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길에서 쓰는 수원교구사] 분당성요한성당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18-12-04 수정일 2018-12-04 발행일 2018-12-09 제 3123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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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여 명 동시에 미사 참례 가능
성당 안팎으로 성미술품 가득

제2대리구 분당성요한성당 전경.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성남 분당에서 태재고개를 향해 오르는 길. 아직 거리가 제법 남았는데도 웅장한 성당이 보인다. 바로 분당 지역에 세워진 첫 성당이자 제2대리구 중심 성당인 분당성요한성당이다.

고딕양식의 성당처럼 화려한 외관은 아니지만, 단아한 로마네스크 양식의 건축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성당의 모습은 마치 궁전이나 성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눈에 띄는 특징은 역시 규모다. 3000여 명의 신자들이 동시에 미사를 봉헌할 수 있는 성당은 2003년 봉헌 당시에는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가장 큰 규모의 성당이었다.

건축적인 규모와 아름다움만이 성당의 자랑은 아니다. 성당 안팎으로 가득한 성미술품은 구약에서부터 신약에 이르는 성경과 성인들에 관한 작품들로 가득하다. 이런 다양한 성미술을 만나기 위해 순례를 하는 신자들도 있어, 본당에서는 성미술 투어도 운영한다. 대성당에는 음관열 수가 65개에 이르는 대형 파이프 오르간도 설치돼있어 성음악에도 특화된 성당이다.

이렇게 큰 성당이 세워진 이유는 다름 아닌 신자들을 위해서다. 1993년 본당설립 당시 신도시로 마련된 분당 지역에는 40만 명의 인구가 이주할 예정이었지만, 지역 내 성당 부지가 단 두 곳뿐이었다. 신자는 많은데 본당의 수가 적은 만큼, 한 본당의 성당을 크게 지어야 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그동안 여러 본당을 분가시켰음에도 지금도 본당의 신자는 1만6000여 명에 달한다.

성당이 자리한 위치도 교회의 역사와 함께하고 있다. 분당은 1989년 정부의 계획으로 조성된 신도시지만, 이 지역에는 이전부터 박해를 피해 모여든 신자들이 교우촌을 이뤄왔다. 또 성당이 자리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로 498는 1846년 이민식(빈첸시오)이 서울 절두산에서 순교한 성 김대건 신부의 시신을 안성의 미리내성지까지 옮긴 길목인 태재고개 인근이기도 하다.

2006년 교구에 대리구제가 시작되면서 성당은 성남대리구 중심 성당으로 지정됐다. 성당 옆에는 성남대리구청이 설치됐다. 성당은 성남대리구의 중심으로서 대리구의 크고 작은 행사를 도맡아왔다. 뿐만 아니라 교구에서 가장 큰 규모의 성당인 만큼 교구 행사들이 열리는 공간이 되기도 했다.

그동안 교구와 성남대리구의 중요 공간으로 활약해온 성당은 지난 6월 대리구제가 개편되면서는 제2대리구 중심 성당이 됐다. 지난 7월 5일에는 문희종 주교의 대리구장 주교 취임미사가 열려 제2대리구의 중심으로서의 첫 걸음을 내딛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