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하느님 안에서 기쁨 되찾기] 내가 원하는 걸 왜 남들은 알아주지 않나요?

황미구 원장 (상담심리전문가 ·헬로스마일 심리상담센터장)
입력일 2018-11-27 수정일 2018-11-27 발행일 2018-12-02 제 3122호 17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주고받음,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공평함을 나눌 수 있을까

【질문】내가 원하는 걸 왜 남들은 알아주지 않나요?

평소 다른 사람들에게 잘 해주는 편입니다. 내가 조금 번거롭고 수고스러울 때에도 나도 모르게 상대방을 먼저 챙겨줍니다. 그런데 왜 다른 사람들은 내가 원하는 걸 알아주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가족이나 친구들 모두 내가 자기들에게 하는 만큼 저한테 관심도 없고 배려도 하지 않는 것 같아 항상 불만입니다. 제가 과민한 걸까요?

【답변】주고받음,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공평함을 나눌 수 있을까

좋은 인간관계일수록 상호 간의 주고받음이 조화롭고 균형이 있습니다. 보통 물질적인 것뿐만 아니라, 정서적인 것도 상호 간의 주고받음이 일방적이지 않아야 그 관계가 오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인간관계에서 갈등은 상대에게 많이 주고 덜 받았다고 생각될 때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보자면 어느 누구도 모든 것을 내어 줄 수 없듯이, 어느 누구도 내어준 모든 것을 전부 되돌려 받을 수는 없습니다. 어찌 보면 불공평한 듯도 합니다.

어떤 인간관계에서도 주는 것과 받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아무리 퍼주고 싶어도 상대가 받을 수 있는 만큼 가져갈 것이고, 상대방으로부터 충분히 되돌려 받고 싶어도 상대가 얼마나 돌려줄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은 부부간의 갈등 때문에 상담을 하다 보면 실제로는 부부가 이미 너무 많은 것을 주고받았다는 사실입니다. 더욱더 놀라운 것은 부부가 서로에게 너무 많이 주고받았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생텍쥐페리의 유명한 책 「어린왕자」에서 관계를 맺는 방식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여러 별을 지나 지구에 도착한 어린왕자는 여우에게 친구가 되어달라고 합니다. 그러나 여우는 아직 길들이지 않아서 친구가 될 수 없다고 말합니다. ‘길들인다’는 것이 뭐냐고 묻는 말에 여우가 대답합니다. “관계를 맺는 거야. 넌 아직 나에게는 수많은 꼬마들과 똑같은 꼬마에 불과해. 그리고 나는 네가 필요하지도 않고 너 또한 내가 필요하지 않아. 나는 네게 있어 그 많은 여우들과 똑같은 여우에 지나지 않으니까. 그러나 만일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가 필요하게 되는 거야. 나에게는 네가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사람이 되고, 네게는 내가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것이 될 거야.”

여우는 친구를 파는 상인은 없으니까 네가 친구를 사귀고 싶다면 자기를 길들이라고 말해줍니다. 그리고는 “아주 참을성이 많아야 돼. 우선 넌 나와 좀 떨어져서 그렇게 풀밭에 앉아 있는 거야. 난 곁눈질로 널 볼 거야. 넌 아무 말도 하지 마. 말은 오해의 씨앗이거든. 그러면서 날마다 너는 조금씩 더 가까이 앉으면 돼.”

어린왕자가 여우와 작별 인사를 할 때, 여우는 선물로 ‘길들이는 것’에 대한 비밀을 하나 가르쳐줍니다. “아주 간단한 거야. 잘 보려면 마음으로 보아야 해.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는 보이지 않거든. 네 장미가 너에게 그토록 소중한 것은 그 장미를 위해 네가 잃어버린 시간 때문이야. 사람들은 이런 진리를 잊고 있어. 그러나 너는 그것을 잊어서는 안 돼. 언제나 네가 길들인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해. 그러니까 넌 네 장미에 대해 책임이 있는 거야.”

「어린왕자」는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는 누군가로부터 이미 너무 많은 것을 받고 있는데 그간 모르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인간관계에서 눈에 보인 것만으로 공평함을 나눌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내 인생의 행운은 보통 타인으로부터 오게 마련입니다. 내가 베푼 게 더 많아야 언젠가 돌아올 행운도 더 많아지는 게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매일 조금씩 가까이 다가와 앉아서 우리를 바라보고 계신 하느님을 생각해 보면, 내가 베푼 만큼 돌려받지 못하는 것들은 언젠가 하느님께서 채워주시지 않을까요?

※ 질문 보내실 곳 :

[우편] 04996 서울특별시 광진구 면목로 32

[E-mail] sangdam@catimes.kr

황미구 원장 (상담심리전문가 ·헬로스마일 심리상담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