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세상살이 신앙살이] (463) 관상과 섭리

강석진 신부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입력일 2018-12-04 수정일 2018-12-04 발행일 2018-12-09 제 3123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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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수도원의 중요한 행사 담당 소임을 맡은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원활한 행사를 위해 일주일 전에 7명의 준비 위원 수사님들과 답사를 기획했습니다. 장소는 전라도 지역이었지만, 평소 수사님들이 하시던 일이 있어서 하루 일정으로 새벽에 출발하기로 결정했답니다. 이윽고 답사를 가는 날, 새벽 4시에 수도원에 모여서 출발했고, 운전을 맡은 수사님 빼고는 잠을 청했습니다. 2시간 정도를 달렸을까, 어느덧 답사의 1차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모두들 부스스한 모습으로 눈을 떠 1차 답사 장소의 동선과 준비 과정을 살핀 후 2차 목적지로 가려는데, 수사님들의 의견이 아침을 먹고 다른 목적지로 가자는 제안을 해, 식당을 찾았습니다.

시간은 아침 7시. 그렇게 식당을 찾다가, ‘아침 식사 됨’ 문구가 붙어있는 식당을 발견했습니다. 그 식당 안으로 들어가 보니 몇몇 분이 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60세 정도 되시는 식당의 주인아주머니가 우리를 반겨주셨고, 아침 식사로 국밥 정식을 시켰습니다. 그리고 식사를 기다리는데 주인아주머니가 우리 식탁으로 오시며 하는 말이,

“내가 관상을 좀 보는데, 한 번 봐 드릴까?”

나는 졸린 표정으로 아주머니 얼굴을 쳐다보는데, 젊은 수사님들은 그 제안이 재미있는 듯 가장 먼저 R 수사님을 지칭하며 말했습니다.

“좋아요. 그럼 저 사람을 먼저 봐 주세요.”

그러자 주인아주머니는 R 수사님의 얼굴을 유심히 관찰하더니,

“음, 아저씨 얼굴 생김새가 어쩌고저쩌고, 눈과 눈 사이가 어쩌고저쩌고, 코와 인중 사이, 그리고 코와 입술 사이가 어쩌고저쩌고. 그래서 아저씨는 일은 잘 해서 돈이 잘 들어와, 그리고 인기도 많아. 그런데 버는 만큼 씀씀이가 커. 그래서 돈을 만지면 그 돈이 줄줄 새. 그러니 그 돈을 반드시 마누라에게 맡겨야 좋아. 그런데 가만히 보니, 집에서 마누라를 달달 볶을 상이네!”

그러자 수사님들은 아주머니의 말이 재미있는지 깔깔거리며 웃었고, R 수사님과 친한 다른 수사님은,

“아주머니, 정말 잘 맞추시네요. 어떻게 관상으로 그 사람의 성격을 정확하게 알 수 있어요! 우와.”

그러자 그 아주머니는 우쭐한 기분에,

“아저씨들, 내가 여기서 우리 식당 오는 손님들 관상만 20년을 봤어요! 저 아저씨는 주말 부부, 그거 해야 해, 주말 부부가 딱 어울려. 안 그러면 마누라 숨도 못 쉬고 도망갈 거야.”

그 말을 듣자, 다른 손님들 중에 한 분이 재미있게 듣고 있더니,

“아따, 뭐, 멀쩡한 가정, 파탄 낼 일이 있소. 재미는 있는디, 너무 적나라하네요, 하하하.”

이렇게 수사님 한 분의 관상이 끝나자 형제들은 또 다른 수사님을 지목했고, 그러면 그 아주머니는 그 수사님의 얼굴을 보며 계속 뭐라 말했습니다. 그러면 전혀 엉뚱한 말인데도 형제들은 재미가 있는지 계속 깔깔거리며 웃었습니다. 그러는 동안 준비된 아침 식사가 나왔고, 한바탕 웃은 후에 식사를 하는지라 밥맛도 좋았습니다. 밥 먹다 말고 형제 한 사람이,

“그런데 R 수사님 관상은 맞는 것 같지 않아요? 돈 관념이 없고, 용돈을 받자마자 그날 바로 형제들에게 먹을 거 잘 사주고! 그리고 본인은 한 달 내내 빌붙고, 하하하”

그러자 R 수사님이 하는 말이,

“와, 관상이 때로는 맞을 때가 있네요. 그리고 관상으로 보면 나는 결혼하면 안 되는 팔자라는 거죠, 거 참 잘 됐네요.”

세상 사람들은 관상을 보지만, 문득 우리는 하느님 섭리로 살아가는 삶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인간의 미래를 아시는 하느님, 우리에게 관상은 그분의 섭리입니다.

강석진 신부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