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동안 작업한 14처, 주님께 성탄 선물로”
“‘아니마토르 십자가의 길’. 예수님과 함께 걸었습니다. 그 길의 끝에서 완성한 이 작품을 주님 성탄 대축일, 예수님의 생일선물로 봉헌합니다.”
부산 사직본당 청년회 ‘아니마토르’(Animator, 신앙의 선구자, 회장 이우섭, 지도 한상엽 신부)는 올해 특별한 성탄 선물을 마련했다. 2년여에 걸쳐 창작한 십자가의 길 14처 작품이다. 청년회 회원 20여 명이 한마음으로 모여, 수백 수천 번 한지를 오리고 붙이고 말리고 칠하는 과정을 거쳐 독특한 입체감과 색감을 드러내는 작품을 선보였다. 청년회 명칭을 본떠 부르는 이 작품은 특히 청년들의 묵상과 기도, 예수님을 향한 사랑고백이 녹아든 이 세상에 딱 한 세트 밖에 없는 작품으로 가치를 더한다. 시작은 가벼웠다. 지난해 청년회 피정을 마치고 한상엽 신부가 14처를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 청년들은 흔쾌히 응답했다. 하지만 창작 과정은 말처럼 쉽지 않았다. 청년들은 먼저 십자가의 길 의미를 묵상하고 나누기 위해 성경부터 펼쳤다. 이어 질문지를 만들고 서로의 묵상을 나누고…. 묵상나눔을 위해 서로 만나고 배려하고 때론 실랑이도 했다. 나눔 내용은 그림으로 그렸고, 그 초안을 바탕으로 14처 형상을 구상했다. 그러면서 한 사람 한 사람 ‘예수 그리스도께서 나와 함께 계신다’는 것을 절감하기 시작했다. ‘교회 안에서’, ‘함께’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번지면서 각자 청년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떻게 살아야하는지에 대해서도 고심했다. 묵상나눔만 14차례. 그러다보니 한 처를 완성하는데 한 달 이상이 소요됐다. 하지만 청년들은 이 모든 과정에 서로가 함께 있었기에, 무엇보다 한상엽 보좌신부가 모든 시간 동반했기에 가능했다고 입을 모았다. 한 신부는 “흔히 십자가의 길을 일컬을 때 수난과 죽음을 떠올리지만 그것은 바로 부활을 향해 걷는 길”이라며 “청년들이 그 길을 용감하게 걸어가길 바랐고, 혼자가 아닌 공동체가 함께하는 여정이 큰 힘이 될 것을 믿었다”고 말했다. 청년들도 한 처 한 처 작품을 만들어갈 때마다 “‘내 것’이 ‘우리 것’이 되고, ‘나를 위한 일’에서 나아가 ‘이웃을 위한 일’을 하게 되고, 이제 예수님은 내 삶의 전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아기 예수님께 이 작품을 봉헌하기 위해 마지막 열정을 끌어 모았다. 완성한 작품을 액자에 넣으며 청년들은 “우리가 함께 만든 선물을 아기 예수님께서 보시면 얼마나 기뻐하실까”라며 설레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또한 그 자리에선 서로가 서로에게 하는 “고맙다”라는 인사가 계속 되풀이됐다.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