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밀알 하나] 봉사자의 힘

박상호 신부(어농성지 전담)rn
입력일 2018-10-16 수정일 2018-10-16 발행일 2018-10-21 제 3116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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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에서 일어나시어 겉옷을 벗으시고 수건을 들어 허리에 두르셨다. 그리고 대야에 물을 부어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시고, 허리에 두르신 수건으로 닦기 시작하셨다.”(요한 13,4-5)

이른 아침부터 예초기 엔진소리가 성지에 가득 찼다. 세 명의 아빠들은 예초기를 돌리고 아이들은 갈고리를 사용해 잘린 풀들을 군데군데 모아들인다. 두 시간 만에 성모님 상 주변이 매우 깔끔해졌다. 가족이 함께 손을 모아 성지를 청소하는 모습이 참 아름다워 보인다.

어농성지에는 나와 함께 세 명의 직원이 있다. 하지만 봉사자 없는 성지의 모습은 상상이 안 된다. 그래서 봉사자들의 힘으로 성지가 운영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지의 발전과 안정된 운영을 위해 먼 곳에서도 달려오는 성지운영위원회 봉사자들. 매일 미사와 행사 때 전례와 해설을 맡아주는 루피나 회장님과 전례위원회 봉사자들.

많은 양의 ‘어농성지 월보’를 매달 접고 봉투에 넣어 보내주시는 아미동본당 봉사자들. 일반 트랙터는 빠져서 작업이 안 되는 땅을 힘센 기계로 갈아주고 많은 먹거리를 후원해 주는 수사님. 논농사를 도맡아 도와주고 농사짓는 법을 전수해 주는 안 회장님. 성지에 올 때마다 항상 화장실 청소를 깨끗하게 해주는 회장님과 오랜 시간 궂은일에 솔선수범 하는 골롬바회 봉사자들. 평일미사 때 순례객이 많든 적든 반주를 열심히 하는 안나. 성물방을 리모델링하고 열정으로 운영해 주는 청소년위원장님. 한 달에 한번 성지 제초작업과 세탁작업 봉사를 오는 금정본당 봉사자들. 매년 아이들을 위해 수영장을 설치해 주고 사용 후 철거해 주는 광주본당 봉사자들. 매일 성지를 쓸고 닦고 청소해 주는 요세피나 자매님. 맛있는 식사를 준비해 주는 모니카 자매님과 아들 알퐁소. 그리고 누구보다 성지를 사랑하고 플룻, 기타, 건반, 드럼 연주는 물론 성지의 모든 캠프와 피정을 진행하는 어농성지 청년 봉사자들.

이 밖에도 정말 많은 봉사자들이 성지에 와서 각자의 몫을 찾아 봉사를 한다. 그리고 이들은 단지 성지의 발전만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아니다. 봉사를 통해 보람을 느끼고 기쁨을 얻고 삶의 활력을 선물로 받는다. 이것이 바로 내어놓기 때문에 채울 수 있는 ‘봉사의 참 맛’이 아닐까?

오늘은 한 해 농사의 결실을 맺는 날이다. 콤바인이 힘차게 논 구석구석을 돌아다닌다. 물론 고마운 안 회장님이 핸들을 잡고 있다. 또한 오늘 어농성지 청년 봉사자 1호 커플이 백년가약을 맺었다. 마카리오와 안나가 그 주인공이다. 혼배미사 때 여덟 분의 신부님들이 함께 기도해 주었으니 이들이 그동안 어떻게 봉사의 삶을 살아왔는지 안 봐도 훤히 알 것 같다.

여러분, 봉사를 통해 삶의 행복을 찾아 나갑시다. 꼭 ‘어농성지’가 아니라도 우리가 봉사할 자리는 언제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사실 잘 알고 계시죠?

PS: 아직도 우리 어농성지에 봉사자가 많이 필요합니다. 봉사를 원하신다면 언제든 성지 사무실로 연락주세요^^

박상호 신부(어농성지 전담)rn