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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선 주일 르포] 서울 영등포 쪽방촌 ‘요셉의원’을 가다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rn민경화 기자
입력일 2018-12-11 수정일 2018-12-12 발행일 2018-12-16 제 3124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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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 만든 사랑의 기적입니다

“아주 잘 하고 있어요. 조금만 참아요. 네, 이제 괜찮을 거예요.”

이가 아파 울상으로 들어왔던 한 형제가 치과 진료를 받은 뒤 환한 미소를 짓는다. 치과의사 김정식(안드레아·76·서울 삼성동본당)씨도 뿌듯한 마음에 같이 웃는다. “고맙습니다, 선생님. 정말 고맙습니다.”

서울 영등포 쪽방촌 골목 한가운데 3층짜리 건물, 요셉의원(원장 조해붕 신부).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부설 자선의료기관인 이곳에는 지역주민과 외국인 노동자, 난민 등 하루 평균 100여 명이 고통을 호소하며 찾아온다. 주로 의료 사각지대에 놓여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이들이다. 1987년 개원한 요셉의원은 그동안 사회적 약자 67만 명에게 무상진료를 제공했다.

요셉의원은 내과, 외과, 치과, 피부과 등 20여 개 과목을 진료한다. 또 환자를 위해 식사 나눔(목요일 오후), 이·미용서비스(화요일 오후), 목욕서비스(월·수·금요일 오후), 법률상담(넷째 주 금요일 저녁), 성경공부(금요일 오후 1시) 등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요셉의원을 통해 큰 병원에서 진료 받은 중증 환자가 선종하면, 장례절차도 지원한다.

이처럼 다채로운 자선활동이 이뤄질 수 있는 것은 봉사자와 후원자의 노력 덕분이다. 요셉의원에는 의료진을 비롯한 봉사자 1500여 명 대부분이 별도 비용을 받지 않고 무료 봉사한다. 이들은 “자선 활동은 특히 굶주린 이들에게 먹을 것을 주고, 집을 잃은 사람을 묵게 해주고, 헐벗은 이들에게 입을 것을 주며, 병자와 감옥에 갇힌 이들을 찾아보고, 죽은 이들을 장사 지내는 것”(「가톨릭교회 교리서」 2447항)이라는 교회 가르침을 그대로 실천하고 있다.

12월 7일 요셉의원에서 봉사하는 치과의사 김정식(왼쪽)씨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치과의사 김정식씨는 1987년 개원 당시부터 고(故) 선우경식(요셉) 초대원장을 도와 봉사를 시작했다. 김씨는 “이곳을 찾는 분들과 저마다의 힘든 점에 대해 대화하면서 마음까지 돌봐주려 노력한다”며 “어떤 분은 귤을 사와서는 고맙다며 펑펑 울기도 하고, 절을 하는 분도 계셨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환자들과 만나 소통하면서 예수님께서 진정 원하시는 사랑의 방법이 무엇인지 깨닫게 됐다”고 밝혔다.

사회·경제적 어려움이 갈수록 커지는 만큼, 요셉의원도 봉사와 후원 손길이 더 필요하다. 사회사업팀 홍정우(야고보) 팀장은 “IMF가 20년 전 일인데, 노숙도 대물림될 정도로 가난한 이들의 규모에 큰 변화가 없다”면서 더 많은 이들의 봉사와 후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환자들도 언젠가는 받은 사랑에 보답하고 싶다고 한다. 진료를 기다리던 한충현(61)씨는 “고된 일을 하다 보니 여기저기 아픈 곳이 많았는데, 6년 동안 요셉의원에서 치료 받으면서 건강이 많이 좋아졌다”며 “특히 여기 계시는 분들은 사회적으로 소외된 이들에게 절대 무시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끔 성심성의껏 진료해 주신다”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심모(50)씨도 “이곳은 봉사하는 마음으로 소외된 이들을 돕고자 모인 분들이 진료를 하니까 환자들에게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켜주려고 노력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이곳을 찾게 됐다”고 밝혔다. 한씨와 심모씨 모두 공통적으로 “나중에 여건이 된다면 요셉의원에 꼭 기부하고 싶다”는 뜻을 드러냈다.

※후원 문의 070-4688-3416, www.josephclinic.org 요셉의원 후원회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rn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