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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교회의 2018 추계 정기총회, 어떤 내용 논의됐나

우세민 기자
입력일 2018-10-23 수정일 2018-10-23 발행일 2018-10-28 제 3117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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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적이고 지속적인 사제 양성 방안 마련

주교회의 2018 추계 정기총회에 참석한 주교단이 10월 16일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4층 강당에서 주한 교황대사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앞줄 왼쪽에서 다섯 번째)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번 가을, 한국 주교단은 시대가 요구하는 가톨릭사제를 키우기 위해 양성단계를 신학생 시절로 한정 짓지 않고, 평생 지속해야 할 여정으로서 지침을 개정했다. 또한 사형과 관련한 교황의 교리 발전을 반영해 ‘완전한 사형제 폐지’를 지향하는 교리 문구로 번역하는 작업을 끝냈다.

■ 사제 양성의 새 방향 설정

주교회의는 이번 총회에서 사제 양성의 새로운 방향을 설정했다. 신학생과 사제 모두가 교육을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지속 양성’의 주체로 나서 스스로 성화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국 사제 양성 지침」 개정안은 교황청 성직자성이 2016년 12월 발표한 새로운 사제 양성 기본 지침 「사제성소의 선물」을 바탕으로 했다. 7개 신학교에 속한 모든 양성자들이 「사제성소의 선물」을 함께 연구하고, 이후 7개 신학교를 대표하는 전문위원들과 상임위원들로 구성된 ‘한국 사제 양성 지침 개정 소위원회’(위원장 염수정 추기경)가 설립돼 개정 작업을 진행했다.

이번 개정의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신학생 양성’과 ‘사제평생교육’을 통합적으로 다뤘다는 점이다. 이미 전임 베네딕토 16세 교황도 교황청 가톨릭교육성이 신학생 양성을 담당하고 성직자성이 사제평생교육을 담당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성직자성에서 두 과정을 통합적으로 담당하는 원칙을 발표한 바 있다. 신학생 양성과 사제평생교육은 전체 사제 성화의 여정 안에서 통일된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통합적인 양성을 위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부분이 바로 신학교 안에서의 ‘동반’이라고 강조한다.

■ ‘사형 온전히 반대’로 수정번역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8월 사형과 관련한 교리 발전을 반영해 교리서를 수정할 것을 요청함에 따라, 교황청 신앙교리성이 마련하고 교황이 승인한 「가톨릭교회 교리서」 2267항 수정사항의 번역문을 심의하고, 이를 승인했다.

사형에 관해 「가톨릭교회 교리서」 2267항 수정내용은 다음과 같다.

“오랫동안 합법적인 권위(국가)가 통상적인 재판 절차에 따라 사형을 선고하는 것은 비록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일부 범죄의 중대성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자 공동선 수호를 위해 용납되는 수단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오늘날 어떤 사람이 심지어 매우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다 하더라도 그의 존엄성이 박탈되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국가가 시행하는 형벌 제재의 의미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확산되고 있다. 마침내 시민들에게 합당한 보호를 보장하고 동시에 범죄자에게서 그 죄에 대한 속죄의 가능성을 앗아 가지 않는 더욱 효과적인 수감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 따라서 교회는 복음에 비추어 ‘사형은 개인의 불가침과 인간 존엄에 대한 모욕이기에 용납될 수 없다’고 가르치며 단호히 전 세계의 사형제도 폐지를 위해 노력한다.”

■ ‘농어촌 이주 노동자들’ 우선적 약자로 선택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노동사목소위원회는 가톨릭교회가 한국사회에서 우선적으로 선택해야 할 사회적 약자로 ‘농어촌 이주 노동자들’을 선정했다. 이들을 위해 한국교회가 사회 참여를 적극 실천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노동사목소위원회는 국내이주사목위원회와 함께 작성해 제출한 ‘농어촌 이주 노동자들을 위한 몇 가지 사목적 배려’ 안내문을 확인했다. 이 안내문을 본당 사제, 수도자와 평신도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배포하는 데 협조하기로 하고, 농어촌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교구의 관심과 사목적 배려에 힘쓰기로 했다.

■ 각종 사목문서 승인

주교회의가 이번 총회에서 심의하고 승인한 「장례 미사」는 사도좌의 추인을 받아 현재 사용하고 있는 「장례 예식」에 ‘미사 통상문’과 ‘독서’ 등을 추가한 예식서다. 이번 결정은 성당 밖에서 장례 예식을 거행할 때 불편하다는 사목자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 것으로, 주교회의 전례위원회는 일선 사목 현장에서 사제들이 「장례 미사」의 변경된 전례 규범들을 올바로 알고 사용할 수 있도록 교구에 주교회의 전례위원회가 마련한 「장례 미사」 안내 자료를 교육 자료로 배포하기로 했다.

‘병자성사 통지서’ 양식(안)도 승인됐다. 최근 지역 요양원이나 요양 병원 등에서 사제가 타 본당 신자에게 병자성사를 집전하게 되는 경우가 늘어남에 따라, 신자의 교적 본당에 병자성사 내용을 통지할 수 있는 사목 문서 양식을 추가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제기된 바 있다. 이번에 승인된 병자성사 통지서 양식은 전국전산담당사제회의에 전달돼 통합양업시스템에 추가될 예정이다.

주교회의는 교황이 제정한 ‘교회의 어머니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성령 강림 대축일 다음 월요일) 전례문 번역문을 승인하고, 이를 사도좌에 제출해 추인을 요청하기로 했다.

김희중 대주교는 이번 총회가 “주교들이 각별한 관심을 갖고 평화를 위한 대장정에 함께하고자 하는 마음을 드러낸 자리였다”고 평가한다.

◆ 인터뷰 /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

“평화 정착 위한 한반도의 노력 세계 평화의 ‘나비효과’ 되길”

평화 위한 교회 역할 고민

주교들도 함께할 뜻 다짐

“인내심 갖고 노력해 달라”

주교회의 2018 추계 정기총회에서는 사목업무 검토 이외에도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장정을 다짐하는 시간으로 의미를 더 했다. 한국 주교단은 과연 한반도 평화와 교황 방북에 대해 어떤 기대감을 갖고 있는지,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에게 물었다.

“한반도의 새 하늘 새 땅이 열리는 시대적 전환점에서, 한국교회가 앞으로 어떻게 국민들, 특히 신자들과 함께 나아가야 할지 고민한 시간이었습니다.”

김희중 대주교는 이번 총회가 교회 내·외적으로, 또 한반도를 위해서도 주교들이 각별한 관심을 갖고 평화를 위한 대장정에 함께하고자 하는 마음을 드러낸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인터뷰가 진행된 17일은 교황과 문 대통령의 면담이 성사되기 전이었다. 마침 일반 언론에서는 ‘북한에 제대로 된 가톨릭신자가 존재하지 않고, 사목자도 없기 때문에 교황의 북한 방문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이에 대해 김 대주교는 “신자 수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가톨릭교회 최고 사목자로서의 교황님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양들이 단 몇 사람이라도 있다면, 교황님은 숫자에 상관없이 가실 수 있는 분”이라고 밝혔다. 김 대주교는 창세기 18장에 아브라함이 하느님께 소돔을 멸망시키지 않도록 청하는 이야기를 예로 들었다. “하느님께서는 소돔 성읍에 의인이 극소수가 있더라도 전체를 용서해 주겠다고 하셨습니다. 교황님이 북한을 찾으신다면, 단순히 종교적 의미뿐 아니라 세계평화를 위한 순례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가톨릭교회가 왜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해 눈감고 있느냐는 비판도 있었다. 김 대주교는 이에 대해 “생존권을 먼저 확보하고 인권을 이야기하는 것이 순서”라고 했다.

“인권은 살아있는 사람에 대한 가치를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전쟁으로 희생된다면, 인권을 이야기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우선 북측 상황을 개선시키는데 협력하고, 북측이 호전되면 인권 문제도 자연스럽게 노력할 수 있는 것입니다.”

김 대주교는 한반도 평화를 위해 꾸준히 기도한 한국교회 노력이 협력의 열매가 되는 이때, 신자들이 더 큰 인내심을 가져주길 당부했다.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면 우리는 모든 면에서 세계평화에 기여할 수 있는 국가가 될 것입니다. 겨레가 지켜온 가치인 ‘홍익인간’을 생각해보십시오. 한반도의 노력이 널리 세계평화를 정착시키는 ‘나비효과’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