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국내 유일 인문학대학원 ‘유스티노 자유대학원’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18-11-13 수정일 2018-11-13 발행일 2018-11-18 제 3120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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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다움 되찾고 삶의 의미 성찰하다
각 분야 석학 강의 한자리에서 이어져
필요 과목 직접 고르는 자유수강제도
사회교리 바탕으로 공동선 확장 도와

인간 존엄성과 그에 대한 존중이 점점 옅어지고 있는 세상. 그 한가운데에서 현대인들은 내면의 결핍을 느끼고 자아와 삶의 올바른 가치, 그 실천 방향 등을 찾아 고민한다. 비뚤어진 인간 관계를 되돌리고 인간에 대해 제대로 이해할 필요 또한 절실히 느낀다. 인문학에 대한 정서와 관심은 바로 이러한 결핍을 채우고 변화로 이끄는 해답이다. 대구가톨릭대학교 ‘유스티노 자유대학원’(Justin Graduate School of Liberal Arts)은 보다 많은 이들에게,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고 삶의 궁극적 의미를 성찰할 수 있는 인문학의 길을 열어주기 위해 설립된 특수대학원이다. 우리나라 최초이자 유일한 인문학 전문 대학원인 유스티노 대학원이 더욱 풍성한 교과 과정을 갖추고 대중 앞에 섰다.

대구가톨릭대 유스티노 자유대학원 강의는 대구 남산동 신학대학 유스티노 캠퍼스에서 진행된다.

■ ‘인문학’과 대학원 설립 취지

유스티노 자유대학원은 지속적인 학문 탐구와 참다운 인간 연구를 원하는 학사 학위 소지자들에게 시대정신에 맞갖은 인문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올해 3월 설립됐다.

인문학이란 통상적으로 인간과 관련한 근원적 문제나 사상, 문화 등을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을 지칭한다. 학문 분류별로는 언어·언어학, 문학, 역사, 법률, 철학, 고고학, 예술사, 비평·예술의 이론과 실천, 그리고 인간을 내용으로 하는 학문 등을 포함한다. 사실 과거엔 학문이 곧 인문학이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대학 교육 흐름은 물질적 가치와 취업, 출세 등을 향해 나아가는 징검다리로 인식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질적 성장이라는 이데올로기 속에서 인문계 학문을 홀대하고 이공·자연계를 편향적으로 성장시켜 대학 교육과 학문 연구의 균형은 깨진 상황이다.

유럽사회도 산업혁명 이후 인문계보다 이공·자연계 발전에 힘을 실은 결과 정신적 빈곤과 방황을 겪었다. 다시 인문학으로 돌아가면서 유럽사회도 개개인의 올바른 자아와 인간 존중의 문화를 되찾는데 힘을 싣을 실을 수 있었다. 또한 각 국가들은 교회가 사회교리를 바탕으로 제시한 인문학적 가치와 실천 방안 등의 해법을 사회제도에 녹여내면서 보다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 토대를 새로 다져왔다.

대학의 인문교육 전통은 ‘자유 학문’(Liberal Arts) 교육에 뿌리를 두고 있다. 자유라는 이름이 붙은 까닭은 기능을 익히는 직업 훈련이 아니라, 이른바 자유 시민으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인간교육, 교양교육이기 때문이다. 유스티노 자유대학원에서도 실용기술만이 아닌 인간다운 길을 모색하고 삶의 궁극적 의미를 성찰할 수 있는 진정한 학문의 길을 열어준다.

■ 교육 과정 및 비전

'대학'(universitas)의 역사 또한 12세기 유럽 수도원, 즉 교회에서 시작됐다. 인성을 갖춘 참 인간을 양성하고 균형 잡힌 참 지성인을 교육하는 것이 '대학' 본연의 의미다. 대구가톨릭대는 한강 이남에선 처음으로 이러한 서양식 인문 교육을 시작한 104년 전통의 인문학 특성화 학교다. 특히 평신도 교부(敎父)로서 세상과 대화하는 철학을 추구하다 순교한 유스티노 성인의 인문 정신을 본받아 설립됐다. 대구가톨릭대는 이러한 대학 정신을 되살려, 인문학을 통해 보다 많은 이들이 자신의 참된 영혼을 만나고 세상을 더욱 정직하고 올바르게 바라볼 눈을 갖출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유스티노 자유대학원에서는 한국과 동·서양 고전을 비롯해 동·서양 사상사, 문학, 예술, 인문사회학으로 구성된 2년의 교과 과정을 거친 이들에게는 인문학 석사 학위(Master of Liberal Arts)를 수여한다. 특히 대구가톨릭대 유명 교수진뿐 아니라 강상진 교수(서울대)·김혈조 교수(영남대), 강은교 시인(전 동아대 교수) 등 분야별 석학들이 대학원 강의를 진행해 관심을 모은다.

신임 대학원장 최원오(빈첸시오) 교수는 유스티노 자유대학원 교과 과정은 “일회적이고 자기 위안적인 인문학을 넘어서 영속적인 진리와 인간의 오래되고 또 새로운 지혜를 익히도록 도와 행복한 자아를 찾고 더불어 사는 삶, 정의가 살아있는 삶을 이어가는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5주간 집중강의를 듣는 ‘집중이수제도’와 유스티노 캠퍼스에 개설된 사회적경제대학원, 사회복지대학원, 상담대학원 등의 특수대학원 강의를 최대 6학점까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자유수강제도’는 유스티노 자유대학원만이 갖춘 특징이다. 획일적인 교과 과정에서 벗어나 개개인이 자신에게 필요한 과목을 직접 골라 맞춤식 교육을 이수하는 것은 학제 간 벽을 허물고 학문의 저변을 넓힐 수 있는 정통 인문 교육의 혁신 모델이기도 하다.

‘공동선과 연대성’ 확장을 취지로 사회교리에 바탕을 둔 ‘땅과 경제정의’, ‘문화와 평화’ 등의 과목을 제공하는 면도 관심을 모은다. 교과 과정 중에는 다산 정약용과 연암 박지원, 중국 고전 이해, 단테의 신곡, 한국미술사, 문자와 인류 문명, 세상을 읽어 주는 시, 음악과 미술 사이, 시네 인문학, 세계 시민성 등의 다양한 강좌가 제공된다.

아울러 대구가톨릭대는 인문학 활성화를 위해 유스티노 자유대학원 모든 원생들에게 50% 특별장학금을 지급한다. 2019학년도 전기 원생 추가 모집 전형은 12월 31일부터 2019년 1월 8일까지 실시하며, 대학원 강의는 대구 남산동에 위치한 유스티노 캠퍼스에서 진행한다.

※문의 053-660-5253 대구가톨릭대 특수대학원 행정실, spgr.cu.ac.kr

● 대구가톨릭대 총장 김정우 신부

“개인과 사회의 가치관 혼란 인문교육으로 바로 세워야”

유산을 물려주지 않는다고 자식이 부모를 죽이고, 생활고에 지친다고 부모가 자식과 동반자살을 시도하고…. 우리사회에서도 온갖 범죄를 넘어서 천륜을 거스르는 끔찍한 사건까지 이어지고 있다.

“왜 이런 사건들이 일어날까요? 가장 큰 원인은 바로 교육의 문제입니다.”

대구가톨릭대학교 총장 김정우 신부는 오늘날 개개인의 가치관 혼란, 사회 혼란 등의 근간에는 비뚤어진 교육이 자리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신부는 “4년제 대학만 186개가 있고 세계적으로도 인구 대비 대학 졸업자 비율이 매우 높지만,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세계 최고이며 노벨상 수상자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한 게 현실”이라며 “이러한 아픔은 물질적인 가치가 바로 행복이라고 가르친 비정상적인 교육의 결과”라고 토로했다. 김 신부는 무엇보다 “대학이 전인적 인간을 양성하는데 힘을 기울이기보다 물질적 혜택을 누릴 수 있는 학과만 기형적으로 발전시켜 반쪽 지성을 만들고 있는” 문제점을 제기했다. 이어 ‘가톨릭’ 교회가 운영하는 대학은 초기 ‘대학’ 설립의 취지를 되살려, 인간성을 되찾아주고 세상의 결핍을 채워줄 수 있는 장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간다움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인문학이 필요합니다. 현대인들도 이 필요성을 점차 느끼기에 힐링, 웰빙 등을 찾아 나섭니다. 하지만 그 방법을 제대로 알고 있진 못하죠. 인문학은 그 해결책을 알려줍니다.”

김 신부는 “대학을 생산성을 높이는 도구로만 생각한다면 우리 사회는 더욱 불행해진다”며 “이젠 대학의 패러다임을 바꿀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이러한 취지로 김 신부는 우선 대학원을 통해 “인간이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학문”을 제공하도록 ‘유스티노 자유대학원’ 설립과 운영 등을 기획했다. 이러한 학교 정책에 관해 뭇사람들은 ‘돈 벌 걱정 없는 이들만 할 수 있는 결정’이라고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김 신부를 비롯한 대구가톨릭대 교수진들은 “‘대학다운 대학’으로 변화하고 가톨릭계 대학이 가톨릭정신으로 교육하기 위해선 인문학이 꼭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 최초의 인문학대학원이라는 작은 반향이 공감을 얻어 이 세상을 바꾸는 나비효과로 커질 것이라 믿습니다. 또한 앞으론 인문학이 젊은이들, 직장인들에게 이른바 ‘스펙’이 되는 때가 곧 올 것입니다. 지금은 시대의 이익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혼자서 방주를 만든 노아의 모습과 같을지라도 대학이 세상을 구하는 학문의 방주가 되도록 노력할 때입니다.”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