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장에서] 그대가 믿는 것 / 성슬기 기자

성슬기 기자
입력일 2018-12-11 수정일 2018-12-11 발행일 2018-12-16 제 3124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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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이해하고 자신보다 상대방의 마음을 먼저 헤아려주는 그런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로서 만날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배우자를 위한 기도 중 일부다. 많은 젊은이들이 하느님께 ‘어느 곳엔가 있을 운명의 사람’을 위해 기도한다. 그리고는 운명의 그 사람과 행복한 결혼 생활과 화목한 가정을 만들어갈 것을 꿈꾼다.

하지만 현실로 눈을 돌려보면 걱정이 앞선다. “두 사람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는 해피엔딩은 동화 속에서나 가능한 결말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올해 성탄절을 앞두고 ‘성가정 축복 구유’를 만든 이금희 수녀도 12월 6일 진행한 인터뷰에서 “생각보다 가슴 아픈 사연을 지닌 가정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동안 위기를 겪은 가정들을 많이 만나온 그는 “그리스도교적인 가치들이 사라져가고 있다”며 “사랑의 마음으로 나를 내려놓고 상대를 위해 헌신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런 마음들이 점점 약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하느님의 뜻을 발견하는 것과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주님께서는 그대가 청하는 것이 아니라 그대가 믿는 것을 주신다’고 말한 가경자 테클라 메를로 수녀님의 말을 가슴에 새기며 위기의 가정들을 위해 매일 기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말하는 그의 눈빛은 확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믿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평생을 함께 하는 부부 사이에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하느님께서 ‘내가 믿는 것’을 주신다는 확신이 있으면 우리의 기도는 달라질 것이다. 기도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오늘 우리 삶 속에서 작은 기도부터 시작해 보면 어떨까.

성슬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