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하느님 안에서 기쁨 되찾기] 가족들의 종교가 서로 달라 곤혹스럽습니다

이찬 신부 (성 골롬반외방선교회 ·다솜터심리상담소장)
입력일 2018-11-20 수정일 2018-11-20 발행일 2018-11-25 제 3121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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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종교로 힘들겠지만 ‘타종교와 대화’ 의미 새겨보길

【질문】 가족들의 종교가 서로 달라 곤혹스럽습니다

어머니는 절에 다니시지만 아버지는 1년에 한두 번 어머니를 따라나설 정도입니다. 형제들 중에서 둘은 개신교 교회를 나가고 저만 성당에 다닙니다. 평소에는 각자 자기 볼 일을 보니 별문제가 없지만 주일이 되면 뿔뿔이 흩어져 버려서 참 난감합니다. 종교를 강요할 수도 없고 어찌해야 할지요.

【답변】 다른 종교로 힘들겠지만 ‘타종교와 대화’ 의미 새겨보길

종교(宗敎)라는 단어를 한자어로 풀어보면 ‘근본이 되는 가르침’이란 뜻입니다. 따라서 어떤 종교이든지 우리 삶의 가르침을 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따른 종교적인 윤리와 도덕도 많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또한 종교는 인간에게 구원이라고 하는 신비를 제공합니다.

물론 종교마다 구원에 대한 해석은 다를 수 있습니다. 가톨릭을 포함한 그리스도교에서 제시하는 구원론과 다른 종교의 구원론은 다릅니다. 또 구원의 의미를 넓게 보면 현세적인 기복신앙에서 내세적인 불멸 내지 부활이라는 영생을 강조하는 등 여러 형태가 있다고 합니다.

또한 종교는 개인이나 집단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개인이나 공동체는 종교의 가르침에 따라서 개인 혹은 집단의 삶이 달라지고는 합니다. 예를 들자면, 청교도들의 구원론과 가톨릭신자들의 구원론이 달라서 경제적인 활동을 하는 모습도 달라집니다. 또한, 개신교와 가톨릭 그리고 유다교 전통에서의 용서 개념도 다른 것으로 보입니다.

다른 그리스도교 전통 국가에서는 볼 수 없는 것이지만, 한국은 개신교나 가톨릭에 성인(成人) 세례자가 많기에 가족들의 종교가 달라지는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당사자들은 불편함을 느끼겠지만, 다른 편에서는 종교에 대한 배타심이 적은 것으로 보여지기도 할 것입니다.

제 생각에는 가족들은 같은 종교를 갖는 것이 가족 개개인을 위해서 좋을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예전에 가톨릭신자의 비율이 적었던 시절에는 미혼 여성이 결혼을 해서 종교를 지켜가는 것이 힘들었다고 판단되어서 세례를 받기 힘든 적도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물론 개인의 기대나 권리가 잘 지켜지지 않은 점은 아쉽습니다만, 시대적인 흐름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요즘 같은 경우에 외짝교우의 배우자에게 예비자 교리 교육에 대한 배려를 하는 것은 가족 내 종교 일치를 위해서 좋은 방식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타종교에 대한 가톨릭의 입장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 선포된 ‘비그리스도교에 관한 선언’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교회는 다른 종교의 신봉자들과 더불어 지혜와 사랑으로 서로 대화하고 서로 협조하면서 그리스도교적 신앙과 생활을 증거하는 한편 그들 안에서 발견되는 정신적 내지 윤리적 선과 사회적 내지 문화적 가치를 긍정하고 지키며 발전시키기를 모든 자녀들에게 권하는 바이다.”

종교심리학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종교 체험을 통하여 각 개인이 절대자와 깊은 관계를 맺게 되면, 이로 인해서 절대자로부터 오는 힘을 받아 개인적인 기쁨, 평화, 안녕감을 체험하고, 주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으려 애쓰며 사회 전체의 변화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노력한다고 합니다. 즉 종교는 그 자체로 인간에게 새로운 국면을 일깨워서 내적인 큰 변화를 일으킨다고 합니다.

가족 내 종교의 차이로 인한 불편감이 있겠지만, 바티칸공의회의 정신을 잘 읽고 이해하셔서 가족 내의 사랑을 잘 이루시길 바랍니다.

※ 질문 보내실 곳

[우편] 04996 서울특별시 광진구 면목로 32

[E-mail] sangdam@catimes.kr

이찬 신부 (성 골롬반외방선교회 ·다솜터심리상담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