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2018 ‘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결산

이소영 기자
입력일 2018-12-18 수정일 2018-12-19 발행일 2018-12-25 제 3125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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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이 건넨 사랑의 손길, 또다른 나눔으로 이어져
올해 10명 이웃에게 3억여 원 전달
성금으로 수술받고 건강 회복하기도
투병생활에 큰 희망 얻고 감사 전해

‘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거짓말이 아니라 진짜였다. 2017년 12월 10일자부터 올해 11월 4일자까지 ‘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에 소개된 이들은 자신이 받은 사랑을 더 큰 사랑으로 보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지난해 12월부터 현재까지 ‘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에 소개된 사연은 총 11건. 지금 모금이 진행 중인 김희진씨(12월 8일자)를 제외하고 10명이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들에게 전해진 성금은 총 3억3078만2326원. 독자들의 사랑을 또 다른 이웃에게 나누고 있는 이들의 사연을 결산한다.

■ 받은 사랑은 더 큰 사랑으로

올해 3월 11일자에 소개된 몽골인 잠스랑 앙그락(30)씨. 10년 동안 병으로 고생하다 올해 1월 폐렴 부종으로 그는 폐의 절반 이상을 자르는 수술을 받았다. 응급수술은 받았지만, 2000여만 원의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었던 앙그락씨. 그는 독자들에게 받은 성금 2409만9036원으로 자신의 병원비를 내고, 남은 돈은 또 다른 소외된 이웃에게 기부했다. 성금 전달 이후 고마움을 표하기 위해 인천교구 외국인노동자상담소에 종종 들르다가 우연히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방글라데시인의 이야기를 들었고, 그의 수술을 지원하기 위해 나머지 성금을 사용한 것이다. 인천교구 외국인노동자상담소 측에서는 “상담소에서 일하는 분 중 한 명인 방글라데시인이 갑자기 수술을 하게 됐다”며 “오래 전 균에 감염된 발목뼈에 통증이 심해지고 점점 부어서 조직검사와 철심을 박는 등의 수술을 급히 하게 됐는데, 앙그락씨가 이 얘기를 듣고 바로 도와주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앙그락씨는 이웃에게 받은 사랑을 도움이 필요한 또 다른 이웃에게 전하며 더 큰 사랑을 실천하고 있었다.

7월 1일자에 보도된 넬리(49)씨는 유방암 수술 후 암이 뼈로 전이돼 항암주사치료를 받으며 어린 두 아들을 키우고 있다. 여전히 항암주사치료를 받고 있는 상황이지만, 독자들이 넬리씨에게 보내준 따뜻한 나눔은 그녀에게 큰 힘이 돼 더욱 긍정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 특히 혼자서 아이들을 돌보고 병원을 다니는 등 바쁜 와중에도 자신에게 도움을 준 독자들을 위해 넬리씨는 매일 기도 봉헌을 하고 있다고 했다.

■ “당장은 못해도, 꼭 더 큰 사랑 나눌래요”

여러 한계로 인해 당장은 사랑을 나누고 있지 못하지만, 언젠가는 꼭 더 큰 사랑으로 보답하고 싶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5월 13일자에 소개된 베트남인 응엠 반두에(53)씨도 그 중 하나다. 반두에씨는 직장암 3기 항암치료를 앞두고 독자들의 정성으로 치료를 서두를 수 있었다. 아직 치료를 받는 중임에도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일용직을 전전하고 있는 반두에씨는 “낯선 땅에서 함께 걱정하고 기도해준 형제자매님들이 있었기에 힘을 내 치료 받을 수 있었다”며 “당장은 어렵지만 꼭 완쾌돼 정성에 보답하겠다”고 했다.

4월 22일자에 사연이 실린 김애란(31)씨도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전보다 건강이 많이 좋아졌다”며 “정말 감사하다”고 했다. 어릴 적 경추 4~7번이 손상돼 어깨 아래로는 몸을 움직이기 힘들어 지체장애 1급 판정을 받았고, 지난해 5월 3차 신경손상이 오며 건강이 나빠졌던 김씨였다. 당시 체중이 68㎏에서 34㎏까지 줄어들었던 그녀는 이제는 죽에서 벗어나 밥도 조금씩 삼킬 수 있게 됐다. 현재도 약물치료를 받고 있고 평생을 조심하며 살아야 하는 김씨이지만, 자신을 10년 넘게 도와주고 있는 활동보조인 김미주(43)씨를 비롯해 자신에게 도움을 준 분들에게 자신도 도움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11월 4일자에 소개된 제리 마니폰(46)씨도 “독자 분들의 도움이 없었으면 어찌할 바를 모르고 눈물만 흘렸을 것”이라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급성 뇌졸중으로 뇌수술을 받은 그는 현재 왼쪽 팔과 다리 등 몸의 절반이 마비된 상황이다. 그 탓에 지금도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과 집 인근에 있는 재활병원을 오가면서 치료를 받고 있지만, 그는 “성모님께 전구하며 힘을 내고 있다. 독자 분들의 마음에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않고 지낸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10일자에 보도된 카이사르 아론(35)씨는 갑작스런 뇌출혈로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지만, 독자들이 내민 도움의 손길에 다행히 의식을 회복했다. 이후 서울의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복지 당국의 지원으로 재활치료를 받았고, 상태가 상당히 호전돼 아내와 함께 10월 초 필리핀으로 귀국했다. 아론씨는 독자들이 모아준 성금으로 귀국 후 뇌출혈 수술 당시 삽입했던 기도관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고, 뇌출혈 수술 당시 함몰됐던 두개골 복원수술도 추후 받아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갈 꿈에 부풀어 있다.

■ 사랑을 나누기엔 아직…

앞서 언급한 대상자들과 달리, 아직 사랑을 나누기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도 있다.

8월 12일자에 사연이 실린 김성기(50)씨는 다리뼈에 추가적으로 철심을 박는 수술을 준비하고 있다. 독자들 도움으로 당뇨합병증으로 인한 급성 괴사성 근막염 응급 치료는 했지만, 왼발 일부를 절단해야 했고 허벅지와 정강이에는 발목을 지지하는 철심을 박았던 김씨다. 안타깝게도 그는 또 다른 합병증으로 백내장이 심각해져 12월 초 수술을 받았다. 현재는 오른발 염증도 갈수록 심해져 외래 치료를 계속 진행 중이다.

6월 10일자에 소개됐던 전(미카엘·18)군은 여전히 골수이식 수술을 받지 못하고 병마와 싸우고 있다. 급성 림프성 백혈병으로 고통 받은 미카엘군은 오랜 시간 항암치료를 받다 보니 부작용으로 근육마비 등이 발생해 수술을 계속 미루고 있는 상태다.

9월 16일자에 실렸던 박혁재(바오로·10)군은 IPEX증후군, 크론병, 중증 재생불량성 빈혈 등 여러 희귀난치병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았지만, 지금도 포기하지 않고 치료하고 있다. 골수이식 수술 이후 경과가 좋아 퇴원까지도 염두에 뒀었지만, 급격히 복막에 피와 물이 차면서 현재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 혁재군과 그의 동생 민재(베드로)군은 독자들의 기도와 후원을 계기로 세례를 받았다. 하지만 세례를 받으려 했던 어머니 김은경씨는 현재 혁재군의 상태가 악화돼 세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7월 22일자에 소개됐던 두 돌 아기 김보나(보나)양은 그동안 보나양을 괴롭히던 연소성골수단핵구성백혈병(JMML)에서 벗어나 지난 9월 하느님의 품으로 돌아갔다.

가톨릭신문 독자들의 후원과 미카엘군과 혁재군, 보나양 사이를 이어온 한국소아난치병사회적협동조합 이경희(클라라) 이사장은 “저 혼자라면 도울 수 없었을 아이들을 위해 마음을 열어주신 신자 분들과 후원에 동참해주신 신부님들께 감사드린다”며 “물적 후원은 못하셨더라도 마음으로 함께 기도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 ‘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적극 실천하기 위해 2003년부터 가톨릭신문이 진행해온 모금 캠페인이다. 독자들에게 직접 대상자 추천을 받아 엄정한 서류심사와 확인절차를 거쳐 본지 카리타스 면에 도움 호소 기사를 게재하고 있다. 이렇게 보도한 사연을 보고 독자들이 성금을 보내주면 이를 모아 대상자들에게 투명하게 전부 전달하고 있다. 연말에는 독자들이 보낸 성금이 어떻게 사용됐고, 대상자들의 현재 상황은 어떤지 결산을 통해 알리고 있다. ‘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를 통해 매년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만, 지금도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이웃들이 많다. 독자들의 따뜻한 사랑 나눔은 앞으로도 보다 큰 사랑으로 이어질 것이다.

※문의 053-255-4285 대구본사 총무팀

이소영 기자 lsy@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