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지역 사회, 문화와 함께하는 교회 축제들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18-11-20 수정일 2018-11-20 발행일 2018-11-25 제 3121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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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신앙, 문화로 공감하다
가톨릭 문화 콘텐츠로 세상과 소통하며
교회울타리 넘어 지역과 신앙유산 나눠
지역과 함께하는 축제의 장 보편화 기대

올해로 18회째를 맞은 전주교구 요안루갈다제. 5월 26일 치명자산 성지에서 국악뮤지컬 공연을 마련하는 등 지역 전통적 문화유산을 가톨릭신앙 및 영성과 접목해 문화적 특성을 강화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오래전부터 한국교회 안에서는 지역사회와 문화에 열린 사목을 표방하고, 복음화의 유용한 수단으로서 문화 콘텐츠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아울러 일부 교구와 본당에서는 지역사회, 문화와 함께하는 다양한 형식의 축제를 시도하고 있다. 교회가 지역사회와 문화에 접근하고 함께하기 위한 축제들을 살펴보고, 그 사목적 의미를 생각해본다.

■ 종교 시설에서 향유하는 문화와 예술

광주대교구는 지속적으로 지역사회, 문화와 함께하려는 시도를 이어왔다. 광주는 전통적인 문화의 도시인데다가 5·18이라는, 교회와 시민사회의 공통된 역사적 경험을 공유한다. 이를 통해 광주에서는 교회와 지역사회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지난해 5월 처음 시도된 ‘광주가톨릭 비움·나눔 페스티벌’은 광주대교구와 광주광역시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취지는 가정의 달을 맞아 뜻깊은 문화마당을 마련한다는 점, 그리고 5월이면 되살아나는 광주의 상처를 기억하고 문화적 매개를 통해 치유하는 것이었다. 지난해 5월 24일부터 닷새 동안 열린 축제의 주제는 ‘하늘 땅 … 바람’이었다. 지역사회를 대상으로 하는 축제였지만 주제는 종교적 의미도 담고 있었다. 하늘은 무한대의 공간, 땅은 비어있지만 인간의 노력으로 열매를 맺고 나눌 수 있는 공간, 그리고 바람은 하늘과 땅 사이에서 나고 사라지는 인간을 뜻했다. 또한 프로그램은 다양했지만 이웃에 대한 관심과 사랑, 존중의 정신을 바탕에 깔았다.

축제 장소 역시 지역사회와 문화 안에 깊숙이 들어선 교회 정신을 드러냈다. 대건신학대학 당시 기숙사였던 브레디관의 작은 방들은 축제 기간 동안 문화와 예술이 숨 쉬는 전시장이 됐다. 헨리관과 교구청 마당 등도 모두 축제의 장으로 개방됨으로써 문화와 예술, 자연과 종교시설이 함께 숨 쉬고 교감을 나눴다.

2018년 제2회 축제는 ‘빛·투영·공진’을 주제로 10월 5~27일 열렸다. 빛이신 예수 그리스도라는 신앙적 의미가 빛고을 광주의 이미지와 직접 연결됐다. 전년에 비해 크게 늘어난 행사 기간과 더불어 규모와 다양성 또한 상대적으로 확대됐다. 이미 교회 밖에도 잘 알려진 스테인드글라스 작품들이 시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축제는 직접적으로 종교색을 띠지는 않았다. 교구는 종교를 불문하고 모든 시민들이 이 축제의 시간과 장소를 열려 있는 문화와 예술 공간으로 향유하기를 기대했다.

■ 신앙 유산을 문화적 유산으로

‘광주가톨릭 비움·나눔 페스티벌’과는 달리, 가톨릭 순교정신을 담은 신앙유산을 다양한 문화 콘텐츠로 제시한 것이 전주교구의 요안루갈다제이다.

동정부부 복자인 유중철 요한과 이순이 루갈다의 신앙과 사랑을 본받기 위한 ‘요안루갈다제’는 올해로 18회째를 맞았다. 피정과 토론회, 도보성지순례, 음악제, 옥중편지 낭송대회와 필사, 국악뮤지컬 공연 등 다양한 문화적 형식을 동원해 순교자의 정신을 기렸다.

축제를 주관하는 치명자산 성지 측은 그동안 가톨릭 신앙에 초점을 맞췄던 것과 달리, 지역의 전통적인 문화유산을 가톨릭 신앙 및 영성과 접목해 문화적 특성과 형식을 강화하고자 했다.

김영수 신부(전주교구 치명자산 성지 관장)는 이와 관련해 “문화는 신앙을 전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임을 강조하고 “교회가 품고 있는 신앙유산은 교회의 울타리를 넘어서 나눠져야 한다”고 말했다.

치명자산 성지 측은 2020년 ‘세계 평화의 전당’을 건립할 계획이다. 그리고 그 핵심에는 가톨릭의 순교영성, 인류의 보편적 가치, 그리고 지역의 문화유산을 한데 묶는 다양한 문화 콘텐츠 계발이라는 과제가 놓여 있다. 지역사회와 문화, 보편가치와 가톨릭 신앙이 어우러지는 축제를 일상화하려는 취지이다.

■ 함께하는 축제들

한국교회가 시도하고 있는 또 하나의 주목할 문화 축제는 가톨릭영화제이다. 올해 가톨릭영화제는 10월 25~28일,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열렸다. 가톨릭영화제는 당연히 종교 영화만을 상영하지 않는다. 매년 정해진 주제에 맞춰 복음적이면서도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부합하는 영화를 선정, 공모, 시상하고 제공한다.

올해에는 ‘존중 그리고 평등’을 주제로 해 불평등과 차별이 팽배한 시대에 인간 공동체의 근본적 가치인 존중과 평등의 가치를 담은 영화를 상영했다. 그럼으로써 종교는 물론 성별, 인종, 언어, 정치적 신념 등을 서로 인정해 평등한 세상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희망을 드러낸다.

수많은 종교가 공존하는 한국사회에서는 다양한 종교 문화 전통을 함께 즐기는 종교 문화 축제들이 자주 열린다. 가톨릭을 포함해 불교와 원불교, 개신교 등 전라북도 지역의 4개 종단이 참여하는 세계종교평화협의회는 매년 ‘세계종교문화축제’를 개최한다. 가톨릭과 개신교, 불교 등 7개 종단 지도자로 구성된 사단법인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는 ‘대한민국 종교문화축제’를 연다. 이들 제 종단들이 참여하는 종교문화축제는 다양한 예술과 문화를 통해 종교간 화합을 도모한다.

그 외에도 각 종교는 공동선을 위한 영역들, 즉 사회복지 분야나 생명운동 분야에서 함께 연대하거나 시민사회와 만나는 장으로서 다양한 형식의 행사와 축제의 자리를 마련한다.

■ 신앙을 담은 문화 콘텐츠의 계발

김민수 신부(서울 청담동본당 주임)는 이미 오래 전인 2010년 12월 한국문화산업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문화사목에서 바라본 가톨릭 문화콘텐츠’ 중 양적 성장과 동반돼야 하는 교회의 질적 성장은 “생활문화 시대를 위한 문화적 차원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가톨릭 문화 콘텐츠는 교회 구성원의 신앙을 일깨워줄 뿐만 아니라 세상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수단”이라며 “사실 교회가 미래에 살아남기 위해 그 자신의 문화를 대중화하고 생활화해, 교회 구성원만이 아니라 사회와도 끊임없이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그 소통의 방법은 “종교 문화의 콘텐츠화, 구체적으로는 가톨릭 문화의 콘텐츠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결국 ‘광주가톨릭 비움·나눔 페스티벌’, 전주 ‘요안루갈다제’, 그리고 각 교구와 본당에서의 다양한 문화사목 사례는 교회의 열린 사목과 가톨릭 문화 콘텐츠의 계발 필요성을 보여주고 있다. 사회와 세상을 향한 열린 자세를 갖추고, 가톨릭교회의 풍요로운 신앙유산을 문화를 매개로 제시할 때 지역사회 및 문화와 함께하는 축제의 장이 일상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14년 10월 열린 의정부교구 연천성당 국화축제.

5월 열린 ‘2018 울지마 톤즈 참사랑문화나눔축제’.

10월 열린 ‘광주가톨릭 비움·나눔 페스티벌’.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