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

[독자마당] 평화와 화해를 위한 순례

한문석(요셉·의정부교구 고양 중산본당)
입력일 2018-11-20 수정일 2018-11-20 발행일 2018-11-25 제 3121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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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교구 중산본당 ‘본당의 날’을 맞아 전신자들은 평화팀과 화해팀 둘로 나뉘어 순례를 떠났다. 내가 속한 평화팀은 아침 7시에 출발하여 임진각에서 시작하여 민간인출입통제선 안으로 이어지는 9㎞길을, 녹슨 철책선을 따라 걸으면서 분단과 평화와 생태계를 체험했다. 철책선 너머로 벼가 황금빛으로 익어가고 있다. 하늘을 나는 새들은 남과 북을 자유롭게 오가고 있다. 그러나 사람은 오고 갈 수 없다. 녹슨 철책선이 막고 있기 때문이다. 이따금씩 경비 군인들과 초소도 볼 수 있었다. 북녘 땅을 바라보면서 분단의 아픔을 느끼면서 대한민국은 여전히 전쟁 중이라는 사실을 체감하게 된다.

휴전선 DMZ 구역은 68년 세월 동안 사람들이 왕래하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DMZ 넓이 4㎞ 구간은 역설적으로 세계적인 자연 생태계의 보고가 됐다. 왜 DMZ가 있을까.

우리 민족의 뼈아픈 슬픔이 6・25 한국전쟁이다. 3년 동안 계속되는 전쟁으로 남과 북은 잿더미 위에서 경제·사회적 암흑기를 보내야 했다. 5천 년 민족사에서 가장 참혹한 파괴와 살상을 초래했다. 승자는 어디에도 없었다. 남과 북 모두 엄청난 큰 피해를 입은 전쟁이었다. 1953년 7월 27일 휴전 협정이 조인되고, 38도선 군사분계선에서부터 남북이 2㎞ 철수함으로써 DMZ가 자리 잡게 되었다. 정전된 지 68년…, 다시는 이 땅 위에서 6・25전쟁과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면서 나는 묵상을 하며 그 길을 걸었다. 남북 정상들이 3번이나 만나 회담을 했다. 남북 관계 개선과 함께 국제 정세도 풀어가면서 분단의 이 땅에도 평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우리 민족의 슬픔의 역사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본다.

‘전쟁의 때가 있고, 평화의 때가 있다.’(코헬 3,8)

68년 전 6・25 전쟁으로 포성이 올리며 격전이 벌어졌던 DMZ의 골짜기 언덕은 한없이 고요하다. 가을은 소리없이 깊어가고 있다. 임진각 푸른 물은 유유히 흐르고 있다. 평화팀과 화해팀이 율곡습지에 집결해서 점심을 먹고 각자 여유있는 시간을 보내면서 깊어가는 가을단풍 속에서 눈부시게 고운 주일미사를 은혜롭게 봉헌했다. 그리고 적군 묘지에 가서 참배했다.

여기 잠든 적군 용사들, 6・25 전쟁으로 젊고 젊은 나이에 목숨을 잃은, 여기 누워있는 북한군과 중공군. 이들은 말하고 있다. 전쟁으로 얻은 것이 무엇인가 라고. 목메어 외치는 소리는 바람 소리인가 메아리 소리인가. 여기 누워 자고 있는 젊은 용사들이여, 때가 되면 조국품으로 돌아가겠지.

한문석(요셉·의정부교구 고양 중산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