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억울한 생각이 듭니다

집에서, 학교에서, 그리고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항상 저는 억울한 생각이 많이 듭니다. 나름대로 모든 것을 열심히 하고 다른 사람에게도 못된 짓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 항상 차별 대우를 받는 것 같고 다른 사람들이 저를 홀대하는 듯한 생각이 들어 억울하고 분합니다. 혹시 자격지심 같은 것일까요?

【답변】자격지심 때문에 질투하고 노력하고… 곧 우리들의 모습 아닐까

작가이자 환경운동가인 트리나 폴러스가 1973년에 출간한 「꽃들에게 희망을」을 읽다가 보면, 알에서 깨어난 주인공 애벌레가 다른 애벌레들이 모두 한 방향으로만 가고 있는 것을 보고 어디로 가고 있는 건지 궁금해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때 애벌레들은 이유도 모르고 그저 다른 애벌레들이 가는 방향을 따라가고 있다고 말을 해줍니다. 그래서 노랑 애벌레와 호랑 애벌레도 애벌레 기둥을 열심히 따라 올라갑니다. 결국 호랑 애벌레만 그 꼭대기까지 올라가지만, 그곳에는 사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반면 노랑 애벌레는 이유도 모르고 기둥을 따라 올라가기보다는 나비가 되기 위해 번데기가 되기 시작합니다. 번데기 아저씨가 노랑 애벌레에게 “누구나 나비가 될 수 있단다… 나비가 되면 새로운 세상을 발견하게 되는데 많은 애벌레들은 그것을 깨닫고 있지 못하지. 자기 안에 나비가 될 수 있는 능력을 두고 다른 곳에서 찾고 있단다. 너도 올라와서 나비가 되어 새로운 세상을 찾아보렴”이라고 말을 해주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언젠가부터 ‘왜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지, 왜 타인보다 좀 더 나은 사람이 돼야 하는지, 그리고 왜 타인으로부터 인정받아야 하는지’를 알지도 못하고 끝없이 한곳을 향하여 열심히 달려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한쪽 방향으로 달려가는 그 끝에는 정작 아무것도 없을지도 모르는데도 말입니다.

제가 20대였던 시절 유명한 밀러스 포먼 감독의 ‘아마데우스’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야 살리에르와 같은 인물이 모차르트와 동시대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영화 속의 모차르트는 돈이 없어 타고난 재능으로 돈을 벌어야 했던 인물이라면, 살리에르는 돈은 많은데 재능이 모차르트만큼 되질 않아서 자격지심을 가지고 늘 모차르트를 질투하며 2인자로 살아가는 인물로 나옵니다.

타고난 재능을 세상에 알렸으나 혼자 쓸쓸히 죽은 모차르트와 그를 없애고 살아남은 살리에르지만, 정작 우리는 살리에르보다는 모차르트를 기억합니다. 노력은 항상 성공이나 인정으로 보상을 주는 것은 아닌 듯합니다. 입시철만 되면 반복해서 듣는 이야기처럼 늘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은 하면서도, 사실 우리 모두는 타고난 천재였기를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천재적인 능력을 가진 모차르트보다는 오히려 노력했지만 결국 후대에 이름을 남기지 못한 살리에르와 같은 삶이 우리와 더 닮아 있는 게 아닌가 합니다.

누군가 ‘존재’하는 의미를 보통 가정환경, 외모, 학력, 직업, 경제력과 같은 외적인 가치로 알게 되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아마도 조건 없이 ‘있는 그대로의 존재’를 인정받아온 경험이 없기 때문에 드러나는 가치에 조건적으로 의미 부여를 하는 게 아닌가 합니다. 물론 이 세상에서 ‘존재하는 모든 것’은 반드시 존재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을 텐데도 말입니다. 조물주가 우리 모두를 다르게 만든 이유는 분명 존재할 텐데 말입니다.

살리에르가 모차르트에게 느낀 자격지심 때문에 끊임없이 견제하고, 질투하고, 노력하는 모습이 곧 우리들의 모습 아니겠습니까? 불편한 진실일 수도 있는 자격지심은 어쩌면 살아있다는 이유로 가질 수밖에 없는 우리들의 삶의 몫이라고 생각해 보시면 어떠시려나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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