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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해·일치] 남북 관계 개선과 대북한 제재 / 이원영

이원영 (프란치스코)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연구원
입력일 2018-10-23 수정일 2018-10-23 발행일 2018-10-28 제 3117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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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5일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남북 정상회담의 후속 조치로 연내에 도로와 철도 연결 착공식을 갖기로 합의했다고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발표했다. 이에 대해 미국 국무부에서는 남북 관계 개선은 북핵 문제 해결과 별개로 진행돼서는 안 되며, UN 안보리 결의안이 금지한 특정상품을 포함한 유엔 제재에 대해 모든 UN 회원국의 완전한 이행을 기대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지난 8월 말에는 경의선 철도 북측 구간 현지 조사를 위한 군사분계선 통행 계획을 유엔사령부가 승인하지 않아 무산된 바 있다. 그리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5·24 조치 해제 검토 발언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승인(approval) 없이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 9월, 독일의 글로벌 에너지 기업과 미국의 글로벌 곡물 기업이 방북해 북한의 마그네사이트 등 광물 자원과 농업 분야에 대한 환경 조사 및 투자 가능성을 타진했다고 한다. 이는 민간 차원의 방북이었지만 트럼프 행정부와의 소통 없이 이뤄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즉 미국도 북한과의 경제 교류·협력의 가능성 타진을 묵인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물론 남북 교류·협력에 대 전제가 되는 것은 북한의 비핵화다. 북한의 비핵화가 진전되지 않는 상황에서 남북 교류·협력이 빠르게 진전된다면, 우리 역시 UN과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남북한 도로 및 철도 연결 사업의 경우 UN 안보리 결의 2375호에서 “북한과의 비상업적인, 공공이익을 위한 인프라 사업은 사전 승인을 얻어 진행”해야 하는 것으로 돼 있다. 그렇지만 지금 우리 정부가 발표한 것은 북한의 도로 및 철도 사정 조사와 연결을 위한 착공식에 국한된 것이기 때문에 UN 안보리 제재 대상에 해당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북미 관계의 발전 상황을 무시하고 남북 관계 개선에 나설 수는 없지만, 북한의 비핵화가 진전될 경우에 어떻게 다양한 분야에서 남북 교류·협력을 강화할 것인지, 그를 바탕으로 분단을 극복하고 공동체성을 어떻게 확대할 수 있을 것인지 준비해야 한다. 냉정한 국제정치의 현실에서 우리는 국제 제재를 우회해, 남북 관계 개선이 북미 관계 개선을 촉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에게는 보다 신속한 비핵화 조치를 취할 것을, 국제사회에 대하여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 진전에 상응해 단계적 제재 해제를 취하도록 외교적 노력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그의 시대에 정의가, 큰 평화가 꽃피게 하소서, 저 달이 다할 그때까지”(시편 72,7)라고 솔로몬 시대의 평화와 번영을 기원하며 노래했던 이스라엘 민족처럼, 우리도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기원하며 이러한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이원영 (프란치스코)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