해인 수녀(클라우디아·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가 마무리 시점에서 「사계절의 기도」 개정판을 펴냈다. 이 책은 이해인 수녀의 수많은 시들 가운데 ‘기도시’만 가려 뽑은 선집이다. 수도자로서의 체험과 시인으로서의 통찰이 담긴 기도시 200편이 모여있다. 1993년 출간 이래, 20여 회 중쇄를 거듭하고 두 차례 개정되며 오래도록 사랑받은 책이다. 수도자요 시인으로 살아 온 이 수녀의 삶이 온전히 담겨 있는 이 책에는 작가의 시적 근원, 곧 내적 성찰과 영적 갈망이 응축돼 있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1976년 첫 시집 「민들레 영토」를 선보인 이래 이 수녀는 단순하고 일상적인 시어, 소박하고 아름다운 시어, 그러면서 고요하고 성찰적인 시어로 일찍부터 종교의 벽을 뛰어넘어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아 왔다.
이번 개정판에는 지난 6월 6일 제63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낭독된 ‘우리 모두 초록빛 평화가 되게 하소서’를 비롯한 신작시를 수록했다. 각각의 시들을 주제에 따라 묶어 ‘일상의 기도’, ‘묵상의 기도’, ‘전례의 기도’, ‘소명의 기도’라는 4부로 나눠, 필요와 시기에 따라 찾아 읽기 쉽게 편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