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세상살이 신앙살이] (461) 생각을 선택하기! (하)

강석진 신부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입력일 2018-11-20 수정일 2018-11-21 발행일 2018-11-25 제 3121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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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는 새벽 1시로 가고 있었고, 잠이 오지 않자 수없이 몸을 뒤척였습니다. 내가 잠을 못 잔 이유는 ‘캔커피’였습니다. 오후에 커피를 마시면 잠을 못 자는 내 몸의 리듬을, 내가 잊어버린 것입니다. 이윽고 새벽 1시가 되면서…. 수녀원의 개 두 마리가 심하게 짖었습니다. 그러자 수녀원 근처에 있는 몇 안 되는 집에 있는 개들도 따라 짖었습니다. ‘왜 개들이 짖는 것일까?’

그런데 문득 생각 하나가 스쳤습니다. ‘개들이 밤이 마구 짖으면, 뭔가 무서운 것을 봤기 때문이라 하던데! 그리고 개들은 사람이 못 보는 것을 볼 수 있다고…. 그렇다면 지금 개들이 짖는 것은 이 산속에 귀…신…. 설마 귀신을 봤을까? 헐!’ 그렇게 귀신이라는 단어가 떠오르자 섬뜩한 기분이 들면서 온몸의 기관들이 예민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좀 전부터 방 안에 싸늘한 기운의 무언가가 있는 것 같더니, 이제는 누군가 내 방의 창문을 두드리는 것 같았습니다. 사실 그 소리가 바람이 지나가는 소리라면 불규칙적으로 들렸겠지만, 분명 사람이 노크를 하는 듯, 3초가량 사이에 두고 일정하게 ‘톡-톡-톡’, ‘톡-톡-톡’ 하는 소리가 이어졌습니다. 그 소리에 내 몸은 더욱더 움츠려들었습니다.

본능적으로 눈을 더 꾹-감았습니다. 그리고 주문을 외우듯, ‘잠 좀 와라, 제발 잠 좀 와라’ 그런데 순간, 방구석에 있던 어떤 물체가 휘-익 하며 움직이더니, 땅바닥에 몸을 움츠리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 물체는 내 쪽으로 천천히 다가오는 듯했고, 심지어 누워있는 나를 빤히 쳐다볼 것 만 같았습니다. 나는 속으로 ‘눈을 뜨면 안 된다. 그 눈을 보면 안 된다…’라고 되뇌었지만, 불길한 생각은 계속해서 꼬리에 꼬리를 물었습니다.

그런데 순간, 머릿속에서 성모님이라는 단어가 떠올랐고, 수녀원 성당에 있는 십자가 상 예수님 얼굴이 생각났습니다. 그러면서 마음이 편안해졌고, 수도회 형제들의 얼굴이 떠오르더니 그 해 여름, 동창 신부님들과 제주도 여행을 갔던 생각이 났습니다. 그리고 가까운 분들의 얼굴, 특히 해맑은 사랑을 나누는 친한 부부들의 모습이 아른거렸고…. “따르르릉. 따르르릉. 따르르릉.”

시계 소리를 듣고 눈을 떠보니, 꿈을 꾸었습니다. 그리고 어느덧, 맑은 새벽 공기가 방안 가득 차 있었습니다. 또한 옷걸이에 걸어온 옷 하나가 맨바닥에 떨어져 있었고, 화장실 창문이 그냥 열린 채로 있었습니다. 씻고 난 뒤 수녀원 성당에 미사 드리러 가는데, 후배 신부님을 수녀원 문 앞에서 만났습니다. 후배 신부님은 해맑은 얼굴로,

“밤새 안녕히 주무셨어요? 저는 피곤해서 초저녁부터 정신없이 잤는데.”

나는 속으로 ‘밤새 안녕히? 야, 이 웬수야, 너 때문에 밤새 한숨도 못 잤다’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말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미사 끝나고 나오는데, 수녀님들이 가을걷이 농사를 마무리하는데 요즘 산에서 내려오는 고라니 때문에 속상하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어제 그 모든 소리들의 정체가 밝혀진 순간이었습니다.

방에 들어와 어젯밤 부정적인 생각의 구렁텅이에 빠져, 부정적인 생각으로 귀신도 만들고 방 안 섬뜩한 물체도 만들어 냈던 내 자신을 돌아보았습니다. 그렇습니다. 내 몸은 분명 내 것입니다. 하지만 생각은 나에게서 나오지만, 부정적인 생각을 선택하면 할수록 통제 불능일 정도까지 부정적인 생각을 만들어 냅니다. 그런데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좋은 생각과 나쁜 생각은 결국 내가 선택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내가 좋은 생각을 선택하면 좋은 꿈까지 덤으로 선물로 받기에, 때로는 내가 선택한 생각이 내 삶을 좋은 삶으로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강석진 신부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