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세상살이 신앙살이] (458) 놀라운 주문!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입력일 2018-10-30 수정일 2018-12-26 발행일 2018-11-04 제 3118호 17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얼마 전에 배가 좀 아픈 듯해서, 아무것도 먹지 않은 적이 있습니다. 그러자 그다음 날에는 조금 괜찮은 듯했지만, 명치 끝부분에 통증이 남아있었습니다. 그래서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방으로 돌아와 쉬려고 자리에 누웠습니다. 그런데 문자가 왔습니다.

“형, 제 방에서 차 한 잔 마실래요?”

며칠 전부터, 수도원의 손님방에서 머무르고 있는 어느 교구 신부님의 문자였습니다. 그래서 몸 상태는 안 좋았지만, 차를 마시자는 제안이라 그 신부님이 계신 손님방으로 찾아갔습니다. 노크를 하고 문을 여는데, 작은 방안 가득 좋은 냄새가 가득 차 있었습니다.

“신부님, 방에서 좋은 냄새가 나네요.”

“아, 방금 제가 갈아, 연하게 내린 커피 냄새일 거예요.”

나는 커피라는 말에 잠시 움찔하며,

“신부님, 오늘은 제가 커피는 마시면 안 될 것 같은데, 어쩌나!”

“왜요, 어디 편찮으세요?”

“크게 아픈 건 아닌데, 어제는 배가 좀 아프더니, 오늘은 명치끝에 통증이 좀 있네요.”

그러자 그 신부님은 내 얼굴을 쳐다보면서,

“형님, 괜찮으시다면, 제 침대에 좀 누워 보실래요.”

“아니, 왜?”

“형님, 저만 믿고, 제가 하라는 대로 해요.”

그래서 나는 그 신부님의 침대에 누웠습니다. 그러자 그 신부님은 내게 웃옷을 가슴까지 좀 올리고, 허리띠를 조금 풀라고 말했습니다. 그런 다음 신부님은 자신의 몸을 침대에 걸친 후 내 배를 가만히 내려 보았습니다. 이어서 혼잣말로 중얼중얼하더니, 성호를 그은 다음 내 배 위에 손을 얹어 원을 그리듯 천천히 마사지를 해 주었습니다.

그 신부님이 내 배를 마사지를 하는데 나는 마치 뭔가에 홀린 듯 편안함이 느껴져 눈을 감았습니다. 신부님은 계속해서 중얼거리며 배 마사지를 했습니다. 그렇게 좀 하더니 그 신부님은 “형님, 배 주변이 딱딱하네요. 그래서 5분만 하려고 했는데, 10분은 해야 할 것 같아요.”

그런 다음에도 신부님은 중얼거리며 마사지를 했습니다. 그러는 동안 처음에는 내 배에서 통증이 있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은 가라앉았고, 나중에는 부끄럽게도 ‘꾸르륵, 꾸르륵’ 소리까지 났습니다. 그 소리를 듣자 신부님은,

“이제 소리가 난다. 위가 조금은 안정을 찾은 것 같네요.”

그러고 나서 신부님은 거의 10분을 다 채운 듯, 마사지를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신부님은 성호를 그으며 말했습니다.

“오늘은 이만 끝. 내일 한 번 더 해야겠어요.”

이 말을 듣고, 나는 미안한 마음에,

“아니에요. 이제 다 나았어요. 그런데 마사지하는 동안 뭐라고 중얼거렸어요?”

그 신부님은 웃으며 말했습니다.

“내가 이 말 하면 웃으실 거죠?”

“아니, 왜 웃어요, 진지한데. 정말 안 웃을게요.”

“음, 그건, 헤헤, ‘어머니 손은 약손’, ‘어머니 손은 약손’ 하면서 마사지를 했어요.”

‘어머니 손은 약손!’ 이 말을 듣는데, 순간 울컥했습니다. 또한 실제로 어머니 손이 아니라도 ‘어머니 손은 약손’이라는 주문만 외워도, 세상의 모든 손이 어머니 손이 된다는 사실을 경험하였습니다. 참으로 놀라운 ‘어머니 표’ 주문. 그날은 시공간을 넘고 기억과 추억을 넘어 ‘어머니 손은 약손’ 주문의 놀라운 효과를 똑똑히 목격한 아침이었습니다.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