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2018 세계교회 결산

최용택 기자
입력일 2018-12-18 수정일 2018-12-19 발행일 2018-12-25 제 3125호 12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하느님 백성 목소리 귀담아 듣고 함께 걸어가려 노력
다양한 현실의 젊은이들과 동반하며 도울 방안 모색
여성 권한 확대 위한 노력도
교황청과 중국 잠정 협약 체결
교회 일치·관계 정상화 토대
곳곳서 사제 성추행으로 몸살 교회 잘못 공적으로 고백

2018년 세계교회는 교회의 현재이자 미래인 젊은이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는 한 해를 보냈다. 교회를 떠나는 젊은이들의 고충을 듣고 해결책을 논의하기 위해 제15차 세계주교대의원회의(주교시노드)가 열렸다. 시노드 대의원들은 젊은이뿐만 아니라 교회 내 여성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한편으로는 세계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는 사제 성추행으로 몸살을 앓았다. 이 외에도 지난 한 해 동안 세계교회에는 중국교회의 주교 임명권을 둘러싼 교황청-중국의 ‘잠정 협약’ 체결, 바오로 6세 교황과 로메로 대주교 등의 시성, 새 추기경 14명 서임 등 굵직한 사건들이 있었다. 숨가쁘게 돌아갔던 2018년의 세계교회를 주교시노드, 교황청과 중국의 잠정 협약, 사제 성추행 문제 대처 등의 키워드로 되돌아본다.

지난 10월 3일 로마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제15차 세계주교대의원회의 개막미사 중 전 세계 젊은이 대표들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예물을 봉헌하고 있다. CNS 자료사진

■ 제15차 주교시노드 정기총회

지난 10월 3~28일 열린 제15차 주교시노드의 주제는 ‘젊은이, 신앙과 성소 식별’이었다. 교황청은 이번 주교시노드에서 젊은이들의 신앙 여정에서 교회가 이들을 동반할 최선의 방법을 모색하고 이들이 성소를 식별하도록 도울 방안을 마련했다.

한 달여의 지난한 발표와 토론을 거쳐 대의원들이 제출한 최종 보고서에는 교회가 다양한 현실에 직면한 젊은이들에게, 포장된 응답을 제시하기보다는 사안별로 식별하며, 이들의 신앙 여정에 동반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대의원들은 또한 여성들이 교회를 이끌 수 있게끔 여성들의 권한을 확대하라고 권고했다.

주교시노드 대의원들은 최종 보고서에서 젊은이들이 세례를 통해 받은 성덕 소명을 지지하고 이들이 교회에 공헌하며, 동시에 이들이 신앙 안에서 성장하는 과정에서 주님께서 이들에게 바라는 성소에 대해 올바로 응답할 수 있도록 도울 방안을 찾았다. 대의원들은 젊은이들이 교회를 떠나는 이유가 교회 안에서 성덕을 찾지 못하기 때문이라면서 “젊은이들에게 성인이 되라고 초대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성인이 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대의원들은 교회가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여성을 포함해 모든 하느님 백성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고 요청했다. 즉 모든 신자들이 함께 복음을 전하는 교회의 사명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느님 백성 모두 공동의 책임을 갖고 공동체를 쇄신해 서로 듣고, 지지하며 ‘함께 걸어가는 교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교시노드는 한 달여 동안 진행됐지만, 주교시노드 사무처는 전 세계 젊은이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 노력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6년 10월 6일 이번 주교시노드 주제를 발표한 뒤, 주교시노드 사무처는 의안집에 젊은이들의 목소리를 담기 위해 홈페이지를 통해 다국어로 된 온라인 설문을 마련해 10만여 명의 참여를 이끌었다.

또 교황은 제15차 주교시노드를 앞두고 교황령 「주교들의 친교」(Episcopalis Communio)를 발표하고, 주교시노드 최종 보고서를 교회의 공식 가르침으로 인정하는 등 주교시노드의 구조를 개혁하기도 했다. 교황은 투표권이 있는 대의원이 꼭 사제일 필요가 없다면서 의결권을 수도자들에게도 확대했다. 이번 주교시노드에는 세계남자수도회장상연합회에서 파견한 두 명의 수사가 대의원 자격으로 참가하기도 했다.

지난 10월 3일 제15차 세계주교대의원회의 개막 회의에서 연설을 하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 CNS 자료사진

■ 교황청과 중국의 주교 임명 합의

지난 9월 22일, 중국교회의 주교 임명 문제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던 교황청과 중국이 합의를 이뤄냈다. 교황청과 중국 사이의 ‘잠정 협약’(Provisional Agreement)에 따르면, 중국 주교들은 중국교회 공동체가 선출해 주교 서품 전 교황의 승인을 받아 임명된다. 교황은 중국 정부가 제안한 주교 후보자를 조사 뒤 승인하거나 거부할 수 있으며, 만일 교황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중국 정부는 새로운 후보자를 내야 한다. 결국 중국 주교의 임명권은 교황에게 있는 것이다.

교황청은 이번 협약으로 “중국 가톨릭 신자들은 중국 정부의 인정을 받고 교황청과 일치하는 주교를 가질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또 교황청은 “이번 협약은 협상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발표해, 이번 협약이 향후 양국의 관계 정상화를 위한 토대가 될 것이라고 가늠할 수 있다.

교황은 협약 체결 뒤 ‘중국과 보편교회의 신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발표해, 중국과의 잠정 협약 체결은 중국에서의 복음 선포와 중국 가톨릭 공동체와의 일치를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이번 협약은 중국교회에 훌륭한 목자들을 임명하고자 하는 희망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협약 체결이 교황청이 중국에 ‘중국 지하교회를 팔아버린 것’이라고 폄하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가 여전히 중국교회를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18세 미만의 미성년자에 대한 교회 출입금지, 교회 십자가 파괴 등 중국 정부의 종교 규제는 향후 교황청과 중국과의 관계 개선 노력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중국 북경의 원죄없는잉태 성당에서 기도하고 있는 신자들. 지난 9월 22일 교황청과 중국은 주교 임명에 관한 잠정 합의를 이끌어 냈다. CNS 자료사진

■ 교회 내 성폭력과 은폐 문화 반성

프란치스코 교황은 올 1월, 칠레와 페루를 방문했다. 교황의 22번째 해외 사목방문이었다. 하지만 칠레 방문은 열렬한 환영을 받았던 이전의 사목방문과는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교황의 칠레 방문을 앞두고 수도 산티아고의 성당 3곳에서 방화 테러가 발생했다. 칠레 성직자 성추문에 대한 항의 표시였다.

교황은 5월 칠레 주교 34명을 로마로 소환해, 칠레 주교단과 사제 성추행과 권한 남용으로 불거진 교회의 위기를 논의했다. 이어 칠레의 현직 주교 모두 교황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 교황은 성직자 성추행을 은폐한 주교 세 명의 사직서를 수리했다.

또 교황은 가톨릭교회 역사상 최초로 ‘공적으로’ 교회 내 ‘성폭력과 은폐의 문화’를 고백하고 개탄했다. 교황은 칠레 가톨릭교회와 국민들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성직자들의 성추행이 계속된 이유는 “교회 지도자들이 희생자들의 피해를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고백했다. 이어 교황은 서한에서 ‘절대로 다시는’ 성폭력의 문화뿐만 아니라 발생한 잘못에 대한 구조적인 은폐가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성직자의 성추행과 이에 대한 은폐는 칠레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8월에는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대배심이 지난 70여 년 동안 신부 300여 명이 알렌타운, 에리, 그린스버그, 해리스버그, 피츠버그, 스크랜튼교구에서 1000명이 넘는 아동들을 성추행했다고 발표했다. 교황이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대배심이 발표한 성직자 성추행 보고서에 대한 응답으로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에게 사제 성추행과 범죄 사실 은폐를 ‘범죄’로 규정하고 책임을 묻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발표했다.

이 외에도 미국 맥캐릭 대주교의 아동 성추행과 비가노 대주교의 은폐 고발 등으로 세계교회는 사제 성추행으로 몸살을 앓았다. 이에 교황은 내년 2월 전 세계 주교회의 의장들을 로마로 소집해 사제 성추행 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교황이 주교회의 의장 회의를 소집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는 상황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8월 25일 아일랜드 더블린의 성 마리아 준대성당을 방문해 사제 성추행 피해자를 기리는 촛불 아래서 기도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CNS 자료사진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