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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신도 희년 폐막, 지난 1년을 돌아보다

최용택 기자
입력일 2018-11-06 수정일 2018-11-07 발행일 2018-11-11 제 3119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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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속 그리스도인의 사명과 역할 성찰한 시간
평신도 대회·성지순례·기도운동 등
전국 교구 행사에서 ‘희년’ 정신 새겨
일반 신자 목소리 대변 못한 아쉬움도

‘새 복음화의 증인–내가 너를 뽑아 세웠다’(요한 15,16)를 주제로 선포된 한국 평신도 희년이 마무리됐다. 한국천주교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회장 손병선, 담당 조성풍 신부, 이하 한국평협)는 평신도들이 능동적인 사도직 참여로 새로운 복음화의 증인으로 나서야 한다는 시대의 증표에 응답하기 위해 희년을 선포했다. 희년을 마무리하며 지난 한 해 동안 한국평협이 평신도 소명을 알리기 위해 펼친 노력을 평가하고 향후 과제를 전망한다.

■ 희년 정신 북돋우는 다양한 활동

한국 평신도 희년은 지난해 11월 19일 평신도 사도직 활성화의 기치를 걸고 선포됐다. 새 영세자 감소와 주일미사 참례율 하락, 냉담교우 증가 등 평신도의 신앙생활 열정이 식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평협은 평신도의 소극적 신앙생활이라는 ‘시대적 증표’를 극복하기 위해 평신도 희년을 추진한 것이다.

전국 각 본당에서 ‘그리스도인답게 살겠습니다’ 선언을 시작으로 개막한 평신도 희년 동안 한국평협을 비롯한 전국 교구와 평신도 사도직 단체들은 세미나와 평신도대회, 성지순례 등 다양한 행사와 기도운동을 펼쳤다. 다양한 활동을 통해 한국교회의 평신도들은 교회 안에서 평신도의 자리는 어디며, 어떻게 그 자리를 회복할 것인지를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다.

평신도 희년은 평신도의 사명과 신앙생활을 촉진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평협은 하느님과의 관계 회복을 위해 신자 모두가 평신도 희년 전대사를 받도록 당부했다. 각 교구는 평신도들의 순교신심 고취를 위해 교구 대표 성지들을 ‘평신도 희년 전대사 순례성지’로 선포했다. 또 교구의 각종 행사에서 ‘평신도 희년’의 정신을 북돋웠다.

전대사 참여와 함께 한국평협은 한반도의 평화와 민족의 화해를 위한 기도 운동도 벌였다. 한국평협은 또 ‘그리스도인답게 살겠습니다’ 운동의 지속적 실천과 함께 전·월세 올리지 않기, 원수진 이웃과 화해하고 용서하기, 냉담교우 회두 권면, 가난한 나라 어린이 원격 입양 등 희년의 정신을 반영하는 구체적 실천 운동도 제시했다.

■ 한국평협 창립 50주년 기념

평신도 희년 행사의 정점은 7월 21일 대전 주교좌대흥동성당에서 열린 한국평협 창립 50주년 기념식이었다. 이날 기념식은 평신도 희년의 정신을 되새기며 한국평협의 탄생을 기억하고 평신도 사도직 활동의 새로운 50주년에 대한 희망을 품는 시간이었다.

이날 기념식은 김익진 프란치스코(1906~1970)의 삶을 다룬 연극 ‘빛으로 나아가다’로 막을 열었다. 김익진은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의 삶에 감화돼 모든 것을 버리고 주님을 따라 나선 평신도의 모범이었다. 연극에 이어 한국평협 50년 역사를 되짚고 평신도 사도직의 소명과 미래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는 특강이 이어졌다. 특히 이날 한국평협은 50주년 선언문을 통해 한국 평신도들이 향후 나아갈 방향을 선포했다.

4월 14일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다’를 주제로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한국 평신도 희년 맞이 성령쇄신 전국대회’에 참가한 신자들이 기도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6월 23일 열린 의정부교구 평신도 희년 기념 심포지엄.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7월 21일 한국평협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50주년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는 신자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 여전히 갈 길이 먼 한국의 평신도

현대 교회는 세속화와 물질주의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위기를 안고 있다. 이러한 현대의 현상을 극복하고 복음화시켜야 할 주체는 평신도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평신도 사도직에 관한 교령 「사도직 활동」(Apostolicam Actuositatem)은 세상 한가운데에서 살아가는 평신도들은 “그리스도인 정신으로 불타올라 마치 누룩처럼 세상에서 사도직을 수행할”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평신도 희년은 교회 안팎의 평신도 고유 권한과 역할을 회복하려는 노력 없이 그저 ‘평신도 희년’의 이름을 단 행사로 치우쳤다는 평가도 있다. 각 교구 평(단)협 조직이 사도직 단체 협의회로 구성돼 있어 본당을 중심으로 하는 일반 신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오래됐다. 평신도가 하느님 백성으로 이뤄진 교회의 주역이 되기 위해서는 평신도 스스로의 노력뿐만 아니라 교계제도의 지원도 필요하다.

평신도 희년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정신에 따라 창립된 한국평협의 50주년을 맞아 선포됐다. 희년의 의미가 살기 위해서는 본당 사목회와 각 사도직 단체와의 연대를 통한 평신도의 역할 확대와 공의회 정신을 살려 평신도가 맡은 바 소명에 따라 활동할 수 있도록 교계제도의 지원이 절실한 때다.

■ 한국평협 손병선 회장

“1인 1단체 참여로 소속감 가질 때 냉담도 줄어”

“한국 평신도 희년은 주님의 선물로 주어진 뜻깊은 한 해였습니다. 한마디로 감사의 한 해였지요. 한국교회의 평신도들이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뿌듯한 시기였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천주교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이하 한국평협) 손병선(아우구스티노) 회장은 지난해 11월 19일부터 시작해 올해 11월 11일 마무리된 평신도 희년이 세상 속에서 복음의 기쁨을 전하는 평신도들의 정체성을 다시금 되새기는 시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한국평협은 평신도 희년을 맞아 다양한 행사를 마련했고, 각 교구 평(단)협도 평신도의 소명을 더욱 널리 알리기 위해 심포지엄과 평신도대회 등 관련 행사를 진행했다. 평신도 희년이 마무리됐지만, 여전히 평신도들의 목소리는 작고 교회 안에서 교회의 주인으로 바로서기는 어려운 환경이다. 손 회장은 한국교회 안에 만연한 성직주의가 평신도 운신의 폭을 제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 회장은 “평신도와 수도자, 사제들의 삼각관계가 균형을 이뤄 동반자로서 함께 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회 구성원 사이의 연대의식과 협력 사목, 참여 사목에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평신도들도 주인의식을 갖고 좀 더 적극적·능동적으로 참여해 협력자로서 역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손 회장은 ‘1인 1단체 이상 가입’을 적극 추천했다. 손 회장은 “신심단체나 동호회, 후원회 가입 등으로 본당에서 소속감을 갖게 되면, 냉담을 최소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평신도 희년이 우리가 평신도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서 용서와 화해, 감사와 기쁨, 나눔의 삶을 살기로 다짐하는 계기가 됐길 바랍니다. 요즘 시노달리타스(synodalitas, 공동합의성)라는 말을 자주 쓰고 있습니다. 평신도를 포함해 교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이러한 노력을 기울여 나갈 때 한국교회는 새로운 도약을 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