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뚝심으로 이어온 ‘군종교구 최초 레지오’ 진해해군본당 ‘하늘의 문’ Pr.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18-11-27 수정일 2018-11-27 발행일 2018-12-02 제 3122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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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000차 주회 열어
이동 잦은 군대에선 귀한 사례
전역 후에도 레지오 활동 지속
풀베기·청소 등 본당 일 도맡아

군종교구 진해해군본당 ‘하늘의 문’ Pr. 단원들이 지난 5월 27일 2000차 주회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최초’는 늘 특별하게 기억된다. 군종교구 최초의 레지오 마리애 쁘레시디움인 진해해군본당(주임 강재원 신부) ‘하늘의 문’(단장 신현석) 역시 자부심과 책임감이 대단하다. 전국 모든 레지오 단원들이 마찬가지지만 하늘의 문 단원들은 매주 화요일 오후 7시30분 진해해군성당 대건교육관 토마스실에서 열리는 주회가 군종교구 역사에 남는 기록이 되기에 주회에 임하는 마음가짐이 숭고하기까지 하다.

하늘의 문은 올해 5월 27일 역사적인 2000차 주회를 가졌다. 축하 인파가 몰릴 것을 예상해 주회 날짜를 평소 화요일에서 주일로 바꾼 축제였다.

민간교구에서 레지오 단원으로 오래 활동한 신자라면 ‘2000차 주회가 그리 대단하냐’고 의아해 할 수도 있다. 보통 3000차 주회는 넘어야 역사와 전통을 인정받는다. 그러나 군종교구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군종교구에서 2000차 주회를 돌파한 쁘레시디움은 하늘의 문이 유일할 뿐만 아니라 1000차 주회 이상을 기록한 쁘레시디움도 손가락에 꼽을 만큼 희소하다.

진해해군본당 주임 강재원 신부는 “하늘의 문 역사를 다시 확인하면서 군종교구 내 큰 본당을 중심으로 레지오 활동 현황을 알아 봤다”며 “자주 부대 이동을 하는 군인 신자들의 특성상 레지오 활동을 지속하기가 어려워 1000차 주회를 넘긴 쁘레시디움도 드물었다”고 설명했다.

1980년 2월 7일 설립된 ‘하늘의 문’의 초창기 빛바랜 사진들과 38년9개월이 지난 현재 단원들의 모습을 바라보면 신앙의 환희와 애환, 인생의 희로애락을 진하게 느낀다.

1980년 3월 16일 주회를 마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하늘의 문’ Pr. 단원들. 군종교구 진해해군본당 ‘하늘의 문’ Pr. 제공

패기와 건강미 넘치는 해군 현역 부사관들(간부 4명, 단원 6명)과 첫발을 내디딘 ‘하늘의 문’은 현재 간부진을 겨우 구성하는 60대 1명과 70대 3명의 예비역 부사관들이 힘겹지만 뚝심을 가지고 꾸려가고 있다. ‘하늘의 문’ 창단 당시 부단장을 맡은 뒤 38년간 단원 자리를 한결같이 지켜 온 김수연(스테파노·79)씨는 “단원을 늘렸다가도 부대 이동이 있으면 단원의 반이 한꺼번에 빠져나가기도 하고 함상 훈련이 갑자기 잡혀 단원 한둘이서 주회를 한 적도 있다”고 회고했다.

전군 최정예 요원인 해군 해난구조대(SSU)에서 군생활 하며 진해를 떠난 적이 없는 그는 지난해 9월 폐암수술을 받아 부득이 몇 주간 주회에 참석하지 못한 적이 있을 뿐 병고를 금세 떨치고 ‘하늘의 문’에 복귀했다. “새 단원을 모집해 ‘하늘의 문’ 역사를 이어가야 한다는 걱정이 들기도 하고 마음은 아직 젊은데 몸이 따라가지 못하기도 합니다. 저는 제 장례미사도 진해해군성당에서 봉헌하기로 했습니다. ‘하늘의 문’ 역사가 계속 이어질 것을 믿습니다.”

이제는 진해해군본당의 원로가 된 ‘하늘의 문’ 단원들은 본당 운영에 없어서는 안 될 은인들이다. 단원들은 예비역 신분이어서 부대 내 활동에 제약이 따르는 대신 넓은 성당 마당 풀베기, 건물 보수 유지와 청소, 지역 관광지인 제황산 공원 낙엽 쓸기 등 일손이 꼭 필요한 곳에서 봉사활동에 힘쓴다.

강 신부는 “‘하늘의 문’ 단원들이 드러내지 않고 본당의 어른으로 계신 것만으로도 본당 공동체에 큰 힘이 된다”고 밝혔다.

● ‘하늘의 문’ Pr. 신현석 단장

-새 단원 맞이하게 되길 고대

“열악한 여건에도 단원들 우애 남달랐죠”

군종교구 진해해군본당 레지오 마리애 ‘하늘의 문’ 쁘레시디움 신현석(타대오·71) 단장은 “요즘 새 단원 모집이 쉽지 않다”며 “해군 직업군인들이 바쁜 부대업무와 장기 해상 출동, 당직근무 등으로 레지오 활동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신현석 단장은 ‘하늘의 문’ 단장으로 총 7년째 재임하고 있고 ‘하늘의 문’이 소속된 ‘바다의 별’ 꾸리아 단장도 6년을 역임했다. 레지오 단원으로서 잔뼈가 굵다는 말이 어울린다.

군종교구 최초의 레지오로서 ‘하늘의 문’이 쌓아 온 영광을 생각하면 지금의 ‘하늘의 문’을 바라보는 신 단장의 마음은 착잡하다. “전성기 때는 진해해군본당에 17개의 쁘레시디움이 있었습니다. ‘하늘의 문’이 분가시킨 쁘레시디움도 ‘죄인들의 피난처’(1987년), ‘사도들의 모후’(1988년), ‘다윗의 탑’(1998년) 등 3개나 됩니다. 1989년 1월 22일에는 전 세계적으로 군종교구 내 첫 꾸리아 ‘바다의 별’이 창단되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본당 내 쁘레시디움은 7개로 줄어들었고 ‘하늘의 문’이 분가시킨 쁘레시디움 중 ‘사도들의 모후’만이 활동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신 단장은 “‘하늘의 문’이 1980년 창단될 때는 부대에 성당이 없어 개신교회 건물을 빌려 쓰던 시절이라 진해시 여좌동에 있던 옛 일본인 관사의 사제관에서 첫 주회를 열었다”며 “과거에는 열악한 여건에서도 단원들의 우애와 열정은 남달랐다”고 소개했다. 이어 “‘하늘의 문’ 단원들은 해군 부사관으로 정년퇴임한 60~70대 예비역이다 보니 현역 군인들은 기수 차이에서 오는 부담감을 느껴 입단을 주저하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도 “꾸준히 기도하면 ‘하늘의 문’을 새롭게 이끌어 갈 현역 단원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 확실히 믿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