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2018 사회사목 결산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18-12-18 수정일 2018-12-19 발행일 2018-12-25 제 3125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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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에 하느님 나라를”… 평화와 정의 위해 앞장서다
올 한해 한반도 평화 기도
제주 4·3 비극과 아픔에 동참
비정규직 노동자·난민 등
사회적 약자들 눈물 닦아줘

2018년은 그 어느 해보다 격동의 시간이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물꼬가 트이기 시작한 남북관계는 지난해까지 얼어붙기만 했던 시절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급격히 풀려 나갔다. 올 한 해 한국사회의 화두는 단연 남북 화해와 한반도 평화였지만 한국교회는 이 외에도 사형제폐지 운동, 70주년을 맞이한 제주 4·3사건 바로 알리기와 추모 사업, 제주 예멘 난민 돕기, 해고와 비정규직으로 고통받는 노동자와 연대 사업 등 복음 정신 안에서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고자 힘썼다. 지난 1년간 한국교회가 사회사목 분야에서 펼친 활동을 뒤돌아 본다.

■ 한반도 평화를 향한 뜨거운 염원

문재인(티모테오)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4월 27일 분단의 상징으로 남아 있는 판문점에서 만나 남북 정상회담을 열었다. 한국교회는 흥분과 들뜬 분위기를 가라앉히고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 명의로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하며’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한국 천주교회를 대표해 이번 정상회담이 모든 국민들의 관심과 기대 속에 성공적으로 개최되기를 바라며,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의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이 이뤄지기를 기원한다”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짧은 성명이었지만 한국교회는 물론 온 국민의 뜨거운 염원을 대변했다.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초유의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서도 한국교회는 마음을 모아 기도했다. 북미 정상회담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김희중 대주교가 메시지를 내고 “이번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적인 결과를 환영하며 이번 회담을 통해 한반도에 완전한 평화가 정착되기를 온 국민과 함께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주교회의 민화위는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 몰고 온 한반도 평화 흐름을 학문적, 정책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올해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심포지엄을 6월 21일 대구가톨릭대학교에서 ‘남북 교류협력을 통한 한반도의 미래’라는 주제로 열어 교회 안팎의 호응을 얻었다.

주교회의는 9월 18~20일 평양에서 열린 올해 세 번째 남북 정상회담 결과를 지켜본 뒤 “한국 천주교회는 계속해서 평화의 복음을 선포하고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기원하며 끊임없이 기도할 것”을 다짐하는 입장문을 내놓았다. 한국교회는 두 번째 북미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서도 기도의 힘을 모으고 있다.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소장 강주석 신부는 “향후 남북 관계나 한반도 상황은 결정된 것은 없다”면서도 “남한 정부가 북미 사이에서 어떻게 중재 역할을 할 것이냐가 중요한데 그 안에는 한국교회의 노력과 신자들의 참여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제주 4·3 70주년 추모한 한국교회

2018년은 광복 70주년이면서 남북 분단의 혼돈과 이념 대립의 시대에 벌어진 현대사의 비극 ‘제주 4·3’ 7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한국교회는 70주년을 맞는 올해만큼은 제주 4·3의 진실을 조명하고 희생자의 넋을 기려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제주교구 4·3 70주년특별위원회는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민족화해위원회와 공동으로 올 한 해 다양한 4·3 관련 행사를 열었다. 2월 22일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 꼬스트홀에서 ‘제주 4·3의 역사적 진실과 한국 현대사에서의 의미’라는 주제로 학술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 심포지엄은 제주교구만이 아니라 주교회의가 공동 주최했다는 점에서 4·3 진실 규명이 한국교회 공동의 의무라는 사실을 보여줬다.

또한 4월 7일에는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가 주례하고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 등이 공동집전한 제주 4·3 70주년 추념미사가 명동대성당에서 봉헌됐다.

5월 4일 의정부교구 ‘2018 DMZ 평화의 길’ 캠프 참가자들이 파주 살래길을 지나고 있다. 의정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제공

제주교구 4·3 70주년특별위원회가 2월 22일 연 4·3 70주년 심포지엄.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 인권과 정의를 향한 끊임없는 외침

한국교회는 하느님이 인간에게 부여한 항구적인 가치인 인권과 인간의 존엄성을 높이는 활동을 올해에도 변함없이 이어갔다.

주교회의 정평위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는 11월 23일 인천교구청에서 사형제도 폐지 기원 이야기 콘서트를 열고 사형제 폐지의 당위성을 신자와 시민들에게 알렸다. 앞서 10월 10일에는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제16회 세계 사형폐지의 날 기념식과 토론회를 열었다. 대림시기(12월 2~23일) 동안에는 사형제 폐지와 종신형 도입을 촉구하는 입법청원 서명운동을 전국 본당 신자들을 대상으로 전개하기도 했다.

우리 사회 약자인 비정규직 노동자 및 해고 노동자와 연대하는 활동에도 교회는 손길을 뻗쳤다.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가 구심점이 돼 KTX 여승무원 복직 결정을 이뤄냈고 쌍용차, 파인텍 해고 노동자들이 하루 빨리 직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호소문을 발표하고 그들을 위해 농성 현장에서 야외 미사를 봉헌했다. 최근 보상 합의가 나온 삼성전자 산재 희생자 권리 구제를 위해서도 서울 노동사목위원회와 빈민사목위원회는 올해 주님 부활 대축일 미사를 서울 강남역 삼성 본관 ‘반올림’ 농성장에서 봉헌한 바 있다.

서울 노동사목위 위원장 정수용 신부는 올 한 해 노동사목 평가에 대해 “일부 가시적인 성과가 있었던 것은 기쁘지만 아직 노동사목이 갈 길은 멀다”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해결해야 할 현안 이상으로 노동은 상품이나 경제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문제라는 인식 개선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밝혔다.

올해 한국교회가 펼친 활동 중 주목해야 하는 것에 제주 예멘 난민 지원도 빼놓을 수 없다.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는 7월 1일 ‘2018년 교황 주일 제주교구장 사목서한’을 발표해 난민 포용을 강조했다. 주한 교황대사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도 7월 28~29일 제주교구를 방문한 자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보내 온 교황청 자선기금 1만 유로를 예멘 난민을 위해 써달라고 강 주교에게 전달했다. 제주시건강가정지원센터장 홍석윤 신부는 “제주교구가 예멘 난민을 지원한 것은 할 일을 한 것일 뿐이고 한국사회가 난민을 특별한 존재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교회 가르침에 따라 난민에게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한국사회에서 오랜 기간 뜨거운 논란을 일으켜 온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대법원이 11월 1일 무죄 판결을 내놓자 한국 천주교 남자수도회 장상협의회 정의평화환경위원회와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생명평화위원회는 12월 9일 성명을 통해 인권친화적인 대체복무제 도입을 요구했다. 남녀 수도회는 대체복무제 안으로 국방부가 내놓은 36개월 교도소 근무는 기간이 지나치게 길다고 지적하고 “대체복무가 징벌적 성격이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4월 1일 삼성 산재 희생자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봉헌한 주님 부활 대축일 낮미사.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