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광주가대, 광주인권평화재단 주최 학술발표회 ‘평신도가 바라보는 새로운 복음화’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18-11-13 수정일 2018-11-14 발행일 2018-11-18 제 3120호 19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교회 지체이며 세계 시민으로서의 평신도 역할 강조

광주가톨릭대 신학연구소와 광주인권평화재단이 11월 8일 공동 주최한 신학전망 발간 50주년 기념 제21회 학술발표회에서 성염 전임 주 교황청 한국대사가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광주가톨릭대학교 신학연구소(소장 김상용 신부)와 광주인권평화재단(이사장 김희중 대주교)은 11월 8일 오전 10시 광주가톨릭대학교 종합강의실에서 「신학전망」 발간 50주년을 기념하는 제21회 학술발표회를 열었다.

‘평신도 희년’ 폐막에 즈음해 열린 이번 학술발표회는 ‘평신도가 바라보는 새로운 복음화’를 주제로 오늘날 그 소명과 역할이 더욱 강조되는 평신도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복음화의 소명을 실천하기 위한 전망을 모색했다.

학술발표회는 기조강연, 세 차례의 발제와 논평으로 진행됐다.

기조강연을 맡은 성염(요한 보스코) 전임 주 교황청 한국대사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제시하는 ‘새로운 복음화’는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의 측면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세 주제 발표는 각각 세상과 다른 교회의 정체성과 증거, 평신도의 예언직 수행을 위한 신학적 기초로서 주교와 신자들의 ‘특별한 협동’, 그리고 세계 시민으로서 통합적 인간 발전을 위한 평신도의 역할에 대해서 제시했다.

■ 기조강연 ‘하느님의 도성은 사회적 사랑’

“새로운 복음화의 첫 걸음은

율법의 철가면 아닌 자비의 얼굴”

기조강연을 맡은 성염 전 대사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도적 권고 「복음의 기쁨」은 21세기 가톨릭교회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인 동시에 ‘새로운 복음화’의 지침이라고 강조했다. 발제자는 이 권고를 통해, 교황이 그리스도의 제자들이 지닌 ‘사람 낚는 어부’(마태 4,19)의 사명을 낚시나 그물질이 아니라 “갈릴래아 호수 전체를 ‘사회복음’으로 교화하는 ‘가두리 양식’으로 제안했다”고 평했다.

성 대사는 새로운 복음화의 첫 걸음은 곧 ‘자비의 얼굴’로 드러난다며, 교회는 ‘자비의 얼굴’을 지녀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수석 사제들과 율법학자들은 ‘율법의 철가면’을 씌우려 한다고 비판했다. 성 대사는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회적 가르침의 골자를 ‘배척과 불평등의 경제’로 파악되는 ‘신자유주의 경제’에 대한 비판이라고 보고, 최근 들어 교황에 대한 빈번해지는 비판은 ‘사회복음’에 대한 ‘맘몬’과 근본주의적 신앙의 저항이라고 분석했다.

성 대사는 또한 21세기는 ‘평신도 시대’라고 지적하고 정의 구현, 사회적 사랑, 올바른 정치의 구현 등이 일차적으로 평신도들에게 위임된 사명임을 일깨웠다. 나아가 이러한 소명은 ‘목자를 포함한 모든 그리스도인’에게로 확대된다며, 「복음의 기쁨」 183항을 인용해 “교회는 정의를 위한 투쟁에서 비켜서 있을 수 없으며 그래서도 안 된다. 목자를 포함한 모든 그리스도인은 더 나은 세계의 건설에 관심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 제1주제 ‘세상과 다르다? 히브리적 시선으로 시도하는 한국가톨릭의 순교신학’

“세상 가치와의 다름은

신앙 진정성 드러내는 지표”

주원준(토마스 아퀴나스) 연구원은 주제발표에서 순교자의 죽음과 삶이 곧 당대의 사회 현실과 가치와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였음을 상기시키고 당대의 가치와 사회에 동화되느냐 혹은 다름을 보이느냐가 신앙의 진정성을 드러내는 한 지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발제자는 한국천주교회의 유례없는 역사이자 신앙의 토대인 순교 사실과 순교자들의 삶을 구약성경이라는 보편적 전승으로 해석하고, 과거의 순교 신앙을 오늘날의 언어로 현재화하고 신학화하려고 시도했다.

주 연구원에 의하면 한반도에 세워진 천주교 신앙과 공동체는 새로운 시간관과 공간관을 도입했고, 새로운 이름과 사회적 관계를 들여왔을 뿐만 아니라 삶과 죽음의 의미까지도 변화시켰다. 마침내 새로운 인간형이 탄생했으며 이들의 삶은 당대의 사람들과 다른 면모를 보였다.

이러한 관찰을 바탕으로 발제자는 ‘동화와 다름의 변증법’을 제시하고, 초대교회 신앙인들은 당대 사회와 사람들과는 다르게 살고 다르게 죽었다고 지적했다. 발제문에서 제시한 ‘동화와 다름의 변증법’은 오늘날 교회의 세속화 현상을 진단하는 지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세상의 가치와 태도와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는, “내면으로부터 세상과 거리를 유지하고, 다름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고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 제2주제 ‘주교와 신자들의 특별한 협동- 평신도의 예언직 수행을 위한 신학적 기초’

“교회 지체로서의 주교와 신자

호혜성 지닌 공통의 필연 관계”

최현순(데레사) 교수는 평신도의 정체성과 소명을 올바르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전체로서의 교회를 이루는 교회의 각 지체들과의 관계 속에서 보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그런 맥락에서, 주교와 신자들은 긴밀한 상호 관계 속에서 협동하는 ‘공통의 필연 관계’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특히 이를 보여주기 위해서 성체성사, 보편 사제직과 직무 사제직, 신앙 감각과 교도권의 관계를 살펴보았다. 우선 계시헌장 10항의 분석을 근거로, 목자(직무 사제직)와 신자들(보편 사제직)이 그리스도의 사제직에 공통된 참여를 하며, 이를 통해 이루어지는 ‘협동’이 목자와 신자의 ‘공통의 필연관계’를 구성함을 보여주었다.

특히 성체성사는 이 두 사제직이 ‘하나로 모여’ 하느님 백성 전체가 사제직을 수행하는 장이고, 따라서 ‘주교와 백성의 협동’이 탁월하게 일어나는 장이다. 또한 삶의 증거와 찬미를 통한 평신도의 예언직 수행, 신앙 감각과 교도권의 관계 안에서 목자와 신자들의 상호 호혜성이 드러난다.

목자와 신자들의 협동은 ‘공동합의성’(synodalitas)을 바탕으로 ‘함께 가는’ 것(주교회의, 교구 사목평의회, 사제평의회, 본당 사목평의회 등)으로 나타나야 하며, 목자의 의사 결정 과정에는 평신도들의 자문이 필수적임이 강조됐다.

■ 제3주제 ‘통합적 인간발전으로서의 새 복음화- 세계 시민으로서의 평신도 역할을 중심으로’

“가르치는 교회서 듣는 교회로

교황, 평신도 운동의 전망 제시”

황경훈(바오로) 소장은 ‘새로운 복음화’를 곧 ‘통합적 인간 발전’의 실현으로 본다. ‘통합적 인간 발전’은 바오로 6세 교황의 ‘민족들의 발전’에서 ‘인간 발전은 평화의 다른 이름’이라고 제안한 이래 프란치스코 교황 「찬미받으소서」의 ‘통합적 생태론’에 이르기까지 평화와 생태의 주제에 유기적으로 연관된 핵심 개념이고 이는 곧 ‘새로운 복음화 패러다임’이다. 발제자는 여기에서 특별히 아시아의 종교문화적 다원성에 주목해, 다양성 속의 일치를 위한 ‘삼중대화’의 중요성과 다원주의적 관점의 가치를 지적했다.

평신도는 새 복음화의 주체이다. 공의회가 ‘하느님 백성’의 교회론을 제시했지만 여전히 성속이원론과 성직자 중심의 엘리트주의가 현재 한국교회를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발제자는 교황이 제안한, ‘가르치는 교회’로부터 ‘듣는 교회’로의 전환이 평신도 운동의 전망을 제시한다고 보았다. 특히 교회 내적으로, 단체성과 공동합의성(synodalitas) 등의 주요 개념을 평신도 관점에서 해석, 확장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소장은 이어 복음화의 주체로서 평신도의 교육과 양성을 ‘세계 시민’의 관점에서 논의할 것을 제안했다. 즉 “평신도는 신자이면서도 고통 받는 세계 모든 이들과 적극 연대하는 세계 시민으로 교육되고 훈련될 때에야 비로소 ‘무관심의 세계화’라는 반생명의 문화를 생명의 문화로 바꾸는 새 복음화의 ‘선교하는 제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