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000차 주회 열어 이동 잦은 군대에선 귀한 사례 전역 후에도 레지오 활동 지속 풀베기·청소 등 본당 일 도맡아
‘최초’는 늘 특별하게 기억된다. 군종교구 최초의 레지오 마리애 쁘레시디움인 진해해군본당(주임 강재원 신부) ‘하늘의 문’(단장 신현석) 역시 자부심과 책임감이 대단하다. 전국 모든 레지오 단원들이 마찬가지지만 하늘의 문 단원들은 매주 화요일 오후 7시30분 진해해군성당 대건교육관 토마스실에서 열리는 주회가 군종교구 역사에 남는 기록이 되기에 주회에 임하는 마음가짐이 숭고하기까지 하다.
하늘의 문은 올해 5월 27일 역사적인 2000차 주회를 가졌다. 축하 인파가 몰릴 것을 예상해 주회 날짜를 평소 화요일에서 주일로 바꾼 축제였다. 민간교구에서 레지오 단원으로 오래 활동한 신자라면 ‘2000차 주회가 그리 대단하냐’고 의아해 할 수도 있다. 보통 3000차 주회는 넘어야 역사와 전통을 인정받는다. 그러나 군종교구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군종교구에서 2000차 주회를 돌파한 쁘레시디움은 하늘의 문이 유일할 뿐만 아니라 1000차 주회 이상을 기록한 쁘레시디움도 손가락에 꼽을 만큼 희소하다. 진해해군본당 주임 강재원 신부는 “하늘의 문 역사를 다시 확인하면서 군종교구 내 큰 본당을 중심으로 레지오 활동 현황을 알아 봤다”며 “자주 부대 이동을 하는 군인 신자들의 특성상 레지오 활동을 지속하기가 어려워 1000차 주회를 넘긴 쁘레시디움도 드물었다”고 설명했다. 1980년 2월 7일 설립된 ‘하늘의 문’의 초창기 빛바랜 사진들과 38년9개월이 지난 현재 단원들의 모습을 바라보면 신앙의 환희와 애환, 인생의 희로애락을 진하게 느낀다.패기와 건강미 넘치는 해군 현역 부사관들(간부 4명, 단원 6명)과 첫발을 내디딘 ‘하늘의 문’은 현재 간부진을 겨우 구성하는 60대 1명과 70대 3명의 예비역 부사관들이 힘겹지만 뚝심을 가지고 꾸려가고 있다. ‘하늘의 문’ 창단 당시 부단장을 맡은 뒤 38년간 단원 자리를 한결같이 지켜 온 김수연(스테파노·79)씨는 “단원을 늘렸다가도 부대 이동이 있으면 단원의 반이 한꺼번에 빠져나가기도 하고 함상 훈련이 갑자기 잡혀 단원 한둘이서 주회를 한 적도 있다”고 회고했다.
전군 최정예 요원인 해군 해난구조대(SSU)에서 군생활 하며 진해를 떠난 적이 없는 그는 지난해 9월 폐암수술을 받아 부득이 몇 주간 주회에 참석하지 못한 적이 있을 뿐 병고를 금세 떨치고 ‘하늘의 문’에 복귀했다. “새 단원을 모집해 ‘하늘의 문’ 역사를 이어가야 한다는 걱정이 들기도 하고 마음은 아직 젊은데 몸이 따라가지 못하기도 합니다. 저는 제 장례미사도 진해해군성당에서 봉헌하기로 했습니다. ‘하늘의 문’ 역사가 계속 이어질 것을 믿습니다.” 이제는 진해해군본당의 원로가 된 ‘하늘의 문’ 단원들은 본당 운영에 없어서는 안 될 은인들이다. 단원들은 예비역 신분이어서 부대 내 활동에 제약이 따르는 대신 넓은 성당 마당 풀베기, 건물 보수 유지와 청소, 지역 관광지인 제황산 공원 낙엽 쓸기 등 일손이 꼭 필요한 곳에서 봉사활동에 힘쓴다. 강 신부는 “‘하늘의 문’ 단원들이 드러내지 않고 본당의 어른으로 계신 것만으로도 본당 공동체에 큰 힘이 된다”고 밝혔다.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