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이해인 수녀, 수도서원 50주년 기념 「사계절의 기도」 개정판 펴내

우세민 기자
입력일 2018-12-18 수정일 2018-12-18 발행일 2018-12-25 제 3125호 21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50년 수도자 삶에 시인의 사색 더해져 피어난 기도
512쪽/2만2800원/분도출판사
내적 성찰과 영적 갈망 응축된 ‘기도시’ 200편 가려 뽑아 발간
일상·묵상·전례·소명 4부로 편집 1993년 출간 후 꾸준히 사랑받아

올해 수도서원 50주년을 맞는 이해인 수녀는 「사계절의 기도」 개정판을 수도공동체와 동기 수녀님들에게 바치고 싶다고 말한다.

“오직 당신만을 / 사랑으로 선택했기에 / 사랑으로 열린 길 / 이 길을 따라 / 오늘도 / 노래하며 걸어가게 하소서.”(이해인 수녀 「길이신 예수님께」 중에서)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기, 화려하고 번잡한 세속의 분위기에서 잠시 떠나 지난날을 되돌아보는 것은 어떨까. 그리스도인에게 있어 한 해의 마침과 새해의 시작은 하느님과의 대화, 곧 ‘기도’가 가장 잘 어울리지 않을까.

올 한 해 수도서원 50주년을 맞았던 이해인 수녀(클라우디아·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가 마무리 시점에서 「사계절의 기도」 개정판을 펴냈다. 이 책은 이해인 수녀의 수많은 시들 가운데 ‘기도시’만 가려 뽑은 선집이다. 수도자로서의 체험과 시인으로서의 통찰이 담긴 기도시 200편이 모여있다. 1993년 출간 이래, 20여 회 중쇄를 거듭하고 두 차례 개정되며 오래도록 사랑받은 책이다. 수도자요 시인으로 살아 온 이 수녀의 삶이 온전히 담겨 있는 이 책에는 작가의 시적 근원, 곧 내적 성찰과 영적 갈망이 응축돼 있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1976년 첫 시집 「민들레 영토」를 선보인 이래 이 수녀는 단순하고 일상적인 시어, 소박하고 아름다운 시어, 그러면서 고요하고 성찰적인 시어로 일찍부터 종교의 벽을 뛰어넘어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아 왔다.

이번 개정판에는 지난 6월 6일 제63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낭독된 ‘우리 모두 초록빛 평화가 되게 하소서’를 비롯한 신작시를 수록했다. 각각의 시들을 주제에 따라 묶어 ‘일상의 기도’, ‘묵상의 기도’, ‘전례의 기도’, ‘소명의 기도’라는 4부로 나눠, 필요와 시기에 따라 찾아 읽기 쉽게 편집했다.

1부 ‘일상의 기도’는 하루하루 체험하는 기쁨과 행복이란 감정, 자신과 타인을 바라보는 자세와 그 음성에 귀 기울이는 태도, 끊임없이 흘러가는 시간을 대하는 마음가짐, 해를 맞이하고 넘어가며 거듭하는 다짐과 반성을 노래한다. 2부 ‘묵상의 기도’에서 이 수녀는 “깊은 데로 저어 나가 그물을 치시오”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처럼 마음 깊은 곳에서 그물을 쳐서 희망과 기쁨, 겸손과 인내의 고기를 잡는다. 3부 ‘전례의 기도’에는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다리는 대림 시기부터 주님 성탄 대축일,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기억하는 사순 시기와 주님 부활 대축일 등 가톨릭 전례 주기에 따라 바칠 수 있는 기도시가 실려 있다. 4부 ‘소명의 기도’에서 이 수녀는 세상과 타인을 향해 눈을 돌려 만남의 소중함을 되새기기도 하고, 용서하고 용서받을 줄 아는 용기를 간청하기도 한다.

이 수녀는 ‘시인의 말’을 통해 “이 시집을 저의 오늘이 있게 해 준 수도공동체와 오랜 나날 이심전심으로 자매적 우정을 키워 온 나의 동기 수녀님들에게 바치고 싶다”며 “‘내가 당신의 사랑을 영원히 노래하리이다. 당신의 미쁘심을 대대로 전하리이다’(시편 89,1)라는 구절을 새로운 약속처럼 가슴에 되새긴다”고 말했다.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