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전교주일 기획] ‘고령화’ 한국교회, 선교 방안은?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rn성슬기 기자
입력일 2018-10-16 수정일 2018-10-19 발행일 2018-10-21 제 3116호 11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노인들 스스로 복음화의 주역 되게 해야
‘사회보다 더 빨리 늙어가는 교회’
노인사목 전문가 턱없이 부족 적극적인 대처 방안 마련 시급
단순한 노인 중심 사목 넘어 ‘고령 친화적 교회’ 위한 노력 절실
세대 갈등 줄이고 노인과 함께하는 ‘노인 융화 사목’ 체계 마련돼야

10월 11일 서울 여의도본당 ‘너섬시니어아카데미’ 동아리 활동에서 국악반 학생들이 연주와 가무를 즐기고 있다.

교회의 고령화는 평신도사도직의 약화로 이어지게 될 것이고, 결국 교회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중론이다. 이에 대한 복음화 방안의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자는 738만 명(2018년 7월 기준)으로, 전체 인구 가운데 비중이 14.3%를 나타냈다.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사회’로 진입하는 UN 기준은 14%다. 교회의 고령화는 더 빠르다. 주교회의가 발표한 「2017 한국천주교회 통계」에 따르면, 전체 신자 중 65세 이상 신자 비율은 18.4%로 집계됐다. 그에 비해 아동·청소년 신자 연령기인 10~19세 인구는 전체의 6.6%를 차지할 뿐이다.

■ 노인 동반 신앙 공동체 필요

지난 2016년 10월 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학장 홍경완 신부)은 설립 25주년 심포지엄 주제로 ‘늙어가는 사회, 더 늙어가는 교회’를 선택했다. 한국 내 도시 가운데 노령인구가 가장 많은 부산에서 고령화 시대 복음화를 고민한 자리로 많은 눈길을 끈 바 있다.

이날 황철수 주교(전 부산교구장)는 기조강연에서 “노인이 많은 늙은 교회라는 패배감에 젖을 것이 아니라 더 적극적으로 노인을 동반하는 신앙 공동체로 거듭나야 할 것”이라며 “교회의 사목 활동은 사회와 교회 공동체에서 특히 가정 안에서 노인의 역할을 개발하고 잘 사용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권고했다.

■ 아직은 부족한 현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초고령교회는 우리 예상을 뛰어 넘어 빠른 시일 내 찾아올 것이다. 그러나 교회는 당장 노인사목 전문가가 턱없이 부족하다.

서울대교구 사목국 노인사목부에는 전담사제 3명과 수도자를 포함한 소수의 직원들이 있는데, 이 정도가 전국 교구 가운데 가장 많은 편에 속한다. 노인사목을 전담하는 부서를 두고 있는 교구도 현재 서울·인천·대전·의정부 4곳뿐이다. 타 교구는 가정사목 혹은 선교사목국 산하에 노인분과나 담당, 노인대학연합회 등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대교구 사목국 노인사목부 대표담당 유승록 신부는 “많은 사목 중에서도 노인사목은 특별한 사목분야로 여겨지지 않는다”며 “우리가 좋은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 해도 그것을 실행할 인력이 부족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지구나 본당 등 단위로 노인사목 전담·교육 신부가 있으면 이 부분은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세대 갈등부터 좁히자

유승록 신부는 ‘고령 친화적 교회’를 위해 “노인 중심의 사목뿐 아니라 ‘노인 융화 사목’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유승록 신부는 교회에도 전 세대에 걸쳐 생애주기별 단계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유 신부는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번지고 있는 노인 관련 혐오발언을 거론하며 “나이 든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신앙적으로 잘 늙어갈까 하는 이해가 없으니 세대 간 갈등이 생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젊은이든 노인이든, 우리 모두는 점점 늙어가고 있다”고 말한 유 신부는 각 세대별 고령화에 대한 이해를 높여 자연스럽게 세대 간 갈등이 좁혀지도록 노력할 것을 제안했다.

유 신부는 본당 주일학교 잔치에 조부모를 초청해 함께 한다든지, 청년과 노인이 함께 대화하는 토크콘서트 등 사례를 소개했다. 최근 독거노인과 지방에서 올라온 대학생이 함께 생활하는 사회 모습처럼, 다양한 세대가 함께하는 본당 모습을 만들자고 유 신부는 제안했다.

이러한 논의는 지난해 9월 주교회의 평신도사도직위원회가 마련한 정기회의에서도 논의된 바 있다. ‘조부모 신앙전수와 손자녀를 위한 신앙교육’을 주제로 한 이날 회의 중 강의에서 서울대교구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김효철(그레고리오) 위원은 “교회는 가정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가정과 교회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신앙 대물림이 전제돼야 한다”며 “교회가 조부모를 통한 손자녀의 신앙교육에 많은 관심을 갖고 대안을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자녀들의 전 생애에 영향을 미치는 유아기 신앙교육과 조부모의 역할’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유아기 신앙교육에 조부모가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교회 노력

서울 노인사목부는 노인들을 연령별로 3단계로 구분해 사목을 펼치고 있다. 55세에서 67세까지를 ‘영 시니어’, 67세에서 80세까지를 ‘미들 시니어’, 80세 이상을 ‘올드 시니어’로 나눈다. 영 시니어들은 고령자들을 대상으로 교구 내 각 본당에서 운영되는 ‘시니어 아카데미’의 봉사자로 활동하며 인생 후반기의 의미를 되돌아보고, 스스로도 준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 노인사목부는 또 노인사목 전문위원회를 두고 있다. 노인 복지와 교육, 문화 등에 있어 현역·은퇴 교수 등 전문가를 조직해 많은 의견을 받고 연구하고 있다. 본당이 얼마만큼 접근성 등에서 노인들을 편안하게 해주고 매력을 줄 수 있느냐 하는 프로그램을 고민하면서 조직됐다. 노인들이 직접 노인 복음화를 고민하다보니 눈높이 맞춤형 프로그램 계발이 가능하다.

주교회의 교리교육위원회가 2006년 내놓은 「어르신 예비신자 교리서」도 한국교회 노인선교를 위한 디딤돌이다. 전체 22과로 구성된 교리서는 성호 긋는 방법을 사진으로 보여주고, 색칠놀이로 기초교리를 설명하는 등 교리를 습득하기 힘든 노인들의 눈높이에 맞춰 엮은 점이 특징이다.

■ 서울 여의도본당 ‘너섬시니어아카데미’ 사례

교회의 모든 활동은 결국 복음화를 위한 것이다. 교리와 전례를 중심으로 교회 안팎 노인들에게 신앙을 전하고 있는 서울대교구 각 본당 내 ‘시니어 아카데미’ 중 한 사례를 소개한다.

여의도본당(주임 홍성학 신부) 노인들을 위한 ‘너섬시니어아카데미’(학장 양종구)는 일 년 중 두 차례 학기를 운영하며, 각 학기당 매주 목요일 모임을 갖는다. 프로그램은 신앙교육과 동아리 활동으로 크게 나뉜다. 참가 노인들은 오전 강의와 참여수업을 진행한 뒤, 점심식사 후에는 라인댄스, 국악, 일어, 가요, 서예, 요가, 문학의 7개 동아리에 각자 참여한다. 동아리는 1년에 한 번씩 발표회도 갖는다.

너섬시니어아카데미 양종구(요셉·78) 학장은 “교육은 김수환 추기경님 말씀을 돌아보거나, 124위 복자 등 신앙선조에 대한 내용을 다루는 등 신앙 위주로 진행하고 있다”며 “동아리도 활발히 운영되고, 비신자나 타종교 신자들이 참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지역사회에 열린 노인대학으로서 자연스럽게 선교로 이어지는 활동임을 강조했다.

너섬시니어아카데미는 ‘어른들이 먼저 모범을 보이자’는 취지로 모임 후 뒷정리부터 솔선수범하고 있다. 특히 매월 첫 목요일에는 나눔 바구니를 두고 있는데, 1년을 모아 한마음한몸운동본부 등 어려운 이웃돕기에 나서고 있다.

양 학장은 “어르신들은 삶으로 축적된 지혜를 갖고 있다”며 “생각이 바뀌어야 행동이 바뀌고, 습관이 바뀌면서 인성이 변화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단순히 어르신으로 대접받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 안에 융화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그런 삶의 자세가 세상에도 자연스럽게 복음선교로 이어질 것”이라 말했다. 노인들의 열성적 신앙활동이 그리스도의 향기로 퍼져나가면 지역 노인들도 교회의 신앙 공동체에 참여하고 싶어 하게 된다는 의미다.

너섬시니어아카데미 내 문학반 동아리 활동을 하는 이제봉(젬마·80)씨는 “우리의 모든 활동은 기도로 시작해 기도로 마무리한다”며 “이 모임을 통해 신앙이 돈독해지고 공동체성을 많이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더 많은 노인들이 교회의 신앙모임에 참여해 하느님 사랑 안에 삶의 마무리를 잘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rn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