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성경통독반 통해 2년에 걸쳐 성경 완청(聽)한 시각장애인 박장신씨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18-12-04 수정일 2018-12-05 발행일 2018-12-09 제 3123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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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들 통독 소리에 귀 열자, 말씀이 보였죠”
10여 년 전 시력 잃고
장애 어려움 속에서 세례
성경 접하며 신앙 키워

박장신씨는 “꾸준히 말씀을 접하면서 믿음에 확신이 생겼다”고 말한다.

2년 동안 본당 성경통독반에서 다른 신자들이 읽는 소리를 들으며 신구약 성경을 완독한 시각장애인이 있다. 박장신(요한 사도·50·대전교구 천안쌍용2동본당)씨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전 본당인 천안쌍용동본당에서 2016년 8월 26일부터 지난 7월까지, 매주 1회 성경통독반에 참석하며 성경통독 과정을 마쳤다.

“꾸준히 말씀을 접하면서 믿음에 대한 확신이 생긴 것 같습니다. 어렴풋하게 느꼈던 예수님이 삶 안에서 함께하심을 느낍니다. 미사에도 더 깊이 참례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성경통독을 시작할 당시 그는 신영세자였다. 10여 년 전 망막색소병선증으로 시력을 잃은 후 장애의 어려움 속에서 찾은 신앙이었다. 신영세자 후속 교육 차원에서 마련된 성경통독반에 예비신자 교리를 가르쳤던 천 마리안나 수녀(노틀담수녀회)가 등을 떠밀었다. “남들에게 폐가 될 것 같다”고 망설이자 천 수녀는 “듣는 것만으로도 말씀은 선물로 다가올 수 있다”고 설득했다.

성경통독은 반원들이 한 절씩 돌아가면서 읽는 식으로 진행됐다. 한 사람의 목소리가 아닌 다양한 음성과 감정으로 말씀을 접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볼 수 없고 듣기만 하는 그에게는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음성과 억양, 읽는 속도가 모두 달라 처음에는 두통까지 찾아왔다. 두 달 정도가 지나자 말씀이 귀에 꽂히기 시작했다.

해가 두 번이나 바뀌는 동안, 그가 결석한 날은 손에 꼽을 정도다. 평일미사 참례를 마치고 꼬박꼬박 모습을 드러냈다.

박씨는 “반원들의 배려와 도움이 통독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밝혔다. 차량 봉사를 해주고, 조금이라도 늦으면 안부를 물어 오는 반원들의 정성이 매주 발걸음을 이끌었다는 것이다.

통독 과정에서 “힘과 용기를 내어라. 내가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주겠다고 맹세한 땅으로 그들을 데리고 들어갈 사람은 바로 너다. 내가 너희와 함께 있겠다”(신명 31,23)를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구절로 꼽은 박장신씨.

“요즘은 ‘소리성경’이나 모바일 앱을 통해 말씀을 가까이하고 있다”는 그는 “신앙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덧붙여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고 하신 것처럼, 앞으로 기회가 되는 대로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밝혔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