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6호 보호처분’ 청소년 돌보는 서울 살레시오청소년센터를 가다

성슬기 기자
입력일 2018-11-27 수정일 2018-11-27 발행일 2018-12-02 제 3122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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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소년’ 낙인 찍힌 아이들 사랑으로 변화
 소년범죄는 사회의 공동책임
“사랑이 필요한 아이들
 하느님 자녀로 보듬어주길”

미혼모의 아이로 태어나 보육원에서 자란 김요한(가명·19)군은 폭행 방조 혐의로 6호 보호처분을 받고 서울 살레시오청소년센터에 왔다. 6호 보호처분은 일정기간 사적시설 수용을 명령하는 감호 위탁 처분이다. 청소년 쉼터를 전전하던 그는 경미한 생활형 범죄를 저질러 보호 관찰 대상이 됐다. 하지만 거취가 불분명해 보호 관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그는 또래의 폭행 현장에 함께 있었다는 이유로 공동폭행 혐의가 인정되고 말았다.

어려서 ADHD진단을 받은 박루카(가명·18)군은 아동상담소로부터 보호 위탁됐다. 박군의 어머니는 그를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시켰다. ADHD를 고치기 위해 병원에 데려가 약물치료를 했지만 별 효과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최근 청소년 범죄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소년법을 강화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위의 사례들만 보더라도 청소년 범죄 문제는 우리사회의 공동 책임이라 할 수 있다. 실제 살레시오청소년센터에서 생활하는 청소년들 가운데 죄의 정도가 무거운 이들은 많지 않다. 대부분이 제대로 된 가정이 없거나 부모의 보호력이 떨어지는 청소년들이다.

사회적으로 ‘잠재적인 범죄자’라는 낙인이 찍힌 아이들이지만, 살레시오회 신부와 수사들에게는 사랑해야 할 한 마리의 ‘어린양’이다. 살레시오청소년센터장 김선오 신부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부모의 사랑”이라며 “그 어떤 어른도 이 아이들을 사랑해주지 않았으며, 안정감을 주지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청소년 문제 전문가들도 청소년 범죄의 원인을 청소년 자체의 문제로 보기 보단 가정이나 사회의 문제라고 판단한다. 금태섭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도 소년법 개정 여론에 대해 지난달 21일 “아동과 청소년은 충분히 긍정적으로 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며 “소년법 강화가 소년의 건전육성이라는 소년보호이념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동-청소년 인권보장을 위한 소년사법제도 개선 연구 결과발표 및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소년범죄 엄벌주의가 낙인으로 인한 사회적 고립과 피해자에 대한 배려 부재 등 여러 문제를 초래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실제로 살레시오청소년센터에서 생활하는 청소년들은 6개월간 ‘좋은 어른’을 만나며 점점 변해간다. 김군과 박군도 마찬가지다. 입소 전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던 김군은 이곳에서 지내며 사근사근하고 밝은 아이로 돌아왔다. 6개월여 기간 동안 검정고시도 합격하고, 세례도 받았다. 그는 현재 직업학교를 통해 새로운 삶을 준비하고 있다. 어머니에 대한 정신·심리적 외상으로 어른을 믿지 못했던 박군도 이곳에서 상처를 극복하고 있었다. 어려서 사랑보다 약물치료를 먼저 받아온 그는 가정에서 배워야 할 기본적인 소통부터 차근차근 배워가고 있다.

김 신부는 “아이들은 성장하고 있는 존재”라며 “부족한 사랑을 채워주는 것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이어 “하느님의 눈엔 우리 아이들도 사랑하는 자녀”라며 “좀 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주고 기다려 줄 것”을 당부했다.

살레시오청소년센터는 법원으로부터 위탁받은(청소년 범죄 보호처분 6호) 청소년들을 6개월간 교정하는 시설이다. ‘6호 보호처분’은 소년원(8~10호 처분)에 송치될 정도는 아니지만 일정 기간(최장 1년) 시설생활을 통해 교정이 필요한 소년에게 내려지는 법원의 처분이다.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