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2018 문화·스포츠 결산

성슬기 기자
입력일 2018-12-18 수정일 2018-12-19 발행일 2018-12-25 제 3125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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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토착화된 교회 미술로 발돋움… 스포츠로 평화의 초석 마련
고전미 담은 성모상 교황께 선물
103위 중 63위 초상화 작업 추진
서울대교구, 교회 미술품 관리 통해 문화복음화 발전 토대 마련
동계올림픽으로 ‘평화’ 기대 높아져

문화의 복음화라는 과제가 일선 사목 현장과 교회 사목정책 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인식을 반영하듯, 한국교회의 문화사목 영역은 점점 확장되고 있다. 올해도 다양한 가톨릭교회 문화·스포츠 이슈가 있었다. 교회 내 신앙적으로 의미가 담긴 이슈부터 독자들에게 큰 호응을 받은 이슈까지! 문화·스포츠 이슈 톱5를 뽑아봤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월 18일 프란치스코 교황을 예방해 선물한 최종태 작가의 성모상.

■ 교황께 드린 최종태 작가 작품

한국적 단아함을 성상(聖像)에 잘 담아내는 원로 조각가 최종태(요셉·서울대 명예교수)씨는 올해 10월 문재인(티모테오)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그의 작품 2점을 선물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핫’(HOT)한 인물이 됐다. 지난 1984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방한 때 ‘성모자상’을 선물한 바 있는 최 교수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자신의 작품을 선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황에게 선물한 작품은 ‘성모 마리아상’과 ‘예수 얼굴’. 성모상은 평화와 화합을 상징한다. 단아한 모습의 성모상에는 그의 고요한 작품세계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작품이 단순해 마리아의 얼굴과 가지런히 모은 두 손이 도드라진다.

가시면류관을 쓴 예수 얼굴상은 금색으로 된 부조 작품이다. 가시관을 썼지만 예수님 표정은 평화로움 그 자체다. 고통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표정을 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최 작가는 1958년 서울대 미대를 졸업한 후 60년 동안 조각가의 길을 걸어왔다. 그는 한국을 대표하는 원로 조각가이자 가톨릭 신앙인으로서 교회조각의 토착화를 이끌어왔다.

최 작가는 “아마 평화로운 한국인 얼굴을 한 예수님과 단아한 성모님의 모습이 한반도의 평화를 염원하는 교황님과 문 대통령의 만남과 잘 어울렸던 것 같다”고 밝혔다.

■ 주교회의 문화예술위원회, 103위 성인 초상화 제작

신자 예술인들은 한국 순교성인들을 공경하고 그 행적을 기릴 수 있는 성인 초상화 작업을 마무리 짓고 있다. 올해 2월 주교회의 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장봉훈 주교)는 12월 말을 목표로 한국 103위 순교 성인 중 개별 초상화가 없는 63위 성인의 초상화 작업을 시작했다.

이번 작업에는 서울대교구와 대구대교구 등 전국 12개 교구 가톨릭 미술가들이 공동으로 참여했다. 완성된 초상화는 기존 초상화와 함께 내년 5월 1~13일 서울 명동 갤러리1898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작업은 1984년 한국 103위 순교성인이 시성된 지 34년 만에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또 신앙 후손들이 성인들의 구체적 삶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에서도 값지고 보람된 작업이다.

한편 이번 작업 중에는 고(故) 방오석(마르가리타) 화백의 유작도 있다. 고인은 ‘김임이(데레사) 성녀’ 초상화를 완성한 뒤, 올해 7월 자신의 모든 작품을 교회에 맡기겠다는 뜻을 전하며 하느님 곁으로 떠났다.

한국 103위 순교 성인 초상화 제작자 워크숍 참가자들이 2월 22일 서울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4층 강당에서 박수를 치며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 서울대교구 ‘가톨릭 미술연구소’ 설립

‘가톨릭 미술연구소’(소장 허영엽 신부, 이하 연구소)가 올해 7월 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 산하에 설립됐다. 신앙에 대한 문화적 접근을 넓히고, 교회미술품을 체계적으로 보전하고 관리하기 위해 세워졌다.

연구소는 올해 11월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을 찾는 이들을 위해 도슨트(전문해설사) 양성과정을 마련했으며, 인문학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다채로운 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울러 연구소에서는 그동안 지적돼 왔던 교회미술품 관리를 위해 관리 목록과 매뉴얼 등을 만들어 가고 있다. 교구와 본당에서 소유하고 있는 미술품을 대상으로 조사를 해 나가며, 보존관리를 위한 원칙과 규범을 제시하기로 했다.

소장 허영엽 신부는 “교회 미술품이 여기저기 나눠져 있고 조사가 잘 안 돼 있다”면서 “중요한 작품인데도 방치돼 있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목록화 작업이 완성되면 전산화 작업과 책자도 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평창 ‘평화’ 동계올림픽

올해는 우리 안방에서 스포츠사목을 꽃피운 한 해이기도 하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가 2월 9~25일 강원도 평창과 강릉, 정선 일대에서 열렸다. 현장에는 국가대표 선수들을 위한 사목을 도맡고 있는 서울대교구 임의준 신부(직장사목부 담당)가 파견됐으며, 오스트리아와 독일 등에서도 사제를 파견했다.

이번 올림픽의 가장 큰 이슈는 ‘평화’였다. 특히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코리아’(KOREA)가 구성되면서 꽁꽁 얼어붙었던 한반도에 평화의 바람이 불었다.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중 신자인 이연정(마리스텔라)·최지연(데레사) 선수는 “평양냉면을 꼭 같이 먹고 싶다”고 말했다. 두 선수는 모두 당시 북한 대표팀 선수들과 찍은 영상과 사진을 보여주며 “남과 북이 점점 교류가 늘어나 언니들을 다시 꼭 만나고 싶다”고 평화를 염원했다.

한편 본지가 진행한 평창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대표팀 주장 곽윤기 선수의 인터뷰는 본지의 올 한 해 문화·스포츠 분야 기사 중 독자들에게 가장 큰 호응을 받은 기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스피드스케이팅 대표선수들이 1월 28일 염수정 추기경(가운데)과 평창 동계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서울대교구 홍보국 제공

2017년 8월 가톨릭신문과 진행한 인터뷰 당시 고(故) 황병기 가야금 명인.

■ 가야금 명인 황병기 선생 별세

올해 1월에는 황병기(프란치스코) 가야금 명인이 향년 82세로 선종해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그는 ‘우리 창작음악’ 1세대로, 한국 최고 가야금 연주자이자 국악 작곡가로 인정받으며 ‘명인’이라 불려왔다. 이화여대 한국음악과 교수로서 제자들을 가르치다 2001년 정년퇴임한 황 명인은 2006년부터 5년간 국립관현악단 예술감독을 맡기도 했다.

황병기 명인은 2015년 부인 한말숙(헬레나) 작가와 함께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주례로 세례를 받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좋아서 세례명도 프란치스코라고 정했다는 황 명인은 늦은 나이에 세례를 받았지만 누구보다 꾸준히 신앙을 키워왔다.

당시 염수정 추기경은 황 명인의 선종에 깊은 애도를 표하며 “이제 주님의 품에 안기신 황 프란치스코 형제님께서 육신의 고통에서 벗어나 평소 늘 바라던 대로 하느님 나라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시길 기도한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2월 1일 유가족에게 조전(弔電)을 보내고 “우리의 소리, 한 자락이 사라지는 듯 마음이 아프다”면서 “고인의 업적은 후대를 통해 길이 이어질 것이고 우리는 고인의 연주를 오래도록 만날 것”이라고 전했다.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