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급성 뇌졸중으로 고통 받고 있는 필리핀인 노동자 제리 마니폰씨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18-10-30 수정일 2018-10-30 발행일 2018-11-04 제 3118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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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경 헤매면서도 가족들 눈앞에 아른거려
갑자기 쓰러져 뇌출혈 진단 받고 수술
의식 온전히 돌아오지 않고 반신 마비
간병하며 벌이 끊겨 병원비 갚기 어려워

엘레아놀씨가 의식을 차리지 못하고 가끔 눈만 깜빡거리고 있는 제리씨에게 세 자녀들의 사진을 보여주며 힘내라고 격려하고 있다.

“하루 세끼를 먹는 게 가장 좋았어요.”

제리(46)와 엘레아놀(43) 마니폰씨 부부는 세 명의 자녀를 떼어놓고 타국에서 힘겹게 살지만, 매끼 식사를 할 수 있고 아이들 학비를 보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그야말로 하느님의 은총이라고 생각한다.

필리핀에선 늘 끼니 걱정을 해야 했다. 부부가 함께 재봉일을 했지만, 세 아이와 양쪽 집안 노모들의 생활비를 마련하기에도 역부족이었다. 2011년 남편이 먼저 한국행을 택했다. 자녀들만큼은 꼭 학교에 보내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곧이어 어린 자녀를 떼어놓고 부인도 한국행을 택했다. 몇 년 만 고생하면 막내딸도 대학에 보낼 수 있다는 희망으로 피곤하단 말을 입에 달고 살아도 직장일 만큼은 열심히 해왔는데…. 제리씨가 쓰러졌다. 그야말로 청천벽력이었다.

지난 10월 7일, 제리씨가 갑자기 오른발을 움직이지 못하고 어지러움을 느끼자 엘레아놀씨는 그를 택시에 태워 ‘가톨릭’이란 이름이 붙은 병원으로 무조건 갔다. 조가비핵 출혈, 즉 뇌출혈 진단을 받고 급히 두개를 절개해 뇌수술을 하는 개두술 및 혈종 제거술을 받았다. 제리씨가 이상증세를 보인 순간부터 수술실에 들어가고 중환자실에서 가쁜 숨을 쉬는 동안 엘레아놀씨는 그야말로 지옥을 오가는 시간을 보냈다. 필리핀에 있는 세 아이의 얼굴과 노모들의 얼굴이 끊임없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다행히 차근차근 회복과정을 밟아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는 옮겼다. 하지만 아직 의식을 완전히 차리지 못하고 있고, 오른쪽 손발 등 반신은 마비상태다. 앞으로도 얼마나 치료와 재활을 반복해야할지 명확하지 않다.

제리·엘레아놀씨 부부는 자동차 부품 생산 공장에서 일하며 월 27만 원짜리 셋집에서 생활했다. 단칸방이지만 쉴 곳이 있고 직장이 있는 현실에 감사하며 매일 성실히 일했다.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다 참고 가족들을 위해 월급 대부분을 필리핀으로 보냈지만, 봉헌금 만큼은 아끼지 않았다. 주일이면 대구대교구 이주사목위원회가 마련하는 필리핀공동체 미사에 참례하고, 자녀들에게도 늘 하느님 가까이 머물라고 가르쳐왔다.

부부의 노력으로, 큰 딸은 졸업을 하진 못했지만 대학 교육 과정을 거쳤고 둘째 아들은 전문대학에서 컴퓨터 관련 전공을 하고 자립을 위한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고등학생인 막내딸도 오랜 시간 떨어져 지내지만 자주 연락하며 가족사랑을 키워왔다. 하지만 지난 한 달여간 자녀들은 전화 연결만 되면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울다가 전화를 끊곤 한다.

엘레아놀씨라도 직장일을 다시 하기 위해 제리씨의 어머니가 한국에 들어와 간병을 하고 싶지만 항공권을 마련하는 것부터 막막할 따름이다. 간병인을 쓸 형편이 안 돼 부인이 직접 24시간 간병을 하자 벌이가 뚝 끊어졌다. 평소 저축을 할 형편은 안됐던 터라, 당장 필리핀에 생활비도 보내지 못하고 월세도 밀려 속을 끓이고 있다. 무엇보다 단박에 수천만 원이 된 수술 및 입원비 액수에 좌불안석이다. 다행히 중환자실에서는 나왔지만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누워있는 제리씨를 보며, 온 가족은 그저 묵주를 꽉 쥐고 성모님의 전구를 청할 뿐이다.

※성금계좌※

우리은행 1005-302-975334

국민은행 612901-04-233394

농협 301-0192-4295-51

예금주 (재)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

모금기간: 10월 31일(수)~11월 20일(화)

기부금 영수증 문의 080-900-8090 가톨릭신문사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