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장에서] 청소년과 인권 감수성 /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18-10-30 수정일 2018-10-30 발행일 2018-11-04 제 3118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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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인권평화재단이 매년 주관하는 ‘청소년모의인권이사회’는 취재할 때에도, 멘토로서 함께 할 때에도 잔잔한 감동을 얻곤 한다.

제8회째를 맞은 올해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난 10월 26일부터 사흘 동안 열린 이번 청소년모의인권이사회에서는 광주지역 고등학생 80명이 한반도 평화와 난민 인권, 청소년 생존권의 세 가지 의제로 생각을 주고받았다.

감동의 이유는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청소년들은 어른들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깊은 생각과 성숙한 태도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그들이 비교적 전문적인 지식과 폭넓은 시각을 두루 갖추고 있지 못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들이 토론과정에서 보여주는 진지한 자세와 적극적인 태도는 충분히 존중받을 만하다. 그들의 자세에서 이미 지적 한계는 더 이상 한계가 아니다.

두 번째는 청소년들이 지닌 예민한 감성이다. 이미 사고가 경직된 어른들과는 달리 그들은 새로 주어지는 정보와 시각을 열린 자세로 수용하고 공감한다. 이는 기성세대들이 꼭 생각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인권이사회에서는 의제마다 찬성과 반대의 입장을 정해서 토론을 진행한다. 물론 사전에 나눠진 역할분담이다. 하지만 논의 과정을 통해서 보면 참가 청소년들은 새롭게 발견하고 주어지는 인권 관련 내용들을 진심으로 공감하고 수용한다. 그래서 모든 토론을 마친 뒤 그들의 인권 감수성은 놀라울 정도로 높아진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어른이 그들을 가르친 것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 깨우친 것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