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하느님 안에서 기쁨 되찾기] 신앙에 열심한 것이 나약한 것일까요?

황미구 원장 (상담심리전문가 ·헬로스마일 심리상담센터장)
입력일 2018-11-13 수정일 2018-11-13 발행일 2018-11-18 제 3120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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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함과 나약함 인정할 때 온전히 하느님께 의지할 수 있어

【질문】신앙에 열심한 것이 나약한 것일까요?

어려서부터 조금 심약하다는 말을 들어왔습니다. 마음이 약하기 때문인지 이런저런 힘든 일이 있으면 신앙에 많이 의지를 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자꾸 모든 것을 하느님께 의지하다 보니 나 스스로가 너무 나약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답변】부족함과 나약함 인정할 때 온전히 하느님께 의지할 수 있어

과거에 제가 보았던 영화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가 ‘인디아나 존스’입니다. 개인적으로 ‘스타워즈’나 ‘미션 임파서블’, ‘본’ 시리즈같이 주기적으로 나오는 영화를 나올 때마다 잊지 않고 보는 게 한동안 취미였습니다. 그중 인디아나 존스의 3편인 ‘최후의 성전’은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아마도 영화를 보신 분들은 영화의 후반부에 펼쳐지는 성배를 찾아가는 이야기들이 생각날 것입니다. 인디아나 존스 일행은 성배를 찾기 위해 반드시 3가지 관문을 통과해야만 했습니다. 존스에게는 성배를 찾기 위한 세 가지 비결이 담긴 말씀이 있었습니다.

우선, 첫 번째 말씀은 “회개하는 자만이 통과하리라”였고, 존스는 “순종하는 자는 무릎을 꿇는다”라는 답을 생각합니다. 그리고 첫 번째 동굴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허리를 숙였습니다. 그래서 벽에서 갑자기 날아드는 창칼들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마치 하느님을 믿기 위해서는 우선 ‘회개’가 필요하다는 것처럼 말입니다.

두 번째 관문은 “하느님의 말씀, 그 뒤를 따르는 자만이 나아가리라”라는 말씀을 묵상하고, 동굴 바닥에 표시되어 있던 ‘야훼’라는 단어를 구성하는 알파벳만을 발로 짚으며 걸어 나갔습니다. 그 알파벳들이 적힌 벽돌 이외의 바닥을 거치게 되면 그 아래는 천 길 낭떠러지였습니다. 존스는 오직 야훼 하느님의 이름에만 의지하며 그 난관을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하느님에 대한 믿음은 오직 ‘야훼이신 하느님’만을 따르는 것 같습니다.

드디어 세 번째 마지막 관문은 성배가 있는 건너편 계곡으로 건너가는 것인데, 마지막 말씀인 “하느님의 길, 사자의 머리에서 뛰어내릴 때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리라”였습니다. 그는 이 내용이 무슨 의미인지 깊이 묵상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하느님을 온전히 믿고 천 길 낭떠러지로 발을 내디디라는 의미로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낭떠러지에는 연결된 다리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도저히 뛰어넘을 수 없는 거리입니다. 그리고 그는 몹시 주저합니다. “불가능해! 어떻게 뛰어넘어!”라고 혼잣말을 합니다. 여기서 존스는 ‘신에 대한 믿음, 아버지에 대한 사랑, 그리고 자신에 대한 신념’을 지니고 천 길 낭떠러지로 발을 한 발짝 내디디며 자신을 하느님께 온전히 맡깁니다. 그 천 길 낭떠러지에는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투명한 다리가 있었고, 존스는 무사히 이 다리를 통해서 성배가 안치된 곳으로 갈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믿음의 도약’(The Leap of Faith)이었습니다.

인디아나 존스는 오로지 하느님을 믿고 의지하여 3개의 관문을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가 ‘믿음의 도약’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스스로가 부족하고 나약함을 인정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낭떠러지 위의 다리를 보고 계신 하느님에게 온전히 의지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나약함을 스스로 자책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나약함을 인정해야 온전히 하느님을 믿고 의지하게 되는 것 아닐까 합니다.

영화 속의 그 성배는 결국 인간의 탐욕으로 낭떠러지 밑으로 사라졌지만, 어렵고 힘든 순간에 하느님에 대한 믿음을 선택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성배를 찾을 수 있는 게 아닌가 합니다. 우리의 나약함으로 인해서 하느님 은총에 더 감사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오늘 하루도 큰일 없이 지나고 있음에 새삼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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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미구 원장 (상담심리전문가 ·헬로스마일 심리상담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