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성탄의 상징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n박민규 수습기자
입력일 2018-12-18 수정일 2018-12-19 발행일 2018-12-25 제 3125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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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세주 오심 기념하며 예수 탄생 의미 다양하게 드러내

인류 구원을 위해 그리스도께서 사람의 모습으로 우리 곁에 오신 날을 맞아 거리 곳곳에는 성탄 캐럴이 울려 퍼지고 성당에는 구유와 트리가 아름답게 꾸며져 있다. 이렇듯 주님 성탄 대축일을 드러내는 상징들은 교회 역사에서 다양하게 나타난다. 그 의미와 유래는 무엇일까?

■ 구유

프란치스코 성인에서 비롯된 구유 만들기

오늘날 각 나라 풍습 따라 다양하게 제작

이탈리아 중부 그레치오 수도원에 전시된 구유. 그레치오 수도원에는 세계 각국의 구유가 전시돼 있다.

해마다 주님 성탄 대축일이 다가오면 각 성당과 기관 등에서 구유를 아름답게 꾸미고 아기 예수의 탄생을 재현한다.

구유는 말과 소에게 여물을 담아 먹이는 나무통으로 된 그릇이다. 가장 높으신 분이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오셨음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그들은 아기를 포대기에 싸서 구유에 뉘었다. 여관에는 그들이 들어갈 자리가 없었던 것이다.”(루카 2,7)

구유를 만드는 전통은 프란치스코 성인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프란치스코 성인은 가난한 임금의 탄생과 작은 마을 베들레헴을 늘 동경하고 있었고 눈으로 직접 보고 싶어 했다.

“베들레헴에서 탄생하신 아기 예수님을 기억하고 싶습니다. 아기가 겪은 그 불편함을 보고 싶고, 또한 아기가 어떻게 구유에 누워 있었는지, 그리고 소와 당나귀를 옆에 두고 어떤 모양으로 누워 있었는지를 나의 눈으로 그대로 보고 싶습니다.”(토마스 첼라노 「아시시 성 프란치스코의 생애」 중에서)

프란치스코 성인은 이러한 열망으로 1223년 이탈리아 중부 작은 마을 그레치오에서 베들레헴의 아기 예수 탄생을 재현했다. 당시 성인은 마을의 많은 사람들을 초대하고 실제 소와 당나귀도 데려와 베들레헴의 마구간을 그대로 보여주고자 했다. 오늘날 그레치오는 이탈리아의 베들레헴이라 불리며, 세계 각국의 구유가 그레치오 수도원에 전시돼 있다.

성탄 구유가 일반화된 것은 16~17세기로 알려져 있다. 특히 17세기 바로크시대에 제작된 나폴리 구유는 성탄 구유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18~19세기에는 독일 지역에서 일반 서민가정에 구유를 설치하는 것이 토착화됐고, 출판사에서 인쇄 그림을 대량 생산, 보급함에 따라 구유 제작이 대중화됐다.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념하기 위해 지역교회들이 각 나라의 전통과 풍습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제작해 오늘날 성탄 구유에 이르렀다.

전통적으로 성탄 구유에는 아기 예수가 모셔진 구유, 마리아와 요셉 상, 동물들과 목동들의 상이 놓여진다.

■ 크리스마스 트리

붉은색과 흰색 구슬은 각각 선악과와 성체 상징

동방박사 주님께 인도했던 ‘별’ 트리 꼭대기 장식

성 베드로 광장에 세워진 올해의 크리스마스 트리.

성탄의 상징을 말할 때 크리스마스 트리를 빼놓을 수 없다. 성탄이 다가오면 그리스도인들은 크리스마스 트리에 전구와 각종 장식 등을 달아 빛이신 그리스도께서 오심을 기념한다.

크리스마스 트리의 기원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1605년 독일 스트라스부르 연보 기록에 따르면 성탄 때 나무를 장식했다고 나온다. 따라서 독일에서 유래했을 것으로 추측한다. 당시 이 지방에서는 성탄 때 낙원극을 공연했는데, 공연을 하는 동안 상록수 나무에 제병과 비슷한 하얗고 동그란 과자를 달고, 주위에 촛불을 피워 나무를 빛나게 했다. 따라서 크리스마스 트리를 ‘천국의 나무’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이 풍습은 당시 독일에서 12월 24일에 아담과 하와를 기념하는 축제를 드렸던 것과 연관돼 전해졌다.

크리스마스 트리는 어떤 상징들을 지니고 있을까. 크리스마스트리는 두 가지 나무를 상징한다. 먼저 에덴동산의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로서 아담과 하와의 잘못을 기억하게 한다. 또 다른 하나는 ‘생명나무’로서 인류의 구원을 위한 그리스도의 탄생과 우리의 죄를 짊어지고 달리신 ‘십자나무’를 우리에게 상기시킨다. 크리스마스 트리에 장식하는 붉은 구슬은 죄를 지어 죽음이 찾아왔음을 되새기는 선악과를 상징하며, 하얀 구슬은 우리를 죽음에서 구하시고 지금도 생명의 빵으로 오시는 성체를 상징한다. 그리고 동방박사들에게 주님 탄생을 알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별은 크리스마스 트리의 꼭대기를 장식한다.

■ 캐럴

성가와 달리 쾌활한 요소 끌어들여

대중이 즐겁고 익숙하게 부를 수 있어

지난해 12월 수원교구 안산대리구 와동일치의모후본당에서 공연 중인 파리나무십자가 소년합창단.

캐럴이 교회 안에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5세기경이며 악보로 옮겨지게 된 것은 14세기 무렵이다.

본래 캐럴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전통적인 선율의 단순한 노래로 여러 전례시기에 존재한다. 하지만 흔히 캐럴이라는 용어는 크리스마스 때 사용되는 노래만을 가리킨다. 중세 때 경배가 중심인 그레고리오 성가와 달리 캐럴은 쾌활한 요소를 끌어들였고, 프란치스코 성인이 성탄 구유를 대중들에게 선보이고 춤과 노래로 예수의 탄생을 찬양한 덕분에 캐럴이 널리 퍼지게 됐다.

캐럴은 라틴어와 영어를 섞어 쓰고, 음악과 선율을 중시하며 일반적으로 대중들이 즐겁고 익숙하게 부를 수 있도록 돼 있다. 세계적으로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독일, 영국 등에서 많은 크리스마스 캐럴이 나타났다. 프랑스 캐럴은 목가적이며 전원적인 메시지가 많고, 영국에서는 14세기에 이미 캐럴이 음악적으로 중요한 장르가 됐다. 이탈리아 나폴리 지방에서는 성탄이 되면 목동들이 성탄 구유 앞에서 춤을 추며 캐럴을 부르는 풍습이 전해진다.

우리나라의 크리스마스 캐럴은 구한말에 유입됐으며 일제 강점기인 1933년에는 한복을 입고 성가를 부르는 최초의 크리스마스 씰이 발행됐다. 당시에는 개신교를 중심으로 캐럴이 퍼져있었고 해방 이후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졌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n박민규 수습기자 pmink@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