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신앙에세이] 공동체의 일치 / 김희명

김희명 (요세피나·제2대리구 분당성마태오본당)
입력일 2018-12-04 수정일 2018-12-04 발행일 2018-12-09 제 3123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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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가 운다./ 매미 소리에게 내 마음을 준다./ 개망초 꽃이 피었다./ 꽃에게 내 마음을 준다./ 살구나무에 바람이 분다./ 바람에게 내 마음을 준다./ 날아가는 나비에게/ 가만히 서 있는 나무에게 마음을 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 세상 처음이었던 내가 보인다./ 처음엔 늘 환했다.

‘처음엔 늘 환했다’라는 김용택 시인의 시를 읽으며 생명학교 독서모임을 생각합니다. 생명학교 독서모임은 교구 사회복음화국 생명학교 수료생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공동체입니다. 1기 독서모임에 이어 2기 독서모임, 3기 독서모임이 있습니다.

1기 독서모임의 처음은 3년 전 봄날입니다. 봄에 만난 우리들은 매미와 개망초 꽃과 살구나무와 바람과 나비에게 마음을 주는 시인처럼, 서로에게 마음을 줍니다. 그리고 시인의 고백처럼 독서모임을 하면서 우리도 마음이 편해집니다. ‘한처음’에 “사람이 혼자 있는 것이 좋지 않으니, 그에게 알맞은 협력자를 만들어 주겠다”라는 하느님의 말씀을 기억하며 서로에게 협력자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생명학교 독서모임은 일주일에 1번 만납니다. 각자 삶의 자리가 다 다른 우리들은 일주일을 어떻게 살았는지 책 내용과 함께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일주일에 1번 만나지만, 한주 내내 함께 산 것 같습니다. 위로받고 싶으면 독서모임에서 위로를 청하고, 자랑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독서모임에서 자랑합니다.

우리들은 책 안에서 자유로워집니다. 책 안에 들어있는 ‘앎’은 우리를 연결합니다. 느슨하지만 단단하게 연대하는 우리들은 김용택 시인의 시처럼 ‘이 세상 처음이었던 내가 보인다’를 말합니다. 그래서 함께 밥을 먹고, 함께 가을 단풍구경을 하면서 책을 읽습니다.

가족 안에서, 교회 안에서, 지역 사회 안에서 하느님의 부르심에 ‘예!라고 응답하는’ 생명학교 독서모임 공동체는 아기예수님의 탄생을 기쁨과 희망으로 기다립니다.

<다음 주에 계속됩니다>

김희명 (요세피나·제2대리구 분당성마태오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