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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서울 나눔의 묵상회 노숙인 야간 순회 현장

이소영 기자
입력일 2018-12-18 수정일 2018-12-19 발행일 2018-12-25 제 3125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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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바닥 위 예수님을 만났습니다”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나눔의묵상회 ‘동절기 노숙인 야간 순회’ 참가자들이 12월 17일 서울역에서 한 노숙인에게 빵과 귤 등이 담긴 봉투를 건네고 있다.

“성탄 맞아 오신 아기예수님이라 생각하고 다가갑니다.”

12월 17일 오후 8시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만난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나눔의묵상회 이성순(세라피나) 담당 간사는 이렇게 말했다. 이날 이 간사는 오전 11시부터 대추와 생강, 감초, 둥굴레, 계피를 넣고 한방차를 달였다.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인 애덕의 집 소울베이커리에서 후원해준 빵과 구의동본당에서 지원해준 모자 등을 봉투에 넣어 1인분씩 포장도 했다. 이렇게 준비한 나눔 봉투를 이 간사는 오후 9시30분부터 1시간30분가량 거리를 돌아다니며 노숙인들에게 나눠줬다.

이 간사뿐만이 아니다. 이날 이 간사와 함께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장 황경원 신부, 부국장 이광휘 신부, 나눔의묵상회 회원 등 30여 명은 서울역과 시청, 을지로, 종각 일대에서 ‘동절기 노숙인 야간 순회’를 벌였다. 동절기 노숙인 야간 순회는 매년 12월부터 10회에 걸쳐 노숙인들을 찾아 돌보는 활동이다. 이를 통해 나눔의묵상회는 ‘가장 보잘 것 없는 이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라는 주님 말씀처럼 이들 안에 계신 예수님을 만나고 있다.

이날도 순회 참가자들은 “따뜻한 차 한 잔 하세요~”, “맛있는 빵도 있어요~”라면서 찬바람을 피하기 위해 몸을 상자로 덮고 있는 노숙인들에게 다가갔다. 올해 순회에는 의사와 간호사도 봉사자로 참여해 노숙인들의 건강 상태를 살폈다. 이들이 “어디 아프신 데는 없으세요?”라고 묻자, 한 노숙인은 “감기인 것 같아요. 선생님들도 추우실텐데 여기까지 와주시고 감사해요”라고 얘기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혼자서 살아가기에도 버거운 지금 같은 때에 성탄과 연말연시는 ‘나보다 우리’를 생각할 수 있는 좋은 시기라고 했다. 아들 김문찬(판탈레온·23·서울 목5동본당)씨와 함께 순회에 참여한 김성호(라파엘)·윤수연(라파엘라)씨 부부도 “우리 가족과 사회가 조금이라도 더 함께 행복할 수 있는 활동을 하고 싶어서 왔다”고 했다.

이번 순회에 함께한 황경원 신부는 “이렇게 나눔을 실천하는 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우리가 공동체를 이루고 잘 살아갈 수 있다”며 “나눔 실천에 보다 더 많은 이들이 함께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노틀담 수녀회의 마리안셈 수녀도 “성탄을 맞아 하느님의 사랑, 가족의 사랑을 되새겨보는 게 중요하다”면서 “처음엔 낯설 수도 있지만, 노숙인들도 결국 우리의 가족이다. 추운 겨울, 우리의 사랑을 이들에게도 퍼뜨려 나가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날 나눔 봉투를 받은 서울역 노숙인 요셉씨는 “나보다 못한 사람들을 위해 추운데도 시간 내서 도와주는 형제자매님들을 보면서 많이 배우고 있다”며 “지금은 내가 노숙인 신세지만, 언젠간 꼭 나보다 가난하고 보잘 것 없는 사람들을 존중하고 돕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나눔의묵상회는 “나눔을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도록 한국교회 실정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 보라”는 고(故) 김수환 추기경의 조언에 따라 1986년 설립됐다.

※문의 02-727-2547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나눔의묵상회 ※후원 우리은행 1005-301-304287 (예금주 나눔의묵상회)

이소영 기자 lsy@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