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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에세이] 가정을 채우는 다섯 가지 양념 / 이진이

이진이 (헬레나·제1대리구 상현동본당)
입력일 2018-12-18 수정일 2018-12-18 발행일 2018-12-25 제 3125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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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추 같은 대화
음식의 맛을 돋우기 위한 양념은 스며들 때 그 진가를 발휘합니다. 양념 각각이 가진 고유한 성질을 내려놓지 않는다면 재료와 잘 버무려지지 못할 것입니다. 자신의 것을 온전히 내어주고 음식 안에서 조화를 이루는 양념의 본성을 발견하는 것처럼, 가정의 본성을 발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랑 안에서 한 사람이 태어나고, 교육받고 성장하며, 자아를 실현하고 봉사할 수 있는 가정의 본성 안에서, 부부는 일치를 향해 서로 버무리고 숙성되는 시간이 필요한데요. 그 성장의 시간 안에 깊숙하게 관여하는 양념은 바로 대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부부일치와 내어줌은 한순간에 완성되는 것이 아닌데…. 어리석게도 성급히 완성하려고 했던 제가 경험한 첫 양념은 매서운 후추였습니다.

결혼 후 처음엔, 음식을 하는 것이 참으로 싫었습니다. 음식으로 인한 말들이 부부싸움의 서막이 되는 게 마땅치 않아서였지요.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마태 14,13-21)로 오천 명을 먹이신 말씀을 두고두고 음미하면서, 우리에게 생명의 음식이 되어주신 예수님의 사랑을 저 또한 가정에서 펼치고 싶었습니다.

“된장찌개가 이게 뭐고? 말 오줌이가.”

물의 양이 많다고 하면 될 것을…. 그 표현이 참으로 얄미웠고 제 맘을 후벼 팠습니다. 아니, 후추 한 줌을 물 없이 삼킨 것 같았습니다. 분한 마음에, 질세라 저 또한 뾰족한 말들을 앞세웠고, 부부 대화의 첫 시작은 맵고 모질고 또 매웠습니다. 이렇게는 안 되겠다는 마음과 함께 무언가 매듭을 풀고 싶은 마음이 저희 부부에게 공통과제로 다가왔습니다.

저희 부부가 함께 실천하기 시작한 것은 ‘자연주기법’이었습니다. 한 줌의 후추가 세계무역의 항로를 연 것처럼, ‘자연주기법’을 통한 부부대화는 시작이 비록 후추의 매운맛이었다 할지라도 인격을 나눌 수 있는 양념으로 스며들고 있었습니다. 비록 대화의 표현이 서툴다 할지라도 대화가 있다는 것은 서로에게 상처와 손상을 주기보단, 개방되고 받아들임을 줄 기회가 된다는 것도 ‘자연주기법’을 통해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면, ‘자연주기법’은 과연 무엇일까요?

<다음 주에 계속됩니다>

이진이 (헬레나·제1대리구 상현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