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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령 성월 기획] 성경 속 죽음의 의미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18-11-13 수정일 2018-11-14 발행일 2018-11-18 제 3120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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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피할 수 없는 죽음. 위령 성월을 맞아 그리스도인이 지녀야 할 죽음의 자세에 대해 생각해 본다. 사진은 광주대교구 담양천주교공원묘원.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인간은 ‘오늘은 나에게, 내일은 너에게’라는 말처럼 태어나면서부터 순간순간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존재들이다. 과학과 기술 문명의 발달이 인간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주고 있지만 죽음은 그 힘으로 풀 수 없는 문제다. 세상을 떠난 이들을 위한 기도와 함께 자기의 죽음에 대해 묵상해 보는 위령 성월을 맞아 그리스도인이 지녀야 할 죽음의 자세에 대해 생각해 본다. 구약·신약성경에서 보는 죽음을 살펴보고 박은호 신부(가톨릭대학교 생명대학원 교수)의 특별기고문을 통해 교회가 가르치는 그리스도인의 죽음은 어떤 의미인지 알아본다.

■ 구약성경의 죽음

“그러나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에서는 따 먹으면 안 된다. 그 열매를 따 먹는 날, 너는 반드시 죽을 것이다.”(창세 2,17) 이 구절에서처럼, 구약에서의 죽음은 죄의 대가로 인류에게 주어진 것으로 드러난다. 이는 구약성경 전체에 걸쳐 비중 있게 다뤄진다.

포괄적으로 아담에게서 시작돼(창세 3,19), 알몸으로 돌아갈(욥기 1,20-21) 인간에게, 죽음은 운명(욥기 30,23)이다. 그때는 알 수 없고(시편 39,5), 사람은 죽음을 막을 수 없으며(코헬 8,8), 죽고 나면 아무것도 모르는(코헬 9,5-6) 것으로 언급된다. 또 인간 존재의 유한성(시편 49,10)은 죽음으로 대변되며, 죽음에는 자연적 죽음(창세 25,8)과 형벌의 죽음(창세 42,20; 신명 17,5-6)이 있다. 이처럼 죽음의 보편성과 인생의 덧없음이 죽음에 대한 구약의 주된 줄거리로 읽혀진다. 아울러 삶과 죽음의 주관자는 하느님이심이 표출된다. 하느님께서 생사를 주관하시고(1사무 2,6), 악인은 죽이시고 의인은 살리시며(시편 49,14-15), 사람을 먼지로 돌아가게 하신다(시편 90,1-6)고 밝힌다.

결론적으로 구약에서 죽음은 보편성을 지니며, 하느님은 죽음과 생명의 모든 권세를 지니고 계신 분이다. 그리고 인간이 자기 명대로 살기 위해서는 하느님께로 향해야 한다. 특별히 죽음으로부터의 해방은 인간 자신의 힘이 아닌, 생명 자체이신 하느님 은총의 개입이 있어야 한다.

■ 신약성경의 죽음

신약에서는 죽음이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연결된다. 아담의 죄로 인한 벌로 세상에 죽음이 들어왔지만 예수 그리스도가 죽음을 몸소 겪으시면서 죽음을 종결시켰다. 또한 죽음은 단순한 신체적인 죽음(1테살 4,15-16)과 영원한 형벌에 이르는 죽음(요한 5,24; 로마 5,12)으로 나뉜다.

예수 그리스도는 당신 죽음으로 인간을 하느님과 화해시켜(로마 5,10), 약속된 상속을 받게 하셨다(히브 9,15)고 드러난다. 이로써 죽음은 부활이요 생명이신(요한 11,25) 그분 앞에서 사라졌고, 죽은 자들의 부활이 그리스도에게서 이룩됐다(1코린 15,14)는 것이다.

이처럼 죽음은 죽음이 아니라, 새로운 삶으로 넘어가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리스도는 죽음을 구원의 도구로 사용해 죽음의 의미를 바꿨다. 하지만 여기에는 신앙이 요청된다. 그리스도를 믿는 자는 부활할 것(요한 11,25-27)이며, ‘내 말을 잘 지키는 사람은 영원히 죽음을 보지 않을 것’(요한 8,51)이라고 언급된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