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오스카 로메로」

우세민 기자
입력일 2018-10-16 수정일 2018-10-17 발행일 2018-10-21 제 3116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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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 고통에 함께하며 신앙 증거한 목자의 삶
케빈 클라크 지음/강대인 옮김/256쪽/1만4000원/가톨릭출판사
군부 독재에 맞서 사랑을 외친 오스카 로메로 대주교. 그의 행적을 담은 책 「오스카 로메로」가 출간됐다. 10월 14일 오스카 로메로 대주교의 시성식을 기념해 나온 이 책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왜 그를 ‘하느님의 사람’이라고 확신할 수 있었는지 이해를 돕는다. 엘살바도르의 참혹한 시대 상황을 살펴보면서, 로메로 대주교가 어떻게 자신의 삶으로써 복음을 증거 했는지 생생히 보여 준다.

“우리는 이 시대 민중의 고뇌와 희망에 함께합니다. 특별히 가난하고 고통 받는 사람들의 고뇌와 희망에 연대합니다. 우리가 이렇게 말할 때에, 우리는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제7장 ‘사랑, 그리스도인의 복수’ 중에서)

로메로 대주교는 요즘 표현으로 ‘중도보수’ 위치에 선 성직자였다. 그가 활동하던 시기의 엘살바도르는 부익부 빈익빈으로 사회 갈등이 고조돼 있었다. 부유층은 경제, 정치를 비롯한 사회 각 분야 권력을 장악했고, 부를 축적하기 위해 가난한 사람들을 억압하며 폭력과 살해를 서슴지 않았다. 그런 시대상에서 로메로 대주교는 진보적 사제들을 경계하고 비판하면서, 그것이 교회 문화를 지키는 것이라 믿었다. 진보적 사제들이 운영하는 교육센터를 폐쇄하고, 정치를 이야기하는 사제들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랬던 그는 점점 더 참혹해지는 민중의 고통을 깨닫고, 절친한 사제가 비참한 죽음을 맞자 이를 계기로 회심한다. 로메로 대주교는 엘살바도르에 믿음과 정의를 세우기 위해 온갖 살해 위협과 중상모략, 동료 주교들의 비난에도 굴하지 않았다. 민중을 위한 용기 있는 변호자가 된 로메로 대주교는 결국 반대자들의 총탄에 순교한다.

저자는 로메로 대주교의 강론과 일기, 그의 형제들과 친구들 증언을 토대로 그의 발자취를 따라간다. 이 책에 담긴 일화들은 한 사람의 회개가 어떻게 신앙을 증거 하는 순교로 이어지고, 한 나라에 희망의 표지가 되는지를 발견하게 해 준다. 또한 농민들과 땅바닥에 앉아 성경을 해석하며 그들에게서 지혜를 들었던 일, 토지 개혁을 위해 전국 성직자·수도자의 의견을 모았던 일, 신성모독을 당한 마을 사람들과 함께 군인들 앞으로 전진 했던 일 등은 그가 대주교로서 순교의 길을 걸어가게 된 것이 단 한 순간의 회심 때문만은 아님을 알려 준다. 자신의 신념을 지켜 나갔던 로메로 대주교의 모습은 독자들에게 복음과 교회 가르침을 진정으로 실천하는 길이 무엇인지 묵상하도록 한다.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