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제22회 한국가톨릭학술상] 본상 - 하인리히 덴칭거의 「신경, 신앙과 도덕에 관한 규정·선언 편람」 한국어판 펴낸 ‘덴 칭거 책임번역위원회’

성슬기 기자
입력일 2018-10-23 수정일 2018-10-24 발행일 2018-10-28 제 3117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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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간 교황청과 공의회서 발표한 주요 문헌들 번역
교부시대서 2009년까지 650여 문헌 모음집
1854년 독일 덴칭거 신부가 초판 발행
국내서는 2003년 ‘덴칭거 번역위원회’ 꾸려
14년만에 1728쪽 문헌 한국어로 번역 출간

제22회 한국가톨릭학술상 본상을 수상한 ‘덴칭거 책임번역위원회’ 박찬호·곽진상 신부, 심상태 몬시뇰, 황치헌·박현창 신부.(왼쪽부터)

번역에 착수한 지 14년 만에 1728쪽에 달하는 「신경, 신앙과 도덕에 관한 규정·선언 편람」(이하 「신경 편람」) 한국어판이 출간됐다. 우리말 번역에 주도적 역할을 한 심상태 몬시뇰(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 소장)은 지난해 3월 열린 출간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거북이 걸음으로 10여 년을 번역에 매달리다 보니 사람들이 실제로 저를 보고 ‘거북이 등’이 됐다고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심상태 몬시뇰 이외에도 수원교구 총대리 이성효 주교, 수원가톨릭대 총장 곽진상 신부, 수원가톨릭대 교수 황치헌·박현창·박찬호 신부는 2003년 ‘덴칭거 책임번역위원회’를 꾸려 번역에 착수했다. 감수는 주교회의 신앙교리위원회가 맡았다.

1854년 초판을 펴낸 독일 신학자 하인리히 덴칭거 신부의 이름을 따 흔히 「덴칭거」로 불리는 이 책은 쉽게 말해 사도시대의 교부들로부터 최근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문헌에 이르기까지 교황청과 공의회의 중요한 결정문들을 선별해 전해주는 모음집이자 신앙 규정집이다. 2세기부터 2009년까지 발표된 650여 문헌들이 이 한 권에 들어 있다. 번역 원본은 2014년에 나온 독일어 44판이다.

책은 1부 신앙 고백과 2부 교회 교도권의 문헌 등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1부는 그리스도인들이 믿어야 할 신앙내용을 알려주는 신경들의 모음이고, 2부는 2000년 동안 교회에서 발표한 교도권의 가장 중요한 문서들을 모았다.

「신경 편람」은 발간 당시 국내 교회 지도자들로부터 한국 신학 발전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성효 주교는 “「신경 편람」이 가톨릭과 개신교를 포함한 한국 신학 발전에 큰 역할을 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의미를 부여한 바 있다. 또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는 “신학생들이 교회의 정통 가르침을 확실히 배우면 좋겠다는 생각에 교수 시절부터 번역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었다”며 “신학생을 비롯한 모든 신학 연구자에게 반드시 필요한 책을 우리말로 번역한 것은 큰 기쁨이자 자랑스러운 신학적 성과”라고 평가했다.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교회가 세상의 도전에 맞서 빛과 소금 역할을 하는데 「신경 편람」이 나침반 역할을 하길 기원하기도 했다.

독일 유학 중 「신경 편람」 번역의 필요성을 절감해 번역을 제안한 황치헌 신부는 “덴칭거는 신학을 공부하는 데 있어 성경 다음으로 중요한 책”이라며 “한국교회 신학이 발전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했다는 것에 큰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신경 편람」이 중요한 이유는 교회의 올바른 정통 신앙과 교리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아울러 오늘날 신학을 재해석하기 위해 참고해야 할 기본 가르침이 담겨 있다. 성서학, 전례학, 교의신학, 윤리신학, 교회사 등의 분야에서 중요한 신학의 원천이기도 하다.

이 편람은 가톨릭교회 교의와 신앙규범 그리고 윤리적 가르침들이 역사 안에서 어떻게 생겨났으며, 왜 변화를 겪게 됐는지, 그러면서도 변하지 않는 신앙의 근본 원리가 무엇인지를 알려준다.

역자들은 신학 전문 용어를 번역하고, 이를 통일하는 과정이 가장 힘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곽진상 신부는 “신학의 전문용어들과 인명·지명 등이 너무나 다양하게 번역되고 있다”며 “앞으로 용어 통일의 기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심혈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아울러 곽 신부는 기억에 남는 번역 작업도 소개했다. 그는 “‘머리를 부수는 기계가 있다’는 부분이 번역이 잘 안 됐다”며 “알고 보니 낙태할 때 사용되는 도구였다”고 밝혔다. 이어 “그리스도교 문화 안에서 의학과 과학이 발달하면서 생기는 문제들을 하느님 뜻에 맞는지 교황청에 물어보고 답하는 내용들이 기억에 남는다”고 덧붙였다.

● ‘덴칭거 책임번역위원회’는

독일·프랑스·오스트리아서 신학 공부한 사제들로 구성

수원교구 총대리 이성효 주교를 비롯해 심상태 몬시뇰(수원가톨릭대 명예교수·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 소장), 곽진상 신부(수원가톨릭대 총장), 황치헌·박현창·박찬호 신부(수원가톨릭대 교수)로 구성됐다. ‘덴칭거 책임번역위원회’는 번역진 구성부터 탈고까지 전 과정을 담당했다.

이성효 주교는 독일 트리어대학교 신학대학원 교부학 석사과정을 마쳤으며, 프랑스 파리 가톨릭대학교에서 교부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수원가톨릭대 교수로 재직하며 사목부장 겸 영성관장, 평생교육원장, 학술연구소장, 이성과신앙연구소장 등을 역임했다. 2011년 주교로 임명됐다.

심상태 몬시뇰은 신학생 시절부터 칼 라너와 요한 밥티스트 메츠, 발터 카스퍼 등 세계 정상급 신학자들이 교수로 있는 뮌스터대에서 수학하고, 튀빙겐대에서 발터 카스퍼와 한스 큉 두 교수의 논문심사를 거쳐 신학박사 학위를 취득하면서 신학자로서 나아갈 기초를 탄탄히 다져왔다. 2005년 몬시뇰로 임명됐으며, 수원가톨릭대 명예교수로 추대됐다.

수원가톨릭대 총장 곽진상 신부는 프랑스 파리 가톨릭대학교에서 교리교육학 석사와 교의신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수원가톨릭대 교수로 부임해 학생처장, 기획관리처장, 도서관장, 이성과신앙연구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신학연구와 후학 양성에 헌신하고 있다.

황치헌 신부는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대학에서 신학석사 학위, 독일 뮌헨대학에서 신학박사 학위(세계사 전공)를 받았다. 앞으로 「세계 공의회 총서」와 「고대 교회사 사료 편람」 등 번역 작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수원가톨릭대 교무처장 박현창 신부는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대학에서 신학석사, 독일 뮌헨대학에서 신학박사(사목신학) 학위를 받았다.

박찬호 신부는 오스트리아 린치대학에서 신학석사 학위를,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에서 신학박사 학위(윤리신학)를 받았다. 현재 수원가톨릭대 부설 하상신학원 원장을 지내고 있다.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