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 동포·외국인 노동자… 약자의 손을 잡아주다
교회 테두리 안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삶의 대화’를 통해 그리스도인과 비그리스도인이 만나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지향하는 교회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정신을 아시아 땅에서 구현한 삼중대화의 핵심일 것이다. 지난 50여 년간 종교와 국경을 넘어 차별없는 세상을 위해 연대해 온 시모노세키 노동교육센터(소장 나카이 준 신부)는 약자와 더불어 사는 삶 가운데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는 ‘삶의 대화’를 실천해왔다. 강제징용 당한 조선인들과 열악한 환경에 맞서 투쟁해 온 노동자들의 아픔이 서린 도시에서 소외된 이들을 위한 연대의 구심점, 시모노세키 노동교육센터를 찾았다.
■ 복음화, 함께 살아가는 것
지난 50여 년간 센터의 활동은 ‘가톨릭교회’ 내에 머물지 않았다. 물론 센터가 소속한 일본 예수회가 운영을 지원하고, 하야시 신부와 현재 소장인 나카이 준 신부는 지역 본당을 찾아 사회교리를 강의한다. 그러나 센터와 연대해 온 노동, 인권, 평화 활동가들은 대부분 가톨릭 신자가 아니다. 일본교회 안에서도 가톨릭 사제가 교회 밖의 인권 운동에 앞장서는 일에 대한 비판과 우려는 항상 존재했다. 그러나 신앙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같이 살아가는 것이 복음화라고 믿는 센터의 정신은 지난 50년 세월 동안 변하지 않았다. 특히 지난해 새 소장으로 부임한 나카이 준 신부는 재일 동포들이 받는 차별과 배제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일제시대 재일 동포들의 민족 교육을 위해 세워진 조선학교는 해방 이래 수많은 핍박을 받았고 북한의 일본인 납치사건 등 정치적 사건이 쟁점화될 때마다 공격의 대상이 돼 왔다. 시모노세키에도 센터에서 멀지 않은 곳에 야마구치 조선학교가 있다. 학교가 위치한 재일 동포 거주 지역은 ‘변소’라는 모욕적인 별명이 있었던 곳이다. 시당국이 상하수도 시설을 이 지역에는 오랜 기간 갖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가주의의 물결이 거세진 일본 사회에서 조선학교는 부당한 혐오와 원칙 없는 배제의 상징이다. 일본 정권은 외국인 학교를 포함한 일본 내 모든 고등학교 교육을 지원하는 고교무상화 정책 대상에서 조선학교만을 제외했다. 나카이 신부는 매달 한 차례 조선학교 고교무상화 제외 정책에 대한 반대 시위에 나서고 일본 내 조선학교의 존재를 한국에 알리는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내년 2월에는 한국 예수회와 연대해 서강대학교 학생들과 야마구치 조선학교 학생들의 교류를 촉진하는 청년 문화 교류 프로그램을 열 예정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자주 함께 있는 것’이다. 야마구치 조선학교에서 열리는 운동회, 학예회, 졸업식 등 각종 행사에 센터의 구성원들은 빠지지 않는 손님이다. 나카이 신부는 한 주에 두어 번 학교 운동장에서 아이들과 축구를 한다. 일본 사회의 복음화란 누구도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며, 이를 위한 첫걸음은 차별받는 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임을 믿기 때문이다.일본 정다빈 기자 melani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