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장에서] 희망은 의무 / 정다빈 기자

정다빈 기자
입력일 2018-12-18 수정일 2018-12-19 발행일 2018-12-25 제 3125호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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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 없는 세상이라고들 한다. 교회도 사회도 모두 위기다.

일본교회의 아시아 복음화 삼중대화 노력을 취재하기 위해 방문한 일본 사회의 모습도 다르지 않았다. 오늘날 일본 사회에서 희망을 보는 일은 쉽지 않다. 제국주의의 향수에 기댄 국가주의가 다시 힘을 얻고 있고 외국인과 소수자에 대한 혐오는 날로 심해진다.

일본교회에 대해 취재하며 가장 많이 던졌던 질문은 “일본의 복음화는 왜 성공하지 못했습니까?”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곧 어리석은 질문임을 깨달았다.

신자 수가 많고 적음은 복음화의 척도가 될 수 없다. 오늘날 일본교회는 수적 열세와 물리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배타와 혐오에 맞서 목소리를 내며 소수자와 연대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그리스도의 정신을 전하는 데 적합한 시기와 토양을 따지는 대신 자신의 자리에서 희망을 길러내는 일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희망이란 원래 있다고도 없다고도 할 수 없다. 본시 땅 위엔 길이 없다. 다니는 사람이 많다 보면 거기가 곧 길이 되는 것이다.” 루쉰의 단편 ‘고향’의 마지막 문장이다. 어두운 현실 가운데서도 진정한 복음화를 고민하며 희망을 향해 걷는 일본교회의 모습에서 여러 번 떠올린 말이다.

그리스도인의 희망은 현실과 동떨어져 더 나은 삶을 꿈꾸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존재하는 세상 안에 그리스도의 가치를 발견하고 나누는 것이 아닐까? 희망의 빛으로 아기 예수님이 세상에 오신 성탄, 그리스도인에게 희망을 살고, 나누는 것은 곧 의무임을 새삼 떠올린다.

정다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