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리앤 쿠시마노 러브 (아메리카가톨릭대학교 교수)
“정의와 평화는 반드시 함께 가야합니다”
정의 없이 화해 추구하면 폭력과 갈등 다시 오기 마련
힘들고 오래 걸리더라도 ‘정의로운 평화’의 원칙 중요
“때때로 정의와 평화의 문제는 충돌합니다. 그러나 그 둘은 함께 가야 합니다. 평화를 위해 정의의 문제를 포기할 때 폭력은 반드시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메리앤 쿠시마노 러브 교수는 고통스러운 과거를 덮어두고 피해자들의 회복이 아닌 당장의 이해관계를 우선할 때, 잠시 모습을 감춘 것 같았던 폭력과 갈등은 언젠가는 우리를 다시 찾아오기 마련이라고 설명한다. 지도자들의 합의에 의한 평화, 정의의 문제를 묻지 않고 책임 규명을 덮어두는 화해가 위험한 까닭이며 ‘정의로운 평화’가 중요한 이유다.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아메리카가톨릭대학교에서 국제정치학 교수로 재직 중인 러브 교수는 지난 20년간 세계의 교회 기관과 종교인들이 평화를 구축하기 위해 기울이는 노력과 이런 행동을 이끄는 종교적 상상력과 아이디어에 대해 연구했다.
러브 교수는 특히 미국의 인종 갈등, 콜롬비아 내전, 독일의 분단과 통일 과정에서 이뤄진 화해를 위한 노력과 실패에 대해 연구해 왔다. 그리고 이 과정들이 ‘정의로운 평화’의 관점에서 성공적이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냉전 시대에 이뤄졌던 군축은 더 높은 수준의 평화를 가져오지 못했습니다. 이는 정의로운 평화의 원칙과 실천 관행이 적용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러브 교수가 ‘정의로운 평화’를 위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참여’다. 정의로운 평화의 원칙에서는 국가 및 분쟁의 당사자들을 포함하는 이해관계자들의 폭넓은 참여가 필요하다. 평화를 깨뜨린 자들의 참여, 갈등으로 소외당하고 억압받았던 사람들을 포함한 모두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참여는 지난한 인내와 긴 시간이 필요하다.
한반도의 평화 또한 기대보다 훨씬 힘들고 오랜 시간이 걸리는 과정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정의’와 ‘평화’를 동시에 도모하기 위해 한국교회는 이미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고 말한다.
“평화를 위한 여정에서 종교만이 할 수 있는 일들이 있습니다. 평화 교육, 기억과 영혼의 치유를 통한 관계 회복은 분단이 나은 상처를 극복하고 한반도가 정의로운 평화를 추구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