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장에서] 함께 가는 길 / 이주연 기자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18-11-06 수정일 2018-11-06 발행일 2018-11-11 제 3119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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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의 노란 화살표는 이 길을 걷는 순례자에게 절대적이다. 잊을 만하면 나타나 목적지 산티아고가 어느 방향인지 알려준다. 또 목표 지점이 얼마나 남아있는지 되새기게 한다. 몇십m 간격으로 표시된 노란 화살표는 순례길 전체에 걸쳐 수천 개에 이른다. 순례객들은 그 화살표가 이끄는 대로 산티아고를 향해 나아간다. 노란 화살표와 함께 나의 앞에서 혹은 뒤에서 걷는 순례자들도 방향을 잊지 않게 하는 힘이 돼 준다.

산티아고 순례길 동행 취재에 나선 기자 역시 노란 화살표와 순례객들을 표지판 삼아 길을 걸었다. 순례 셋째 날이었다. 나만의 생각에 빠져 정신없이 걷다 보니 갈림길이 나왔다. 그런데 분명 있어야 할 노란 화살표가 보이지 않았다. 뒤따르던 순례객들도 시야에 잡히지 않았다. 혹시나 해서 화살표를 찾아 이 방향으로 저 방향으로 걸음을 옮겨보았지만 ‘노란색’은 찾아지지 않았다.

길을 잘못 들어선 것이 분명했다. 비가 내리는 빈 들판에는 적막감이 감돌았다. 길을 잃었다는 생각, 또 혼자라는 느낌에 잠시 겁이 밀려왔다.

서둘러 오던 길을 되돌아 나왔다. 다소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터벅터벅 걷는데, 멀리 노란 화살표가 보였다. 잠시 급박했던 심정을 반영하듯, 그 어느 때보다 노란색이 선명했다. 형형색색 배낭을 멘 순례객들도 눈에 들어왔다. “부엔 카미노”(Buen Camino, 좋은 길) 손을 흔들며 지나는 그들을 보면서 ‘이젠 안심이다’는 마음에 깊은숨이 내쉬어졌다.

이 작은 해프닝은 이후 길을 걸으며 내내 여러 상념에 잠기게 했다. 노란 화살표를 따라 각자 홀로 걷지만, 함께 걸어가는 것이었다. 주님을 향한 우리의 신앙 여정이 그렇듯이 말이다.

이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